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한 직장에 평생 다니셨고, 60대에 정년 퇴직을 하셨다.
경제 사정이나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60대 정년 퇴직은 흔치 않은 일이 되었고, 많은 자영업자가 생겨났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치킨집'이다.
실제로 치킨집이 그렇게나 많은 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관용어구처럼 쓰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XX는 치킨집 만큼이나 많다.' , '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봤자 50대에는 치킨 튀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요즘 보니, 치킨집만큼이나 많은 게 화장품 브랜드인 것 같다.
지금 존재하는 그 수많은 브랜드가 수익을 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가운데에서도 매달 또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수익이 날 구멍이 있는 시장인지....
줄라이, 에이프릴, 보타닉, 퓨어, 가든, ---블리, --- 랩(lab).... 여러 가지 이름을 달고 매달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데 너무 신기하다. 이 브랜드 중에 몇 브랜드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 너무 브랜드가 많아져서 새 브랜드를 만들 때마다 작명이 정말 힘들 것 같다. 화장품에 쓸 수 있는 예쁜 단어는 한정적이므로.
아마도 '화장품 한류' 같은 것으로 인해 아시아권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크기 때문인 듯 하고, 도심에나 있었던 올리브영, 부츠 등이 동네 곳곳에도 스며드는 상황이 되면서 화장품 판매 경로가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될 듯 하다. 메이크업 시장에 새로 중고생들이 편입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학생도 많았고, 졸업 후 사회 생활을 해야 진한 메이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복 입은 학생 중에 화장 안 한 중고생 찾기가 더 힘들고, 연한 피부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는 초등학생 정도로 점점 더 내려오는 추세이다. 이렇게 수요층이 넓어지고 시장이 커졌으니 뛰어드는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온갖 모든 식물이 화장품의 재료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효능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녹차, 토마토, 쑥, 쌀, 무궁화, 유자, 연꽃 등등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은 화장품의 재료로 집어넣는 듯 하다. 😂
나중엔 재료를 찾다 찾다 못해, 이 성분이 최고라며 '종이'를 갈아넣은 화장품이 나오는 건 아닌지...
매달 등장하는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와 새로운 재료들...
몇 년 뒤에는 얼마나 살아남을까.
이러다가 "한국엔 XX가 화장품 브랜드만큼이나 많다", "야, 너 대기업 들어가봤자 40대에는 회사 짤려서 화장품 브랜드 창업해야 해"로 말이 바뀌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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