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몽실한 물체가 그립던 어느날
이 인형을 침대 위에 두었는데, 내가 뒤척이면서 이 인형의 자세도 바뀌었다.
그 모습이 꼭 토라져 돌아누운 아이 같아서 피식,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내 어릴 적 어느날이 생각났다.
만 6살이 되기 전까지 살던 집에서의 기억이니, 아마도 4-5살 때 아니었을까.
가족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 방구석에서 벽을 보고 누워서 숨죽여 눈물 흘리던 기억.
그때 난 참 의사 표시를 못 하는, 여린 아이였던 것 같다.
옛날 식 주택이라, 겨울에는 전혀 난방이 되지 않았던 마루에서 혼자 소파에 인형들을 늘어놓고 놀던 어떤 하루의 기억.
다른 가족들은 다 따듯한 안방에서 tv를 보면서 웃고 있었지만, 난 매우 추워도 그 "혼자"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았었던 것 같다.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5살의 나이에.
남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는 바보 같았던 '사회 부적응자 후보'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남들보다 공부를 잘 하는 축에 속했다는 것으로 자신감을 키워가며 나를 만들고, 내 생각을 말하는 능력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리고 '일생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4-5학년 때쯤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좋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경험도 자존감을 만드는데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한다.
세월은 지나, 공부를 잘했던 게 하나도 소용없는 나이가 되었고, 수십년 전 초등학생 때 인기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수준의 너무 오랜 추억담이 되었다. 그렇게 자존감은 다시 쪼그라져, 이불 뒤집어쓴 토라진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내 잘못이다.
인형의 쓸쓸한 뒷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구나.
다시 어떤 기회가 찾아와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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