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람들은 욕을 잘 안 쓴다.
아빠 엄마가 욕을 싫어하셔서 우리에게 절대 안 하며 키우셨고(평생 들은 적 없음), 종종 다른집 자매들끼리는 "야 이년아" 이런 식으로 부를 때가 있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란다. 우리 자매끼리는 절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남자들 욕 문화는 또 다르니, 분가한 남동생이 어떻게 사는지는 알 수 없다.
나도 속으로 욕을 중얼거릴 때는 많지만 ㅎㅎ 입밖으로 쎄게 뱉을 때는 없다. 남에게 쓴 적 없음. 단지, 2023년 여름 홍콩에서 37도 날씨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다닐 때 평생 했던 거 중에 가장 많은 욕을 육성으로 내뱉으며 혼자 돌아다녔던 것 같다. 홍콩은 골목이 오밀조밀해서 구글맵을 보면서 돌아다녀도 내가 앱 화면과 다른 옆골목을 이미 걷고 있을 때가 많다. ' 와... cb cb cb ... 이건 아닐 거야, 이게 막다른 골목일 리 없어. F F F F... 여기서 다시 돌아나가라구? Cb@!!!!'
너무 더워서 이성 상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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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골목골목 예쁜 운하 주변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다가 '운하를 멀찍이 보면서 걷지 말고 바로 옆에서 보면서 걸으면 더 좋을 거야' 하면서 운하 바로 옆길로 붙는 순간....
자전거에 탄 어떤 여자분이 "fucking ooooo!" 하면서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지나갔다. 너무 당황함.
알고 보니 운하 바로 옆은 인도가 아니고 자전거길이었다. 그런 길 사진을 따로 찍지 않아서, 내 다른 암스테르담 사진을 다 찾아봐도 그 길 구분이 제대로 찍힌 사진은 없으니 설명할 길이 없는데.. 아무튼 그게 규칙인 듯 했다. 그러니까 나는 차도에 갑자기 뛰어든 인간인 셈이니 그런 욕을 먹을 만 했다.
하지만 나는 평생 그런 욕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 순간 머리 속이 아득해졌다. '와... 평생 험한 욕 안 듣고 살았는데, 네덜란드까지 와서 이런 욕을 듣네. 내 잘못이 맞지만 내가 마동석 체구였어도 저렇게 나에게 소리질렀을라나?'
정말 욕을 안 듣고 살아서 몇 분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면서 그냥 잊자 잊자 어쩔 수 없지, 내 잘못...그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진짜 그 욕이 잊혀졌다. 위에 ooooo라고 표기한 것은 자체 검열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젠 정확히 무슨 단어였는지 잊어버려서다. 당시에는 뜻을 아는 영어 단어였는데 지금은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
그 단어가 잊혀져서 다행.
하지만 평생 조용히 벽을 쳐두고 살다가, 갑자기 욕을 들어서 엄청 놀랐기에 욕을 들은 그 사실 자체는 여전히 잊혀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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