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lo Paris Expo Porte de Versailles 에클로 파리 엑스포

 



이번엔 굳이 롤랑가로스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겹게도(?) 2년 전처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가까운 지역인 "Porte de Versailles" 이름이 붙은 숙소에 3번째로 가게 됐다(2022년 ibis styles-> courtyard-> 2024년 eklo). 

2년 전 6월, 롤랑가로스 결승전 당일에 묵었던 Courtyard porte de Versailles에서 차로 2분 거리인데, 그땐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에 들어선 신축 호텔 겸 호스텔이다(2024년 2월초 영업 시작). 코엑스/킨텍스같은 대형 전시장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설로, 파리 호텔 중에 이 이름, 혹은 'expo'가 붙은 호텔은 이 전시장 근처 방문객 수요를 흡수하려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 전시장에서 파리 올림픽 때는 배구, 탁구 경기들이 열리기 때문에 올림픽 특수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호텔이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Vanves(벙브)이고 사실상 호텔 바로 앞으로 파리 시 경계선이 지나가는 지역이라, 호텔 앞에서 몇십초만 걸으면 한인들이 많이 사는 파리 15구. 

가장 가까운 트램역 Georges Brassens은 도보 6분, 지하철역은 도보 10분 정도인데 주변 지역이 2년 전에 이미 익숙해져 미리 공부하지 않고 가도 될 정도. 파리 시 경계선에 걸쳐있는 외곽 지역이라 서울로 치자면 학여울역 SETEC 근처에 숙소를 잡는 느낌이라고 할까? 6-7개 동이 있는 전시관 규모는 파리가 훨씬 더 크기에 딱히 SETEC과 비슷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벙브 바로 옆도시가 글로벌 기업/방송사 프랑스 본부들이 위치한 Issy les Moulineaux이고 (=삼성역?!) 그 주위 북서쪽으로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인 주거 지역이 있어서, 서울에 여행 온 사람이 SETEC이 위치한 대치동 끝자락 - 학여울역에 호텔을 잡는 거랑 비슷한 느낌일 듯. 시내 중심과는 좀 멀고 호텔 바로 옆에는 전시관 빼면 관광할 거리가 없다는 것도 비슷하고.


비행기 도착 시간을 고려할 때 밤 9시가 가까워져야 호텔에 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저 잠만 잘 저렴한 도미토리 숙소가 필요했고, 언제부턴가 여행 첫날은 항공기 결항이나 연착 등의 사태에 대비해 제일 유연한 예약을 찾게 되는데 여기 만큼 유연한 취소 시간이 있는 곳이 드물었다. 도착 당일 오후 6시까지도 무료 취소가 가능한 요금이 있어서 첫날 숙소로 예약. 사실 도미토리 요금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첫날 숙소를 유연한 요금제로 해놓으면 연착 등이 생길 때 공항에서 돈 날릴까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서 맘이 편하다.

이곳은 호스텔이 주 영업 목적은 아니고 도미토리 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방이 있다. 그중 벙크 베드가 설치된 여성 전용 방 몇 개를 판매하는 것을 예약했는데, city tax는 호스텔에 걸맞는 €2.6가 부과되었다. 올림픽을 앞둔 파리의 도시세가 2024년부터 많이 인상되어💸 예전 같으면 4성 호텔에서 냈을 도시세를 고작 매트리스 하나 차지했을 뿐인데도 내게 됨🫨.

이 건물 앞쪽에서 에펠탑에 이르기까지 시야 막힘이 없어서 에펠탑이 그대로 잘 보이기 때문에 따로 에펠 뷰 이름을 붙여 판매 중인 방도 있다. 아래는 8층에 머물렀다는 분 사진인데, 같은 에펠 뷰라도 층수가 높아야 좀 더 뷰가 좋은 듯 하다.



Google maps에서 📸 Swetha Vivek 후기 사진



밖에 나가 사먹으면 괜히 헤매다가 이것보다 돈을 더 쓸 가능성도 있지만 
빵+햄+주스 조합일 뿐인 아침 뷔페(?)가 18,000원인 게 아까워서 망설이다가 
이런 전망의 식당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조식 포함 예약.
유럽 도착한 첫날은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기 때문에 일찍 가서 조용한 식당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booking.com에서 가져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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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미리 써둔 것이고, 아래 직접 숙박한 뒤 적은 것.

안드로이드 폰 블로그 앱에서 사진이 누워서 올라가기 때문에 여행 뒤에 자세히 숙박기를 남기는 것에 대한 흥미를 좀 잃었다. 숙소를 여러 번 바꾸면서 그 도시의 이 동네 저 동네에서 살아보는 것을 여행의 한 재미로 치는데, 앞으로는 그냥 글 중심으로만 써야겠다. 사진 방향 바꾸기가 너무 귀찮고,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찍어서 올린 것은 정사각형의 뚱뚱한 사진이 된다. ㅜ.ㅜ) 


공항에서 대중교통으로 여기에 올 때는 RER B선을 타고 Cité Universitaire역에서 내리면 좋다. 이 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편하고 역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갈아 탈 트램 승차장이 보이기 때문에 짐을 끌고 오르락내리락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공항 터미널2에서 rer b 출발한 뒤 트램 갈아타고, 약 1시간 10분 정도면 호텔에 도착한다.

