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쓸 수 없는 지경이 된 휴대폰을 질질질질 써오다가 바꾼지 한 달이 넘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지하철에서 할 일도 없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게된 인류(?!)이기에...새것으로 바꾸고 나니 그동안 할 수 없던 것 중에 다시금 할 수 있게 된 것도 많고, 더 편리해진 것도 많다.
엄마가 쓰시다 포기한 것을 주워서 썼기에, 거의 폭발 직전에 가기까지 총 6년이나 사용해온 스마트폰. 저번 8월 경부터 남앞에 내놓기에도 묘한 모양새를 유지했는데, 진작 바꿀 것을 왜 12월까지 질질 끌었는지, 나의 생활 행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경제적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가장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써오고 있던 터라 매달 6500원 정도 내던 것을 현재 19000원 정도 내고 있기는 한데, 성능이 엉망인 폰을 쓰면서 느꼈던 불편에 비하면 13000원 정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사실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뒤로는 내가 가입한 알뜰폰 사이트에 가서 성능 비교고 뭐고 그냥 갤럭시 중에서 제일 저렴한 모델로 결정하고 나니, 30분도 안 걸리는 일이었다. 폰도 다음다음날 바로 배송이 되었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질질 끌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성격이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본인이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그러다가 또 그냥 나와 타협했다.
물론 실천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아주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뭔가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거.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나를 자학하지는 않기로.
보조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어도 자꾸자꾸 꺼지는 전화기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보낸 4-5개월이 너무 아깝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뭔가 다른 일로 실없이 방치하다가 몇 개월씩 허비하기도 한다는 거.
결국 너무너무 힘들어지고 나서야, 행동에 옮기는 경우도 많다는 거.
조금 다른 상황일 수도 있지만,
한국 케이블 티비에서 오프라 윈프리쇼 방송을 자막 달아 내보내주던 시절 -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가 이런 거였다.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할리우드 배우가 나와서 이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부부가 살면서 '아, 우리는 안 되겠구나.' '우리는 이혼하겠구나.' '이혼해야겠다' 라고 생각한 뒤에 실제로 이혼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국보다 비교적 이혼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미국에서도 결론을 맺기에는 5년이나 걸리는 일이었다.
심적으로 다들 큰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 이 상태도 뭐 나쁘지 않은데? 하는 안주, 쌓인 정에 대한 미련, 그리고 '뭐, 더 나아질 게 있겠어?' 이런 자포자기의 심정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한 걸음만 옮기면 다른 세상이 있는데
나처럼 스스로에 갇힌, 이유없이 또는 이유있게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너무 많이 있겠지?
사실 주위의 충고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결국 본인이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