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분말이다.


살면서 위태위태한 행복, 가려진 행복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한 남편이 불륜 중인데 여자친구(?)를 위해 명품백을 샀다. 그곳에서 목도리를 사은품으로 주었는데 그 목도리를 아내에게 가져다 준다. 아내는 그것을 감격스러워 하며 늘 소중히 두르고 다닌다. 이 아내는 그냥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한 걸까, 아는 게 더 나은 걸까.


위 예시는 "inspired by" - 영화<Love actually>랑<그것이 알고 싶다>이다.

<Love actually>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 남편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을 하러 갔던 아내는 남편이 목걸이를 포장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남편이 회사 여직원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은근히 목걸이 선물을 기대했던 아내는, 크리스마스날 남편의 선물로 cd를 받고 잠깐 방으로 피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학예회장으로 간다.


그리고, 내가<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것 중에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현지 여성과 사이에 아이를 낳고 한국으로 그냥 도망쳐 오는 남자들이 많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필리핀 여성이 눈물로 쓴 편지를 제작진이 한국에 가지고 와서, 그 아이 아빠 한국인을 찾아내 보여준다. 어둑한 승합차 안에서 그 편지를 읽은 남자는 '내가 결혼식을 몇주 앞두고 있다. 제발 이 사실을 그냥 묻어두면 안 되겠냐고'말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일이 아닌데도 상당히 아득해졌다. 이 남자와 결혼할 여자는 그냥 모르고 사는 게 약이겠지? 아는 순간 지옥이 아닐까? 그런데 평생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아도 불쌍하다. 남편이 어떤 인간인지 평생 모르는 거니까.



굳이 이런 극단적 예시가 아니더라도, 내가 누렸던 행복함 중에 알고 나면 행복이 아니었던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뭔가 찝찝하다.

혹은, 온전히 내가 만든 행복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행복이었을 수도 있다. 그냥 그 사람의 배려와, 모르고 살아도 되는 그 행운에 감사해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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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1. ㅇㅎㅅ
    씁쓸하군 ㅎ 난 진실한 내 존재의 가치를 위해 아는게 낫다에 한표

    • 맞아... 위에 [그것이 알고 싶다] 그 편은 보고 나서 내가 다 답답해지더라... 저렇게 묻혀있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그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무지 불쌍했어. 그런데 아마 나에게도 그냥 '모르고 넘어갔기에 더 행복했던'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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