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방콕 여행을 떠나면서 첫날 머물 호텔을 고르느라 이것저것 알아봤던 게 내 자유여행의 시초였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요즘에도 숙소가 저렴한 편인 중국 여행을 준비할 땐 '이 정도를 혼자 1박에 쓴다고?' 하며 고민하게 되는 금액대가 있는데... 생각해보니 18년 전 방콕 여행에서 내가 고른 첫 호텔이 그 정도 가격대였다.
와, 18년이나 지났는데, 나란 인간은 소득과 재산은 그대로(?)이고 아직도 그 정도 돈을 못 써서 고민을 하고 있구나 ... 이런 생각을 했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 여유가 생기고 씀씀이가 점점 더 커지는 게 정상이잖아.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이 떠올랐는데, 그 방콕 첫날 숙소도 원래 3만원대 숙소를 가려다가 '어떤 일'을 접하고 생각이 바뀌어 가격대를 더 올린 거였다.
'어떤 일'이란...방콕 여행을 준비하던 당시에
나보다 한 학번 아래였던, 그러나 3수를 해서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았던,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친하지 않아서 말은 몇 번 못 해봤던 대학 후배가
암이었나 백혈병이었나 하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일이었다.
뭐라고? 걔가?
친하지 않아서 안부도 몰랐던, 또래의 허망한 죽음.
오래 전 일이라 기억에 흐릿하지만 노래? 악기?에 재주가 있어서 우리 대학교 대표 밴드의 구성원이기도 했었던 친구. 삼수까지 해서 대학교를 들어올 정도면 정말 열심히 살려고 했을 텐데...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쉽게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죽음을 접하고 나서, 인생이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첫날 호텔 숙박비 기준을 올린 거였다.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방식으로 그 후배를 언급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일화가 없었다면 내가 그냥 잊었을지도 모르는 그 후배는, 이런 식으로 내 기억에 평생 남아 현생에서 그래도 누군가가 그를 한번씩은 떠올리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에서 아무도 언급을 안 해주고 잊어버리면
사후 세계에서도 사라질 수 있다고 하잖아.
이렇게라도 몇 년에 한번씩, 결코 친하지 않았던 후배를 떠올린다.
ㅎ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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