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야...




저번 그랜드슬램에서 뼈아픈 패배를 했다는 게
이번 그랜드슬램에선 우승을 꼭 해야하는 이유가 될 순 없지만

저번 롤랑가로스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놓친 야닉 시너가 안타까워서 '이번엔 누가 우승을 해도 좋아. 시너가 해도 되고 알카라스가 해도 되고...' 이 마음으로 결승전을 봤더니




결과적으로는 경기를 보는 내내 엄청 재미가 없었다.
스코어가 나오고 1set - 2set 다른 결과가 나와도 '그럴 수도 있지' 이 마음뿐.
'누가 우승해도 좋아'는 결국 '누가 우승해도 안 좋아'랑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승부를 내야 하는 게 스포츠인데,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거지. 
'다 좋아' 라는 마음으로 봤더니 패배에 대한 쓰라림은 없지만 간절함도 없었다.
정말로 간절하게 응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초조해서 나도 모르게 꼭 쥔 양손을 입 앞에 대고 손가락을 잘근잘근 깨물(?) 정도의 순간이 온다. 이제 다시 그런 재미는 느낄 수 없는 걸까. 

바로 전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은 진짜 재미있게 봤었는데, 보던 중간에 점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응원할 맛이 나서 였던 거다.




결국은 우리가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지는' 것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는구나. 
이런저런 의미에서.

내가 기울인 쪽에서 나오는 기쁨을 원동력으로,
내 반대로 기울어져버린 세상에서 나오는 고통을 발판 삼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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