한 번호를 오래 유지하고 있다보니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는 오랜 친구들의 얼굴이 여전히 주르륵 뜬다.
서로 연락 안한지 오래 되어 어색한 사이들.
그래도 나도 어느날 그들이 말을 건다면 반갑게 받아줄 수 있고, 그들도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나를 그렇게 멀리할 것 같지는 않은 친구들.
하지만 그렇게 오랜만에 하는 연락에는 함정이 있다.
경험상,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이 올 때는 다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다거나 (=결혼식장을 남부끄럽지 않게 채워줄 친구 머릿수가 필요하다거나) 보험 영업을 한다거나, 다단계를 한다거나.... 😳
그래서 종종 아주 오랜만에 말을 걸 때는 내가 먼저 선수를 치곤 했다.
저 결혼 안 해요, 보험 안 해요, 정수기 옥장판 안 팔아요, 다단계 아니어요....
방금, 아빠 엄마 아들 셋이 똑닮은 후배 가족의 정겨운 가족 사진 프로필을 보다가 생각했다.
10년 만에(!) 말을 걸어볼까... 나 결혼식 앞둔 거 아니고, 보험 안 팔고, 다단계 아니라고 하면서 ?
그냥 진짜 궁금해서 말 걸었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친구와 하도 오래 연락을 안 해 소식을 모르다보니... 그 친구가 사실 현재 보험 영업을 하거나 옥장판을 팔거나 다단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경우, 내가 이렇게 미리 말해버리면 그 직업을 나쁘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 '난 그런 류의 직업 가질 사람이 아냐~' 이런 뉘앙스로 들릴 수도...
이렇게 애매해지다 보니, 한 번 연락이 끊기면 계속 못 하게, 안 하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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