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충칭에서의 마지막 식사.
관광지라서 밤 11시 가까운 시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식당에 들어가 마라소면과 차오쇼우를 먹음.
나이가 드신 분들은 밤 외출을 안 하기 때문에 엄마랑 이렇게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제공하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엄마가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중국 나무 젓가락을 쓰지 못하고 계시다는 걸 발견했다. 더러울까봐? 내 음식이 먼저 나왔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 젓가락을 집어들고 먹고 있었던 내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생각했다.
씻어서 쓰는 나무젓가락이랑 한국에서 쓰는 쇠젓가락이랑 청결도와 오염도는 얼마나 차이날까? 한국 식당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수저통에 담긴 젓가락으로 식사하시는 엄마가, 중국에서 나무젓가락을 보고 흠칫 놀라시곤 찝찝해하다가 겨우 사용하시는 걸 보니 그 차이가 뭘까 하고 생각했다. 그전 중국 식당에서 플라스틱 젓가락은 그래도 쓰셨는데...
한국 식당에 있는 젓가락은 얼마나 깨끗한 걸까? 공장에서 나오는 1회용 수저는 과연 깨끗한가? 숟가락 젓가락은 식당에서 살균 소독까지 해서 씻더라도, 그걸 탁자 밑 서랍 수저통이나 탁자 위 수저 꽂이에 꽂아두는데, 거기는 과연 깨끗할까? 수저통을 세척하는 시간은 있을까?
나는 스리랑카에 2년 동안 살면서 손으로 커리를 비벼서 집어먹는 문화에도 익숙해졌었는데, 그때 이런 말을 들었었다. 인도- 스리랑카 사람들은 여러 사람 입속에 들어갔던 포크, 숫가락을 내 입에 넣는 것보다는 "내 손"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도구를 사용하는 게 뭔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한국에서 5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마친 스리랑카 제자가 고국으로 돌아가도 이제 '손으로 밥을 집어먹는 일은 못하겠다'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태어난 곳을 떠나 밖으로 나와 보니, 그게 뭔가 열등하게 느껴졌다는 뉘앙스였다.
인간이 살면서 매일매일 필수로 해야 하는 밥 먹는 일에, 사실은 많은 선입견과 판단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중국 식당의 저 나무젓가락을 꺼려하는 것을 보자, 갑자기 새삼 식당에서 준 수저를 아무렇지 않게 내 입에 넣는 행위도 뭔가 '이게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솔직히 한국 식당도 어차피 내 입에 들어가는 것 아닌 이상 제대로 안 씻었을 것 같은데, 왜 다른 나라에 건너오면 거부감이 더 커지지?
좀 더 좋은 식당 가지 그랬냐? 이런 것도 의미없는 게, 호텔 청소하던 사람이 화장실 닦던 걸레로 유리컵을 닦는 것은 한국이든 중국이든 5성 호텔이든 3성 호텔이든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들면 알 수 있다. 장사하시는 분이 깔끔하면 길거리 식당에서 깨끗한 그릇에 식사할 수 있겠지만, 장사하시는 분이 위생에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비싼 식당에 가도 대충 씻은 그릇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니까.
예전에 한국 모 도시의 인기 오뎅집에서 국물을 데워 달라고 하자, 그 사람들이 먹었던 국물을 그대로 식당의 큰 솥에 쏟아넣은 뒤 데워서 나오는 걸 보고 다들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수십년 전통의 그 식당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먹어왔던 것은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여러 사람들의 입이 오고 간 국물로 만들어진 오뎅탕이었던 것이다. 👀
아마 난리가 좀 나고 그 뒤로는 뭔가 바뀌었을 것 같은데, 사실 모두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다들 그 식당의 국물을 맛있게 먹었을 것이라는 점. 알고 난 뒤에는 으웩 하면서 못 먹는 것이지.
내가 나서서 모든 것을 씻고 통제하지 않는 한, 결국 집밖에 나가서 개인적 기준의 청결도에 맞는 식기나 도구들은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심리적인 문제이지. 나는 중국/스리랑카에 살았던 경험으로 좀 무던해진 것 같기는 하다. 하하.
청결 기준은 개인마다 다 달라서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나무젓가락을 보고 흠칫 놀라시던 엄마를 위해 앞으로 또 여행을 간다면 1회용 포크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이게 뭐가 더러워? 다 똑같아. 그냥 먹어' 혹은 '손으로 먹는 게 어때서? 너두 손으로 집어 먹어' 이렇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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