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는 그랬을까



단톡방에 같이 속해 있는 아는 사람이 이사를 했다.
거기에 속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그들에게 비싼 집들이 선물을 해주자, 그들이 단톡방에 즉시 사진을 찍어 올리고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약소한 선물을 보냈는데, 거기에 대해선 잘 받았다는 인사가 없다. 아마도 나도 다른 사람처럼 비싼 뭔가를 보냈으면, 지금처럼 그냥 밀어놓고 나중에 열어봐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격지심인가.

뭔가 서글퍼진다.
돈을 적게 쓰면, 아무래도 적게 쓰는 그 사람에 대한 대접은 확실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혹시 예전에 그렇게 가격에 따라 차별을 두어 사람을 대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선물을 받은 날은, 내가 2년 동안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날 때였다. 






높이가 내 턱밑까지 차는 이 선물은 사실 받고도 당황했던 제품^^. 다행히 학생들이 나에게 줄 때도 박스에 넣어왔기 때문에 그 박스채로 EMS로 집에 부쳤는데, 박스 안에서 흔들려 파손될 위험 때문에 박스와 저 램프 사이사이 빈 공간을 채워야했다. 종이와 신문지 같은 걸로 채우다 채우다 결국 그날 입고 있었던 옷의 일부까지 넣어서 한국으로 보냈었다. 🤪🤣




얼마 뒤 집에 와 보니, 무사히 도착해있었다ㅡ 나머지 코끼리상, 백조(?)상, 불상(!) 등은 나의 환송회 때 선물 받아서 직접 내가 가방에 넣어가지고 비행기를 타고 온 것들이다. 스리랑카 학생들은 유난히 저런 장식품이나 액자 선물을 많이 하는데،‌‌ 운반이 너무 어려워서 많이 깨먹었다 ㅠ.ㅠ

그리고 특징적인 선물은 장신구. 
기본적으로 인도의 사리 같은 의상을 자주 착용하기 때문에 목걸이 팔찌 등이 아주 많고, 스리랑카의 여자 아기라면 태어난 뒤 무조건 귀를 뚫기 때문에 귀고리, 목걸이, 팔찌 선물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귀를 안 뚫어서...)


 
받은 것들 중 일부임 :)



아이들이 수줍게 내민 모든 선물들 다 아직도 가지고 있고 감사 인사 하고 싶은데, 애들 대부분이 자기 이름을 안 적어서 선물을 줬다.
순식간에 수십가지 선물을 받았는데, 그중에 이름이 써진 것은 몇 개 없어서 대부분의 선물을 누가 준 것인지 모른다. 😭

 
적은 용돈에 그래도 마음을 담아 내민 선물들인데, 내가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나도 받으면서 크고 화려한 것에만 눈이 돌아가고, 소소한 것에는 미미하게 반응하지 않았을지 걱정된다.

사실 비싸고 좋은 것에 눈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은 뭐, 거의 본능에 가까우니....




댓글

  1. 글만 보면 계획적으로 쓴 것 같지만,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을 안 하고 시작했는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사진도 찾아서 넣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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