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순하구나




남자는 참 단순해...
이런 말들 쉽게 한다.
어느날 나도 이 말이 진짜인가? 하고 수긍하게 된 날이 있었으니....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대학원 특성상 발표 수업이 많았다.
노트북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은 한 과에 한 두명이던 내 대학 시절과는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 대학원에 진학했더니 거의 모든 학생이 노트북을 가지고 등교했다.
명목상으로는 필기용, 실제로는 수업 시간에 딴짓하기용.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면서 다른 학생들을 보면, 그들은 그저 본인의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자기 일들을 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편했다. 다들 남의 발표를 안 듣는다는 뜻이니, 내 발표 대충 해도 태클 걸 사람은 없겠지 ㅎㅎ.


어느 수업 시간, 내가 맡은 것은 담당교수님이 학회지에 기고한 소논문 "여자 비치발리볼을 다루는 선정적 보도 태도 분석" 뭐 이런 것을 내용 정리해서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는 거였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자료는 흑백으로 되어있었지만, 나는 검색 엔진에서 해당 사진을 모두 찾아내어 "야심찬 올컬러" 비치발리볼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당시 교실에는 아재들 포함하여 20대 초반까지 10명 정도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나의 비치발리볼 발표는 '평소엔 발표하면 1-2명이랑 눈 마주치는 게 고작인데, 이렇게 여자들이 비치발리볼 하는 사진 있으면 그래도 5명은 봐주겠지' 하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내 예상은 그냥 빗나갔다.
서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부러 선정적인 부분만 골라 찍은 여자 비치발리볼 보도 사진이 나가자
10여 명 남학생들 전원이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반짝이는 눈빛들.
평소와 달리 모두가 나의 발표 자료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발표 흐름을 잃을 뻔 했다.
10명 중 5명은 그래도 봐주겠지....는 내 착각이었다. 10명 중 10명이 '본인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부동의 자세로 자료 화면 속 수영복 여자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평소 하던 일들 하시지, 왜?? 


진짜 단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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