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모든 걸 결정하는 건...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편인데 (5년에 한 번쯤?) 이번에 온가족이 차례로 걸리는 와중에 나도 마지막으로 주말에 감기 기운이 있었다.

목부터 부었다가 열이 났다가 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약 먹고 사그라든 상태다.

6월에 파리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에 목이 계속 간질간질하고 칼칼한 데다가 몸도 평소보다 더 피곤한 것 같아 '감기 기운인가' 하고 걱정했는데, 12시간 가까이 침대에서 꼼짝 않고 푹 쉬고 일어나니 증상이 사라져 다행이었다. 이번 주말에 목 부은 게 결국 발열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6월에 증상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고생하는 증상대로 타이레놀, 진경제, 지사제, 항생제까지 챙겨가긴 했는데 목감기 생각을 못 했다. 항생제는 예전에 갑자기 두 번 찾아온 적이 있었던 방광염 때문에 혹시나 급박한 상황이 올까봐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 사실 목이 부었다고 해서 처방 없이 마구 먹기는 부담스러운 약이다. 이제는 목감기용 스트렙실이라든지 테라플루..그런 류도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 약만 늘어나네.


내 마음과 의지가 있어도 결국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건 역시 건강 상태였다. 다행히 감기에 걸리진 않았지만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날 저조한 몸 상태로 인해 야경을 보러 나가진 못했고, 암스테르담에서 신발을 잘못 선택해서 발바닥에 큰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상하이 여행이 단축되어 요즘 새삼 아쉽다.






상하이에서 오후 늦게 호텔에서 나와 어느 정도 걸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밤에 호텔로 돌아올 때 약간의 통증이 생겼고 물집 있는 부분에 힘이 쏠리지 않도록 절뚝이며 걷는 모양새가 되니 '이 상태에서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결국 출발 12시간도 안 남긴 표를 급히 사서 귀국했는데, 저렴한 비행기표라서 환승하느라 하루 종일 걸었어도 다음날은 또 발바닥이 멀쩡한 거였다. 😢 하루만 참으면 낫는 거였는데...

일단 가장 유명한 야경은 봤으니, 엄청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소소하게 동네 골목 걷고 카페에서 조용히 차 마시고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도시에서 내 시간 갖기...이런 거 하려고 했었는데, 아무 것도 못하고 돌아와 새삼 아쉽다. 하지만 그날 밤엔 그날 밤대로 '걷지를 못하는데 호텔 방에 박혀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기는 했다. 


어린 자녀를 다 키우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테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내가 '막상 어느 시점이 되면 애들을 두고 떠날 수 있느냐, 돈과 시간이 충분한가,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무릎이 순례길을 버텨 줄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문제더라' 라고 말해 준 적 있는데, 정말 그랬다.

결국 모든 걸 결정하는 건 건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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