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랐던 사람들



* 초등..아니 "국민학교" 4학년 때 우리 반 여자아이가 피구하다가 넘어졌다. 걱정하는 친구들이 그 애에게로 몰려들자 그 10살 짜리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 싫어. 오지마. 난 남들이 날 동정하는 게 싫단 말이야" 

그때 나도 10살이긴 했지만 그 순간이 무슨 드라마 속 한 장면 처럼 느껴져서 당황했던 게 기억난다. 쟤는 어디서 저런 감성을 흡수했을까. 

지금 떠올리면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도 약간 갈색인, 키도 큰 편이었던 여자 부반장 아이. 또래보다 좀 더 조숙했던 것 같다. 내가 5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갔기 때문에 5년 다닌 그 학교의 졸업앨범은 나에겐 없으니 그 친구 얼굴을 제대로 기억해낼 방법은 이제 없지만. 




* 대학교 1학년 5월 쯤엔가, 교양국어 시간에 단체로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갔다. 바로 앞에 배우 얼굴이 보이는, 나름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입장권 뒤에 감상을 짧게 적어내는 게 과제였으므로 모두 그렇게 했다. 

다음 수업 시간, 교양국어 담당 선생님이 수업 참가자 모두의 감상을 깨알같이 타이핑해서 가져오셨다. 대부분 나처럼 뭐 즐거웠다. 잘 봤다. 사회적 메시지도 있었다. 그런 내용. 하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던 후기 하나. " 노래 부르고 춤만 춘다고 다 뮤지컬이면 뮤지컬 못할 사람 없겠다. 레미제라블이나 노트르담의 꼽추 같은 뮤지컬에 익숙한 나에게는 좀 시시했다." 

@.@
당시 만 나이 19세 언저리의 대학교 1학년 1학기. 그리고 지금처럼 뮤지컬이 인기있던 시기도 아니었다(무려 당시는 20세기였음ㅋㅋ)  입시 교육에 쩌든 한국 고딩을 벗어난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시기였는데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이런 류에 이미 익숙하다고?? 
나랑은 소속 학과가 달라 잘 모르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어떤 문화 생활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늘 어디에나 남들보다 빨리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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