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놀러다니다가 요즘엔 내 사진이 남을 일이 좀처럼 없어서 나좀 "도촬"해 달라고 말했다.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을 자신은 또 없으니, 슬그머니 찍으라고...
친구가 "왜 이렇게 할머니처럼 보이지?" 하면서 찍어 준 사진은 내가 보기에도 할머니 같았다. 😆 사실 많이 충격받음. 그 팔자주름하며.... 그래서 페이스북에 사진 올릴 때 이렇게 효과를 줘서 거의 얼굴이 안 보이게 했다. "이 정도 유체이탈을 해야 노화의 징후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라는 말과 함께.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더 생각해보니
할머니효과(?)를 좀 더 앞당긴 것이 안경 사용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이제 눈에 진짜로 노안이 와서 할머니들이 보듯이 깔아보고 있었으니...
언젠가부터 성큼 노안이 찾아와서 근시 안경을 끼고는 폰 글씨가 잘 안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안경테 아래로 눈을 내리깔고 안경 아래 나안 시력으로 가까운 글씨를 보려 노력하게 되는데 이게 진짜 할머니의 모양새다.
올 2월 설날에 혼자 호텔에서 쉬던 날의 일화도 떠올랐다. 방에서 뒹굴다가 저녁 사러 나가는 길...
머리엔 비니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은 가리고, 스키니 진을 입고 ...신체의 대부분을 가리고 나니 마음 속에 "야, 20대 같은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아/직/은 나잇살이 붙지 않아서 내 몸무게도 거의 30년 가까이 그대로이고.
거대한 착각 속에 호텔 방을 나서서 자신있는 걸음걸이로 호텔 아래층 쇼핑몰 음식점 입구에 당도하는 순간.... 나는 이제 중년임을 얼음처럼 쨍하게 자각하게 되고 말았다.
"QR 코드 찍어주세요"
갑자기 허둥지둥. 그때가 상당히 오랜만의 외출이었던지라 큐알코드도 오랜만에 사용해보았고, 나는 카카오톡을 경유해서 큐알코드를 쓰는데 그때 하필 내가 카톡 포맷을 귀여운 버전으로 바꿔놓아서 글자로 써있어야 할 안내문이 모두 그림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 뭐를 눌러도 익숙한 화면은 나오질 않고, 늘 안경 아래로 눈을 내리깔고 작은 글자를 보는데... 외출해서 마스크를 끼면 그 시야를 방해받는다. 아무 것도 안 보여서 몇분째 허둥지둥하고 있으니...직원이 퉁명스럽게 "여기다 손으로 적으셔도 돼요"한다. 갑자기 내가 굉장히 초라하게 느껴짐.
혼자 " 20대처럼 보일지도 몰라...." 하고 착각한지 5분 만에 "응, 그거 아냐" 하고 가차없는 철퇴를 맞음.
3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세요?" 라는 진지한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들어서 나도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는데 ;;;;;; 이젠 내가 봐도 그게 도저히 안 됨을 느낀다. (물론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좀 많은 사람들이다.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딱 보면 내가 자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걸 당연히 안다.)
몸무게의 변화는 없지만 전신 사진을 보면 뭔가가 심히 아줌마스럽다.
게다가 가까운 게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이 훅 들어올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ㅠ
늙은 사람의 둔함을 탓하는 젊은 사람은 그 둔함의 이유를 아마 죽어도 이해 못할 것이다. 본인에게도 노안이 불쑥 찾아와서 어느 순간 가까운 것이 희미하게 보이기 전까지는.
아줌마란 게 나쁠 것이 없지만 그래도 미혼이니 아줌마 소리가 왠지 꺼려져서
어찌어찌 잘 버텼는데...
올해 들어서는 정말 내가 봐도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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