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나의 Daum메일 계정으로 수도 요금 청구서가 보내지지 않는다고 '아리수본부'에서 알림톡이 왔다. '엥? 용량이 다 찼나?'하고 들어가 보니 내가 90일 동안 한 번도 접속을 하지 않아 휴면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
최근에 구글 메일만 주로 쓰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나의 주 메일 계정이었던 게 daum인데, 이제 광고 메일만 가득 차 있으니 접속조차 안한 지 그렇게나 오래 됐나 보다. 사실 구글 메일에도 '일방적' 광고성 메일만 가득 들어있다. E메일은 이제 '양방향 소통' 주요 기능을 잃은 듯 하다.

1999년에 유독 친한 친구들만 미국 교환학생을 여럿 떠나서, '매일매일 이메일' 주고 받던 시절이 생각났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외국에 한글로 이메일 보내면 글자가 다 깨지던 시절이라 어쭙잖게 영어로 메일을 써야 했다. 생애에서 가장 많은 영작문를 하며 그렇게 정을 쌓던 통로인데, 이제는 친구가 외국 살이해도 얼굴 보며 통화할 수 있으니 편지를 쓸 일은 없다. 
얼마간은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을 일이 있으면 그나마 메일을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도 카톡으로 오고 가니 메일함에는 광고만 넘쳐난다. 

사람과 사람, 기억과 기억을 연결해주는 'media'의 변화가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내용이 기억난다. "인류가 아무리 수만byte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을 발명해도 10년만 지나면 그 저장 수단을 재생할 기계가 없을 것이다.“
나만 해도, 내 대학교 과제물은 모두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다. 💾😃 아직 그거 다 갖고 있긴 한데, 내 대학 숙제 다시 보고 싶어도 이제는 재생할 방법이 없다. 2009년 이전, 코이카 선배님들은 "cd에 구운" 수많은 미드와 한드를 남겨놓고 떠나갔지만 후배 단원들은 '외장 하드'라는 것에 미드 시리즈를 가득가득 채워서 스리랑카에 갖고 왔었다. 그들 덕에 봤던 gossip girl, without a trace... ㅎㅎ. 요즘은 그냥 넷플릭스면 되겠지?? 

2007년에 홍콩에서 방콕가는 CX기내에서 만난 파키스탄 친구가 소개해줘서 가입한 페이스북. 한때는 외국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싸이월드에서 건너온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장이었는데 요즘은 다들 인스타그램으로 건너 가서 페이스북 역시 '양방향 소통'은 기대하기 힘든 일방적 광고만 넘치고 독백만 넘치는, 그리고 댓글은 없는 조용한 소셜 미디어가 됐다.

이 'daum'엔 또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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