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오랜만에 수영함.
한국 호텔에선 수영장이 아이를 데려온 가족의 필수 코스라서 꽤나 붐비지만, 중국 호텔 수영장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느낌이다. 여기도 대부분은 아이들을 데려옴에도.
이날은 아무도 없어서 놀람.
그런데 아무도 없으니 또 내 병(?)이 도지기 시작함.
수영장 가드 아저씨가 의식이 되어서 수영을 잘 못하겠는 거.😒
나는 자유형을 잘 하지 못하고 배영으로 수영장을 왕복하는 편인데, 그마저도 끝까지 가지는 못함. 그런데 내가 이렇게 중간에 멈추면 '저 아저씨가 날 걱정하지 않을까?' '저 여자는 왜 배영만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 그래서 좀 소심해졌다.
타인은 내게 거의 관심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XXX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살아가는 데 도움도 안 되고 행동에 위축을 가져오게 하는 것들인데,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스멀스멀 스며나온다.
이런 류의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일 중에 가장 후회하는 일 중의 하나는... 예전에 런던에 착륙할 때 항로가 완전 시내 중심부를 통과해서 지나갔었고, 내 창가자리에서 런던의 멋진 풍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였을 때 일이다. 나는 '옆자리 사람이 이런 거나 사진 찍는 촌스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라는, 다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걱정을 하면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
지금 와서 생각하면, 런던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다들 그렇게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런던에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하늘에서 런던 시내 명소를 모두 내려다 볼 일이 언제 다시 생길지도 모르겠는데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서 좀 아쉽다.
아무튼...
'내가 왜 수영장 안전요원을 의식해서 위축돼야 하지?' 하면서 생각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서 ...드디어 수영장 25m 풀 배영 왕복을 하게 되었다.
몇 번 왔다갔다 하고는, '예전에 수영 하고 나면 안 오던 잠도 솔솔 올 정도로 체력 소모가 많던데, 이거 살 좀 빠졌겠지?' 싶었다. 이 날 호텔에서 점심 애프터눈티 저녁 등등을 쉴새없이 제공받으며 실시간으로 체중이 불던 중이었어서.
하지만 수영 마치고 나와서 체중을 재보니 0.1kg도 변하지 않았다. 🤪 깜짝 놀람.
사실 여태까지 체중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와서 살 빼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몰랐다. 그런데 열심히 수영장 왕복을 해도 0.1kg 도 변하지 않는 몸무게를 보니 살 빼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남.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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