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중전공자로서... 20세기에 막 내린 줄 알았던 mbti가 21세기 - 2020년대 어디쯤 갑자기 살아나서 모든 사람을 16개 범주로 구분하고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T라서... 나는 쿨톤이라서... 이건 안 어울려."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인간들도 마치 고양이(?)처럼 어디엔가 꼭 본인을 끼워넣어야 안심이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mbti에서 한 가지 '이건 맞다' 싶은 건 나의 무계획 여행 방식. 일명 p의 여행.
나는 숙소 위치만 열심히 정하고 매일 숙소를 옮겨다닌다는 특징 외에는 거의 아무 일정도 정하지 않고 그냥 여행을 떠난다. 이게 p 스타일이라는 걸 보니 나는 p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짐을 풀지 않고 가방에서 꺼내 쓰는 습관이 있어서 금방 짐을 싸서 매일 방을 옮긴다. 열흘 이상 같은 호텔에 머물게 되어도 짐을 거의 풀지 않음) 어디를 둘러 볼 것인가는 보통 현지에서 당일 정한다.
그래서 나에겐 정말 작년 충칭-청두 여행 방식이 딱 맞는 것 같다.
작년 11월 6일 충칭으로 떠난 이유 : 갑자기 11월 8일부터 중국 관광이 무비자로 바뀌어서 그전에 12만원 주고 만들어놓은 1년 짜리 multi 입국 비자가 아까워서 비자 써먹으려고.
11월 1일에 중국 당국의 기습 무비자 시행 선언 들음 -> 11월 2일 비행기표 구입 -> 11월 6일 출국, 8박 9일 여행.
이미 한 번 입국하긴 했지만 12만원 다차 입국 비자가 필요없어지는 게 아까워서 90만원 쓴 이상한 여행이 됐지만 ㅎㅎ 지금 생각하니 이런 방식이 나에게 딱 맞는 것 같다. 갑자기 떠나는 거.
'전격 무비자 입국 시행'은 원래 가려던 여행을 당기는 계기가 되어준 거지.
갑작스런 여행이었지만 충칭/청두/난징 등이 워낙 각자 분위기 특징이 있고 다채로운 도시였어서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기는 했다. 이제는 그 무비자 때문에 중국 여행 장벽이 많이 사라지니, 항공권 가격이 꽤 올라가서 저렇게 갑자기 여행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예전에 10만원대에 항공권 살 수 있던 곳이 요즘은 대부분 2-30만원대라서 '에잇! 그냥 가지 뭐'라는 결정이 쉽지 않다.
장기적인 계획은 하나도 없이 살고
뭐가 손해이고 뭐가 이익인지도 모르고 사는 이런 삶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자랑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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