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기함



나는 2000년대 초반에 당시 중국 top3라던(지금은 순위 떨어짐) 대도시에 잠시 살면서 중국 특유의 화장실 문화를 경험해 본 사람.

시내 중심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골도 아니고 대도시인데,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정말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밑으로 구멍만 뚫린 화장실에도 가봤으며(급해서 안 들어갈 수가 없었음) 그럭저럭 외향적인 모습은 한국과 다를 바 없는 대형마트였지만 화장실에 가니, 벽은 하나도 없고 앞사람 옆사람과 눈 마주쳐 가며 쪼그리고 앉아 일을 봐야 하는 곳이어서 놀란 적도 있다.(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냥 적응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을 봐야 함)

그래도 조금 좋은 건물에 가면 화장실에는 칸칸마다 벽도 있고 환경도 조금 나은 편인데, 인건비가 워낙 싸다 보니 그 공중화장실마다 1명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한국처럼 한 사람이 몇 시간마다 한 번씩 청소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붙박이로 그 화장실에서 근무하면서 사람이 들고 날 때마다 청소를 하는 것이다.


2019년에 중국을 떠난지 15년 만에야 그 도시에 다시 가보게 됐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천지개벽을 했다. 도시 자체가 엄청 세련되고 깨끗해짐. 길거리 식당을 못 가봐서 길거리 화장실의 상태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제 예전같은 화장실 형태는 거의 없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한 가지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도심의 괜찮은 쇼핑몰이나 대형 건물에 가니 15년 전처럼 여전히 화장실에 1명이 계속 상주하며 화장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건 비슷했는데, 외형적 깔끔함에 비해 숨길 수 없는 '지린내'가 화장실 전체에 스며 있는 거였다. 참 신기하다. 어떻게 직원이 상주를 하고 있는데 이 냄새를 못 없앨까? 이렇게 새로 지은 쇼핑몰, 2019년의 대도시에서??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그런 냄새를 맡았던 것 같다. 흠...


이번에 4년 만에 중국/홍콩에 다녀왔는데, 변화의 속도가 빠른 중국에서 화장실 문화는 또 어떻게 바뀌었나 하고 돌이켜보니... 
어디서도 공중화장실에 간 기억이 없다. 😳 7박 8일 동안 홍콩 공항 화장실과 내 호텔방 화장실 외에는 화장실을 본 기억이 없고 찾으러 다닌 기억도 없다. st.regis에서 칵테일 한 잔 하고 화장실에 간 기억도 났는데, 여기는 뭐 홍콩 내에서도 최고로 관리되는 곳일 테니 청결도 논의 제외.

내가 호텔에 머무를 때에도 호텔 변기에 앉으면서 '그러고 보니 나 여기 체크인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일은 처음 보네?' 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때 내 분석은, 기본으로 33도를 가뿐히 넘어 37도 까지도 찍는 무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충분히 배출되었기에 소변이 덜 나오는 거라고 판단을 했었다.

그런데 호텔에서 뿐만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도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는 거였다. 그만큼 내가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아마 내가 살면서 땀을 제일 많이 흘리고 돌아다닌 일주일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호텔에 돌아와서 젖은 옷 빨래, 하루 두 번 이상 샤워하고, 아무 생각없이 이마를 짚으면 이마가 물에 젖은 듯 미끌미끌해 놀라던 순간들.💦

인체란 건 정말 신기하네. 
수분이 땀구멍으로 엄청나게 체외로 배출되고 있으니 물을 계속 마셔도 소변은 적게 나온다는 것. 그게 자동 조절이 된다는 게 정말 신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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