호텔 도착 후 나름 싹싹한 직원이 체크인을 도와줬다. 목이 너무 말라서 '근처에 수퍼가 있나요?' 라고 했더니 위치를 알려 주려고 하는데 옆 직원이 '문 닫았을 걸?' 이라고 한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경이긴 한데... 그래서 로비 냉장고에 든 물을 1.5유로 주고 샀다. 시원하긴 하네.


방으로 올라오니 최신의 호텔이니만큼 여태까지 가본 도미토리 룸 중에 가장 좋다. 조식도 포함시키느라 가장 비용도 많이 내긴 했지만.

6인실인데 꽤 넓은 편이었고, 사물함도 큼직큼직 내 가방이 여유있게 들어갔다. 보통 2층 침대 밑에 상자 형태로 사물함을 깔아 놓아서 짐이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자물쇠는 개인이 가져가야 함. 방 안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모두 딸려 있어서 세면 도구 들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오후 8시에 이미 너무 조용해서 커튼이 쳐진 저 쪽 침대에는 사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커튼이 있긴 하지만 내 침대가 바로 화장실 문과 마주하고 있어서 '망했구나' 했는데, 자는 내내 거의 방해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운에 따른 것으로, 주말에 파리 놀러온 유럽 소녀들로 방이 채워졌다면 시끌시끌했겠지. (사실 밤에 누구도 세수조차 하는 걸 못 봤다. 유럽 호스텔에 머물러 보면 씻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ㅎㅎㅎ)

다른 곳으로 나가서 잠시 일을 보고 밤 10시 40분 경 방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매우 조용했다. 처음에는 방 안에 샤워실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단점도 있었다. 차라리 외부에 샤워실이 있었으면 어느 시간대에 쓰든 상관이 없었을 텐데, 방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으니 11시 가까운 시간에 물소리를 내며 샤워를 할 순 없었다.🚿

그리고 2인이 동시에 쓸 수 있는 꽤 큰 세면대가 있는데 엄청 잘 막혔다. 결국 직원을 불러와서 마개를 빼냈다. 이 호스텔에서 느낀 최대 단점. 물이 고이게 되니, 부유물이 남으면서 세면대가 쉽게 더러워짐.


마개를 빼낸 것과 별개로 어차피 잘 안 빠지는 물.


방에 들어가면 내 침대 위에 놓여 있는 침대 시트는 직접 깔아야 한다. 호스텔은 보통 수건 안 주는데 수건도 하나 제공. 시트 위에 너무나 두꺼운 이불이 놓여 있어서 의아했는데, 전체적으로 공기가 꽤 차가운 편이어서 안으로 쏙 들어가 잤다. 하지만 후기 중에 창문이 안 열리게 설계된 건물이라 공기가 안 좋고 덥다는 내용도 많았는데, 다행히 우리 방은 쾌적한 느낌이었다. 

모두들 불금을 즐기러 간 건지, 밤이 깊어도 조용하던 우리 방에는 자정 - 1시가 넘어서야 한 명씩 한 명씩 조용히 들어왔다. 여태 호스텔 중에 가장 조용한 밤을 보낸 곳인 듯. 결국 6명 다 들어온 것 같기는 한데, 다음 날 아침에 세면대 앞에서 마주친 한 명 빼고는 다들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들 아침 안 먹고 늦잠 잠.


아침 식사 하는 곳은 사진처럼 예쁘고 밝은 분위기였지만... 맛이😶‍🌫️ 윽. 여기서 먹은 크르와상은 여태 파리에서 먹은 것 중 최악이었다. 크기는 또 왜 그리 큰지...괜히 다 먹어 보려다가 하루 종일 속만 메슥메슥 거리게 됐다. 진짜 프랑스 빵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썼을, 프랑스어로 된 후기를 보면 '어제 남은 빵' '냉동 빵' 이라는 후기가 있던데...정말 맛 없었음. 여기 조식은 개인적으로 비추.

(최근 후기를 보면 스크램블 에그나 감자 같은 따듯한 요리도 추가된 것 같은데, 역시 평은 그닥 좋지 않은 듯)


그래도 같은 방 사람을 잘 만나서 조용한 시간을 보낸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에펠탑이 보이는 방에 꼭 머무르고 싶은 사람은 도미토리 룸 말고 '에펠 뷰'라는 이름이 붙은 방을 예약하면 좋다. 하지만 호스텔과 호텔의 중간 형태로, 청소 주기가 길고 헤어 드라이어나 기타 설비가 부족해서 불만을 토하는 사람도 많은 곳이다. 


지하철 역에서는 도보 10분으로 약간 먼 편이지만, 버스 정류장과 트램 역은 가까운 편이다. 이 호텔에서 가장 정류장이 가까운 89번 버스를 타고 파리 5구쪽에서 돌아오는 길엔 건물 사이사이로 에펠탑 야경도 볼 수 있었다. 이 날 버스 타고 지나가며 안 봤으면 이번 여행에서는 에펠탑 야경 한 번도 못 봤을 뻔. :)  



* 장점

- 도미토리 룸도 넓어서 쾌적한 편, 사물함이 크고 세면대가 내부에 있어서 세수나 양치질을 하기에 편하다. 

- 에펠탑 전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숙소.


* 단점

- 도미토리 룸 내부에 샤워 시설이 있는 것이 오히려 아무 시간에나 맘놓고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  

-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 환경은 매력적이지만, 메뉴가 한정적이고 빵이 맛 없음.

- 가까운 거리에 식당이 별로 없고, 관광지까지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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