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가, 예전 드라마 대사⬆️가 갑자기 기억났다.
'나 그런 사람 아니야' 하다가 어느새 스르르 '그런 사람이 되던' 순간들.🤭
이게 굉장히 신기하고 즐거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변화라고 생각해왔는데
한편으로는 (특히 인간 관계에서?) 뭔가 한 걸음 더 내딛으려고 할 때 사람을 움츠리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원해서 자연스레 하던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걸 발견하는 날이 결국 올까봐 주저.
위에서와 같은 예를 들자면
처음 고양이를 키우면서 '침실만은 내 공간으로'라는 생각에서 고양이를 내 방에는 들여놓지 않고 거실에서 재웠는데, 어느 새벽 침실 문을 열고 나갔다가 항상 방문 앞에서 날 기다리던 우리 고양이가 다 커서 외출냥이가 되었다는 걸 발견한 순간‼️ 관계의 역전이 찾아왔다. 그날 후로부터는 침실에 고양이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오히려 고양이 못 나가게 침실 문을 닫을 때도 있었다. "잠은 집에서 자거라"
전에는 하기 싫던 일이 어느새 당연해지던, 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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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이 타국에 고양이를 두고 귀국해서 끝까지 그를 지켜주지 못한 나쁜 사람이 되었지만
앞으로도 고양이를 다시 키울 생각을 못 하는 것은, 혹시라도... 마지막 순간이 와서 힘도 없고 축 늘어지고 대소변 못 가리고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순간이 하나도 없이 병 수발만 남은 고양이를 내가 잘 지켜주지 못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즐거워서 하던 care를 고역으로 하고 있는 순간이 올까봐.
(그런 행동을 할 최후의 사람인 줄 알았던) 동물 애호가 친구가 본인의 아기가 태어나자 "개가 짖어서 아기가 자꾸 깬다. 솔직히는 저 개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걸 들었을 때 충격받았지만, 그런 마음의 변화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以前都心甘情愿,现在不愿意干”
전에는 기꺼이 하고 싶어서 했는데
이제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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