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위 내시경 정기 검진을 받으러 나가는데, 현관 앞에 선 나를 엄마가 유난스레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본다.
엄마 “안 깨어나면 어떡해? 난 이따 약속 있어 나가는데..“
나 👀“엥? 난 위 내시경 그냥 비수면으로 해”
나와서 걸으며 생각해 보니 엄마는 검사 받으러 갈 때마다 나와 동행을 했었는데… 앞으로 늙어도 병원 같이 가 줄 자식이 없는, 늘 오늘처럼 병원에 혼자 가야 할, 딸의 미래가 그려져서 그렇게 슬픈 🥺 눈으로 날 바라보신 거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의 투병을 지켜 보면서, 옆에서 도움이 되는 보호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긴 했다. ( 조직 검사 막 마치고 나와서 아파하는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가자!‘ 재촉하던 보호자, 아내가 항암 주사 맞고 있는데 옆에서 투닥투닥 시비거는 남편 등등 목격)
하지만 가끔은 '모두의 종착역은 병원인데 성공한 인생이란 결국 따스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병원 동반자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없었던, 거대한 “연세 암병원” 이 새로 지어져 그 건물이 압도적으로 먼저 눈에 들어오는 연대 정문 앞을 지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곤 한다. '당신이 아무리 으쓱하며 20대를 보내봤자, 모든 인생의 끝은 결국 여기다'라고 알려주는 기분.
또 한편으로는, 15년 전 스리랑카에서 가족없이 맹장염 수술실에 들어갔던 경험이 앞으로 도움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멀리서 올 상황이 안 되어서' 보호자가 없는 거랑, '올 사람이 없어서' 보호자가 없는 것은 마음가짐이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수술대에 올라가는 일 같은 - 모든 건 "혼자" 겪어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미리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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