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거의 비판 금지의 영역인 한국인 유명 선수가 있어서 쉽게 말은 못하지만
솔직히 예전부터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등등 심판이 채점하는 종목이 대체 무슨 스포츠인가 싶었다. 주관적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그런 종목들. 그냥 그 종목 자체로 따로 대회를 여는 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올림픽에 포함될 정도의 종목인지는 잘....
2010년에 2위한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자신의 연기가 금메달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시상대에서 금메달 자리 한 번 밟고 은메달 자리로 갔던 일, 2014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 금메달 한 번 따고 그뒤로 자취를 감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등등 애매한 판정이 늘 발생하는 종목이 피겨스케이팅이다.
저번 도쿄 올림픽 경기 중 늘 러시아가 금메달을 따는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이스라엘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는데, 당시에 1,2위를 다투던 그 이스라엘/러시아 선수 중 한 명(누구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음)의 채점 시간이 유난히 오래 걸려서 이상했다. 우리 나라 선수가 관련이 없어서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만약 한국 선수가 여기에 관련이 있었다면 '심판들이 점수를 차후 조정해 메달 순위를 바꾸고 있다'고 한국에서도 난리가 났을 사안이었다. 그만큼 의문의 긴 채점 시간이었다. 원래 채점 종목을 안 좋아했지만 그때 다시금 정말 이상한 종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도 심판 판정으로 순위가 정해져서 난리가 난 것 같은데, 쇼트트랙도 이젠 올림픽 종목의 수준을 벗어난 것 같다.
예전에도 석연찮은 판정 많았지만, 이제는 기술이 더 발전해서 비디오 판독이 더 심층적으로 변한 것을 보고 사실 이젠 올림픽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종목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스포츠가 경기 자체 시간보다 비디오 판독 시간이 더 긴지....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못 누리고, 채점제 종목도 아닌데 심판의 판단에 대해 불안에 떨며 전광판 지켜봐야 되는 게 과연 스포츠??
그렇다면 스포츠가 과연 뭐야? 하고 나도 새삼 뜻을 찾아보니 설명 중에 "needing physical effort and skill "이 있는데, 사실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쇼트트랙 모두 신체적 숙련과 기술이 필요한 종목은 맞지만 그것의 규격화되어 측정되는 것이 아니고 심판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 혹은 반칙이 카메라에 잡히느냐 안 잡히느냐로 금은동이 정해진다면, 올림픽 종목일 이유까지는 없다고 본다.
예전에는 한국이 워낙 잘해서 한국 선수의 시원시원한 질주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실력이 평준화되어서 4-5명이 엉켜서 자리다툼을 하다가 한 두명 미끄러져 나가떨어지고 남은 자들끼리 비디오 판독해서 순위가 정해지고...이게 무슨 스포츠인지? '운'이 지배하고 현장감과 동시성이 사라진 종목....이걸 무슨 재미로 보라고? 심판 자질도 문제지만 그냥 종목 자체가 생명을 다한 느낌. 현장감있는 경쟁 끝에 부가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간이 추가되는 게 아니라, 경쟁이 끝나고 경기 시간보다 비디오 판독 시간이 더 긴 종목이 사실 올림픽에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심판도, 방송해설자도 모든 선수의 유니폼을 흑백 처리하고 국적 구별이 불가능한 실루엣만 남긴 채로 경기를 본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그게 아니라도, 방송 해설자의 경우 어떤 상황이라도 그저 팔이 안으로 굽을 것 같다. "아... 저 경우는 사실 반칙이 아니라서 우리 나라 선수가 판정의 수혜를 입은 것 같네요. 상대 국가 선수에게 미안합니다." 이렇게 말할 해설자가 있을지... 🤷♀️ 어느 나라이건 간에.
객관적 결과가 있는 게 아니라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종목이 올림픽 종목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려서 모두 뼈를 깎아 준비하는 대회인데.
그저께인가 올림픽 첫날, 경기 끝나고 비디오 판독만 몇분씩 하는 걸 보고, 이게 무슨 스포츠야? 하고 맘을 접어서 한국인들이 더 광분하고 있는 오늘의 판정에는 흔들릴 것도 없이 덤덤하지만
한 가지, 이 종목에 모든 것을 걸고 피나는 노력을 하며 일상을 희생해 온 선수들이 너무 안타깝다. 심판의 눈에 좌지우지되는 이런 '거지같은' 종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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