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권위'가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흔한 예로 '시상식'을 보자.
연말마다 하는 각종 방송 대상 시상식, 난무해있는 영화상...
그 중에 하나라도 그 '연기상'을 탔을 경우에 그 배우의 '연기력'을 제대로 증명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 있을까?
각종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연기상'이 아니라 '시청률상' '수고상' '보은상'이라는 건 시청자도 알고, 방송국도 다 안다. 그냥 그 해에 가장 높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기록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에게 주는 상을 왜 '최우수연기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주는지 모르겠다.
연말이 다가오면 심심한 시청자들끼리 누가 대상을 탈 것인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데, 연기력이 아니라 '기여도'와 '흥행'을 가지고 싸우게 된다. 방송국에 누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는지 평가하는 상.
다 알면서도 몇년째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가장 이상하다.
미국처럼 모든 방송사를 통합해서 딱 한 번의 상만 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예를 또 들게 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수상은 평생의 영광이며, 줄리아 로버츠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대스타들도 오스카상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예고편에서 그 배우의 경력이 된다 "Academy award nominee ㅁㅁㅁㅁㅁ 출연~~ "
하지만 한국에 난립했던 대종상, 청룡영화제, 백상예술대상 등등 중에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 되는 그런 권위의 영화제가 있을까? 전혀 없다. 가끔 갸우뚱한 수상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너무 많은, 그런 권위없는 영화제들.
연기상은 연기로만 평가해야 되는데, 다른 평가 요인이 너무 많은 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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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교실을 보면 엎어져 자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미 선행학습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자고 가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학교라는 곳/교사의 권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교수님을 제대로 만나기도 힘든 대학생활을 그럭저럭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학자풍의 교수님을 만나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까?
한국 대학의 많은 교수들은 제대로 얼굴도 마주치기 힘들고, 내 학위 논문을 읽어보지도 않는다. 내 논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논문 심사장에서 내 논문을 공격하고 있는 나의 지도교수를 만나는 경우까지 있다. 대학원에서까지 필요한 '줄서기'와 '정치질'에 질려서 학위를 들고 그곳에서 나와보면 '권위자'라는 사람은 있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사람들끼리 이렇게 지내면 또 어쩔 수 없겠는데, 스리랑카에서 유학 와서 석사 학위를 딴 내 제자마저 '교수 얼굴 보기 힘들었다' ' 교수가 내 논문 내용을 모른다'라고 이야기해서 더 부끄러웠다. 그런 일 하라고 월급 받는 교수님들일텐데....
학교에 몸 담은 자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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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사회에 권위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심각했는데
이제 대통령마저 권위를 잃고,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의문이 너무 많아진 우리나라....
대체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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