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 알고 있는 것





이혼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이혼 변호사가 직업인 사람이 대본을 썼기에, 현실적인 내용으로 주목을 받다가.. 후반부는 약간 처지는 전개로 힘이 딸리는 모양새.


불륜으로 큰 상처를 준 아빠와의 이혼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캠핑장 등등에서 모녀가 그 부재를 느끼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는데... 댓글들을 보니 비현실적이라며 난리들이다. 그렇게 힘들게 이혼했는데 어찌 벌써 아빠를 찾냐고.

하지만 나는 이혼한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그 친구가 해준 얘기가 ..
'남편/아빠 존재는 뭐 하나 필요할 때가 없고 딱히 부재를 느끼지 않았지만, 사실 놀러 가서 텐트 칠 때는 '역시 아빠가 있어야 하는 건가' 싶었고, 수영장 탈의실 앞에서 아직 어린 아들 수영복을 갈아입혀 줄 사람이 없어서 (내 친구가 남자 탈의실에 들어 갈 수 없으니) 따로 직원에게 부탁해야 했을 때 그게 불편했다' 이거 였어서.

딱 친구가 얘기해줬던 에피소드들이 드라마에도 나오는 거였다. 텐트 치며 쩔쩔 매는 거. 다행히(?) 드라마 속에는 엄마와 딸이 등장하기에, 탈의실 에피소드 같은 건 나오지 않았지만.

나도 내 친구의 경험담을 안 들었다면 '에휴... 저게 뭔 전개 ... 쓰레기 같은 아빠랑 헤어져 놓고 저렇게 빨리 부재를 느낀다고?! 필력 딸리네'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나오니, 이혼 변호사인 작가도 들은 얘기를 썼겠구나 싶었다.


내가 듣던, 보던, 했던 경험만큼 
남을 더 이해할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윗 문장을 더 확신을 주는 문체로 쓰고 싶었는데 쓰는 동안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도 오히려 좁은 세계와 고집 속으로 점점 갇혀 가는 노인들>을 떠올리니, "경험 -> 이해의 폭"은 또 아니라서 '--한 것 같다' 라는 두리뭉실한 문장으로 바꿨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애매한 결론을 낼 거면
이 글은 왜 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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