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만들어주는 풍경







11월의 저녁 하늘.
내가 좋아하는 푸른 색감으로 찍히긴 했지만
그건 폰 카메라의 장난? 실력?이고
사실 내 눈앞에 보이던 노을은 주황색 계열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 손에 쥔 폰 사진첩에 남은 사진들이
모든 내 기억을 형성하는 듯 하다.

뭔가 반대로 되어가는 듯.
기억에 남기기 위해, 이 순간을 찰칵 한 장으로 갖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 실제 기억은 가라지고 그 사진을 기초로 해서 내 기억이 재창조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번 11월 사진과는 반대로,
너무너무 색감을 남기고 싶었던 핑크-보라색 노을이었는데 아무리 다시 찍어도 주황색으로만 나오던 2022년 6월 - 밤 11시의 헬싱키.

밤 11시에 해가 지는 북유럽 노을 사진을 남겨두고 싶었는데
유럽 소매치기가 두려워, 오래 된 폰을 가져갔던 탓에 폰 카메라가 야경을 잘 담아내지를 못했다.
그래서 2년 뒤 다시 유럽에 갈 때는 용감하게 폰을 2개 다 가져갔다. 갤럭시가 원하는 색감을 담아내지 못하면 아이폰으로 찍고, 아이폰이 실제 색감과 다르면 갤럭시로 찍어보려고.



눈 앞에 보이던 실제 색깔이 달랐다는 세부 사항까지 기억하지 못할만큼 시간이 흐르면
몇년 뒤에는 사진첩의 사진을 보고 내가 주황색 노을을 본 걸로, 또는 분홍빛 노을을 본 걸로 기억이 만들어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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