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억



한국 정부에서 가을~ 초겨울쯤 해서 외국인 한국어 교사를 초청해서 3달 정도 교사 연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종종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입국하곤 하는데 사실 거의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서 진행되는지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출국을 앞두고 성남 근처 연수센터로 다들 모였을 때에야 내가 찾아가서 만나게 된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외국인 한국어 교사들끼리 친교를 위해 각자 나라의 토산품(?!)을 들고 입국했더라도 3달이 지나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서 나눠주다 보면 그 선물들이 다 사라지게 된다.

출국을 앞두고 나를 만나게 된 제자들이 그래도 나에게 뭔가는 주고 싶은데, 이제 줄 건 없고... 귀국을 앞두고 고국의 친지들을 위해 선물을 집중 구입한 터라 돈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고국에 가져가봤자 그닥 임팩트가 없을 물건들을 나에게 '선물'삼아 투척하고 가는 걸 보게 된다 😜

몇년 전에 그렇게 출국을 몇 시간 앞둔 제자들을 만났는데, 석달을 지내느라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홍차 같은 선물들이 이젠 다 없어져 미안하다며 한국 제과점의 쿠키 세트를 내밀었다.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즐거이 받아왔다.

다음 해에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온 다른 제자를 만났는데, 그 제자도 작년과 똑같은 쿠키 세트를 내밀었다. ㅎㅎㅎ. 아마 그 친구는 내가 작년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이 똑같은 세트를 받았다는 걸 모르겠지. 2년에 걸쳐 똑같은 세트를 나에게 투척하고 떠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연수팀에서 연수생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아닐런지. 이 학생들이 제과점에 들어가서 이 똑같은 걸 골라서 나에게 선물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애들이 이 과자 싫어하는구나 ㅋㅋ'.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주에서 학위를 마쳐서, 더더욱 보기 힘들었던 제자를 인천공항에서 배웅을 했는데, 짐을 너무 많이 가져와서 짐을 줄이지 않고는 비싼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그 제자는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짐 정리를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나온 게 1.5리터짜리 망고주스 한 병이었다😝. 열대 지방으로 돌아가는 그녀가 왜 한국 망고주스를 챙겼지?? 고국의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어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그 망고주스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환송을 마친 내가 가지고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마지막으로 공항을 떠날 때 환송 나온 후배들 차 한 잔씩 다 사주고도 몇천 루피(한국 돈 몇만원 정도) 가 남아서 나를 환송나왔던 애들에게 그냥 주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던 기억이 있다. 스리랑카 루피는 국외로 나가면 어차피 환전도 불가하고 쓸 수가 없는 돈이라서...

공항까지 가는 동안 van을 빌려서 타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돈이 남을 줄 알았으면 더 좋은 차종을 빌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밴 후졌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투덜거렸던 동생도 있어서...😹


그냥
귀국할 때가 되면 남들에게 다 버리고 가던 몇몇 일들이 갑자기 생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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