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굉장히 맛있는 고기 먹고 남은 부위를 가지고 동네 냥이들 만나러 나갔는데, '한우 등심' 감별사인 은둔냥은 냄새 킁킁 맡고 취식 거부. 😖
음... 이건 한우 등심이 아니라서 그런가.
아파트를 서성였지만 그날따라 아무도 안 보임.
보통은 어디 구석에 놓아 두면 뒷산 야생 고양이든, 새가 날아오든, 개미든?? 누군가에 의해 다 없어지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 반경 바닥에 던져 두고 돌아오는 편인데 이 자투리는 너무 아까웠다. 맛있는 거라서 그래도 나랑 안면있는 냥들이 먹는 걸 보고 싶었다.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나갔고
오늘은 날이 개었다. 다행히 고기도 딱딱히 굳지 않았다. 보통은 하루면 먹지 못할 정도로 돌덩이가 되는데 어제의 습기가 있어서 그런가? 하지만 킁킁 냄새를 맡아 보니 내 코에는 구운 고기 특유의 냄새가 이젠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면 냥이들이 안 먹던데 아까워라.😤 그래도 일단은 가지고 나감.
오늘은 다행히 치즈냥 두 마리가 놀이터에 있다.
나랑 친한 냥이는 내 곁으로 다가왔고,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한 마리는 멀찍이서 날 관찰한다. 하지만 얘는 나한테서 먹을 것을 기대하기는 한다.
멀리 떨어져 앉아서 다른 한마리와 놀아주면서 사료처럼 적당히 굳은 고기 조각을 다른 한 마리에게 던졌다. 다행히 '회피냥' 앞으로 정확히 굴러감. (앞으로 '회피냥'이라고 부르기로 했음😾) 잘못 던지면 자기 위협하는 줄 알고 회피냥이가 도망가는데, 워낙 조그만 고기 조각이라 킁킁 냄새 맡더니 먹기 시작. 으... 다행이다. 5개 콩알쯤 되는 걸 계속 던져줌.
이렇게 먹어 주니 얼마나 고맙던지...
내 기준 '입이 짧은 편'인 나랑 친한 냥이도 그저께 은둔냥처럼 냄새 맡아보고 안 먹던데 얘는 낼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거 맛있는 부위야.'
은둔냥도 내가 지나가면 '냥!' 소리 한 번은 내곤 하는데...
이 '회피냥'은 나를 아는 척 하는 날이 오긴 할까.
4개월이 지난 후, 저 때가 '은둔냥'을 본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부위도 더 이상 먹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ㅠ 너무 나이 들어서.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길냥이들과의 만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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