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안녕



여기저기서 지겹게 들었겠지만, 중국은 종이 화폐와 안녕을 고하는 중이다. 모두 큐알코드로 결제를 하며, 그래도 돈은 돈이라서 현금을 안 받진 않지만 중국 상인에게 거스름돈이 없어 곤란해한다고 한다. 아예 현금을 준비해놓지 않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홍콩으로 와보니 홍콩도 이제 곧 중국을 따라갈 것 같다. 물론 홍콩도 옥토퍼스 카드를 이용한 결제 탓에 이미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긴 했지만 식당 탁자 위에서 중국과 같은 큐알코드를 슬슬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에도 큐알코드 승차 등장.

10여년 전 홍콩 여행에서 남은 동전을 탈탈 터니까 0.5홍콩달러 동전까지 나왔다. 불길한 예감. 이제 다들 잔돈과 고별하는 시대인데 내가 이걸 쓰고 돌아올 수 있을까? 1/2/5 달러 동전은 그래도 쓸 구석이 있을 텐데 0.5??

어제 편의점에서 칭다오 맥주 캔을 집었는데 홍콩 물가에 비해 매우 싸다고 생각했다. 10달러. 1630원.

오늘은 밤에 호텔 앞 지하철역까지는 잘 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출구를 나와서 돌아가야 하게 생겼다. 어휴... 피곤하다 피곤해. 홍콩에 돌아와선 삽질의 연속이다. 처음 가본 션전에선 크게 안 헤맨 것 같은데 비록 10여 년 전이라 해도 이미 두 번 와본 홍콩에서 매일 헤매고 다닌다. 

그래서 낮에 호텔에서 나가는 길에 바뒀던 편의점에 못 가고 호텔과 대각선 위치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으휴.. 길 한 번 잘못 들어서 편의점 가려면 길 두 번 더 건너야 해 🤢
오잉? 그런데 하이네켄이 8.5홍콩달러? 1383원?? 한국의 1/3 가격에 + 0.5 동전을 털 절호의 기회? 


손에 동전을 준비해서 줄을 섰다. 
뭔가 이 동전을 보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사진을 찍어 두고 싶었다. 내가 언젠가 홍콩에 다시 오면... 그땐 홍콩도 지폐/동전 없는 사회가 되어있을 것 같았다. 





안녕 홍콩 동전들...우리 집에 10년 넘게 있었네. 
갑자기 사진을 찍고 싶어져서 폰 꺼내느라 다급해졌는데 다행히 내 앞 사람 계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밝게 웃으면서 인사말을 건네 가며 계산을 하고 계셨다. 언젠가 홍콩 영화에서 들은 것 같은 높은 톤의 목소리 :)

내가 맥주를 내미니까, '이 말을 해야겠다'라는 표정이 잠시 지나가더니 %#^#&@&#^#&×*×^@^ 하고 크게 웃으셨다. 느낌으로 알았다. (=착각한다) "너 20살 넘은 거 맞아?" 이런 식의 농담이라는 것을. 진짜 혼자 오버해서 짐작하는 것이지만, 이미 아주머니도 내가 그런 나이는 아니라는 걸 아실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동양 사람들끼리 상대방의 아줌마스러움을 간파 못할 리 없다. 그저 사람 기분좋게 만들어주고 싶은 분.

길을 잘못 들었지만 0.5달러도 처분하고, 명랑한 아주머니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나이를 물어봤을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네... 게다가 홍콩은 음주 가능 연령이 18세라고 하니.
'이거 왕창 세일 중인 거 딱 집었네?' 이런 거였나보다 ㅎㅎㅎ


아무튼 혼자 착각해서 혼자 기분 좋아지면 된 거지 뭐. 이번에 삽질을 많이 하면서 배웠다. 그냥 잊어버리면 간단하다는 거. 그리고 좋은 것만 생각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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