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mingway's ants



고양이 주려고 북어포를 가지고 나갔는데,
고양이들이 냄새만 킁킁 맡고 마는 거였다.

땅바닥에 내려놓을 걸 뭐 다시 집으로 들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어떤 생명체든 먹으라고 구석에 잘 놓아두고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동영상



 

어라...
개미 한두마리가 자기 덩치의 십수배는 되는 북어포를 질질 잘 끌고 간다.
개미가 이렇게 힘이 센 줄 몰랐다.


계속 지켜보며 영상을 찍고 있는데, 아까는 흥미가 없던 고양이가 냉큼 북어포를 강탈.
몇 분간의 개미들의 노력이 수포가 됐다.

원래 두 개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개미들이 끌고 가고 있었는데
나머지 하나도 뭐든 잘 먹는 고양이가 스르륵 나타나더니 그냥 잡아채가서 먹었다.
그 고양이 눈에 개미는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뭔가 허무했다.

예전에 읽은 헤밍웨이의 소설 중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개미들이 장작불 근처에 놓여진 나뭇가지 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걸 보았는데
인간이 손을 잠깐 뻗어 messiah가 되어 나뭇가지를 치워주면 개미들을 다 살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때 교수님은 '인간의 운명에 무심한 신'을 나타내려 한 것이라고 설명해주셨었다.

나도 고양이의 주의를 딴 데로 끌거나 다른 데에 북어포를 내려놓으면서 고양이를 이동시키면 몇분간 애쓰며 끌고 간 개미에게 보상을 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고....

창조주가 있다면, 그들이 인간의 행복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모든 생물은 참 미미한 존재이기는 하다.

개미는 고양이 앞에 아무 것도 아니고
고양이는 인간 손아귀에 잡히면 또 아무 것도 아니고
인간도 자연 재해 앞에서는 무력하고
또, 개미보다도 더 작은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선 온 인간 세계가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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