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fectless




소설 내용 중, 스웨덴 이민 가정 출신으로 뉴욕에 사는 배우가 스웨덴 감독과 일하게 되어 
스웨덴어로 대사를 했는데, 스웨덴어를 쓰면 감정이 안 실린다고 감독이 지적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는 부모와 대화할 때만 스웨덴어를 썼는데, 무의식적으로 부모와 대화할 때 감정 없고 퉁명스러운 톤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어를 바꾸면 톤이나 태도가 달라진다.
나도 이걸 느낄 때가 있다.
난 영어를 할 때 좀 더 상냥하고 적극적인 말투가 되는 것??






작년에 홍콩 관광청에서 준 바우처를 쓰기 위해 st.regis bar에 갔을 때... 갑자기 연출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한 연예인이 그들의 무리를 이끌고 내 옆쪽에 앉았다. 아.. 화보 사진은 저렇게 찍는 거구나, 하고 그때 처음 알았다. 이것저것 자세를 바꾸다가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인 꽃장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오히려 내 자리에서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 "누군지도 모르는" 연예인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나를 의식조차 안 할 텐데, 괜히 나 혼자의 자존심 싸움으로 그 사람 사진을 안 찍었다. 아는 척 해주기가 싫어서. 좀 멀리 있었으면 말로는 '관심없다면서' 줌 땡겨서 일단 찍어놨을 텐데. 🙂‍↔️
중화권 친구가 몇몇 있어서 걔들에게 나중에 '나 ㅇㅇ 봤음' 할 목적으로, 그 배우가 사라진 뒤에야 웨이터에게 저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나름 성룡이나 판빙빙과 영화*드라마를 주연급으로 찍는 사람이었다. 웨이터와 키득키득 대면서 이야기하고 그는 내 폰으로 정보를 검색해주었고 이름을 알려줬다.

나중에 웨이터와 bye~ 하고 나와서 길을 걷다 보니 아까의 간질간질한 내 영어 말투가 내 귓가에서 재생됐다.☺️😵‍💫 악, 나에게 이런 말투가?!?!  '엥, 내가 영어를 쓸 때는 다른 자아가 있나??'  거의 20년 전에 다른 분이 "너는 영어할 때 말투가 훨씬 더 듣기 좋다?? 인가 예쁘다??" 그런 말을 해줬던 것도 기억났다. 나에게 다른 자아가 있구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소극적인 내가 굳이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때는 뭔가 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고, 집에서 멀리 떠나 있을 때이거나, 더 친근하게 굴어서 뭔가를 얻어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 하다. 한마디로 사회 생활 + 자본주의 정신 상태를 탑재한 뒤에야 입으로 나오는 게 영어라서?? 


한편으로는 저 소설 속 등장 인물은 부모님과 대화할 때 마음의 거리가 가깝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과 쓰는 언어를 할 때 오히려 차가운 자아가 나온다는 게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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