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nobody...



영화 Synecdoche, New York 에 나오는 대사
아마 목사님인가 신부님인가가 나와서 예배 드리면서 했던 기도였던 듯.


".....and the truth is I've felt so fucking hurt for so fucking long and for just as long I've been pretending I'm OK, just to get along, just for, I don't know why, maybe because no one wants to hear about my misery, because they have their own. Well, fuck everybody. Amen. "


이 중에서도 "아무도 내 암울함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도 각자 암울하니까" 이런 내용은 특히 공감.

종종 내가 친구들 만나서 나 우울한 이야기,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 이런 것만 이야기해서 혹시나 내가 기피 대상이 되어가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누가 그런 얘기나 들어주고 싶어하겠어?

방금 전, 트위터를 보다가 '나이들수록 좋아하는 것은 적어지고 싫어하는 것만 명확해지니...뭐라도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나누라"는 내용을 봤다.

그래, 나도 사람들에게 내가 힘든 거 얘기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만 이야기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사람들 모두가 각자 힘들어서 남의 힘든 이야기까지 들어줄 이유 없듯이
각자 좋아하는 게 달라서, 남이 좋아하는 것까지 들어줄 여유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얘기해도, 사실 대화는 겉돌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결국 '동호회'를 찾아라 - 이런 충고가 있는 거겠지.)

* 내가 테니스 이야기를 한다 -> 스포츠 대학원 친구 몇몇 외에는 지난 10여 년 간 내 테니스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준 친구는 아~~무도 없었음. 모두 끄덕끄덕 하지만 영혼없는 눈동자가 보임. 

* 내가 최근에 본 중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거나 중국 여행 이야기를 한다 -> 한국 사람들은 묘하게 중국을 시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중국 드라마는 거의 숨어서 봐야할 지경의 이상 취향이라 흥미롭게 듣는 사람 드물고, 중국 여행은 일본 여행에 비해 심리적 장벽이 높아서 관심 갖는 사람이 매우 적다. 



반대로,

* 종교에 빠진 내 친구, 사랑하는 🧚‍♂️ 그분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 -> 내가 이해 못 해줌. 친구가 종교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얻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 나도 그 세계관 이해하기 힘들고 친구도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혹은 내가 '그분'을 영접 못한 걸 안타깝게 여기고 있거나. 

* 친구가 좋아하는 배우 이야기를 한다 -> 나 역시 끄덕끄덕하지만 영혼 없이 듣고 있을 수도...

* 온통 자식 교육이 머리 속에 가득한 친구 -> 부모로서 당연한, 사랑과 책임감의 한 모습이기에 존중하지만 기혼과 미혼 사이에 절대 즐겁게 대화할 수 없는 주제. 사랑에 빠지면 늘 내 머리 속에 그 대상이 둥둥 떠다니듯이 자식도 부모에게 그렇게 늘 머리 속에 함께 하는 존재이기에, (특히 어린) 자식을 둔 친구 경우는 단 둘이 만나도 사실상 그 테이블에 그 자녀가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있다. 이렇게 그 자리에 없는 2~3명의 인간이 합체되어 그 자리에 존재하는 느낌을 난 이제 영원히 소화할 수 없겠지.





남까지 우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행복하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결국은 다른 한쪽은 딱히 흥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이니 사실상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제대로 된 소통'이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한 명 한 명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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