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1년 사이에 연달아 태국 3번 방문하던 시절...(그뒤로는 한 번도 못감 ㅠ) 알게 된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한국에 홍수가 났을 때, 코로나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번졌을 때, 심지어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도 내 안부를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내줬었다. 못 만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미얀마에 큰 지진이 나서 방콕 건물들이 엄청 흔들리는 사진을 보고도 나는 그 친구들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지금에야 안부 메시지를 보내고...나도 참 무심한 사람이구나, 하고 있다.
같이 여행을 떠났을 때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으면 엄마는 굉장히 기분 좋아하셨지만 그분에게 내가 작은 선물을 하려고 하면 "뭘 그러냐" 하셨다. (결국 내가 전해주긴 함). 여행지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사람 덕에 큰 은혜를 받고도 우리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같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내가 도우려 하자 "됐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나를 말렸다. (그 사람들을 도우려면 우리집 근처 두 정거장 전에 나 역시 공항버스에서 먼저 내려야 해서 엄마 짐을 같이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우리 엄마는 잘 보면 참 베풀 줄을 모르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사회 생활'하느라 하하호호 웃으며 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잘 모를 수도 있지만 40년 같이 살아본 나는 안다. 특정 사람한테만 약하고 대부분에게는 가차없다는 것을.
그런데... 이렇게 남을 평가하기 전에 나도 베풀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나면 꼬박꼬박 연락 오던 그 친구들을 어찌 잊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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