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추억 속 가수의 귀환에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장 내 기억에 남는 무대는 나보다 열살 이상 어린 가수들의 몇몇 무대이다.
아마도 십대 초반부터 소위 '기획사'라는 곳을 서성였을 것이며
많은 청소년이 적어내는 '장래 희망'이라지만,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그 꿈을 이뤄 데뷔하고 화려한 생활을 하면서도
사람에게 치이고, 어른에게 데이고, 동료에게 속고....
상처가 많아 보이는 아이들.
(두 가지 의미를 다 전달하고 싶다. 아이들(kids)이기도 하고, 외래어 표기법상 idol[aɪdl]은 '아이들'이기도 하고.)
이 '아이들'은 20대 중반이면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표정을 하고 있으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무대나 토크쇼 같은 곳에서 눈물 쏟는 모습이 흔하다.
성공한 '아이들'은 이십대 초반 나이에 내가 여태까지 평생 번 만큼의 돈을 한 달에 쓸어담게 되겠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크나큰 배신이나 사회 생활의 쓰디쓴 경험도 동시에 쓸어담고 있었을 거다.
상처를 툭툭 털고 나서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게 노래라서, 제일 잘 하는 게 노래라서
그렇게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 자신이 참 작게 느껴질 때가 많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나는 그냥 투덜이였는데
나를 우울한 방에 가둬 놓고 매일 똑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들'은 그래도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도,
나를 가둔 좁은 방에서 빨리 나가야겠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