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의 노력, 운, 꿈, 횡재, 좌절....
이런 것들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늘 생각해왔다.
요즘 하는 생각은, 우리 인생 속에 몇 개의 톱니바퀴가 돌고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단순화해서 그린 것으로, 인생에는 찌그러지고 이그러져서 사실상 만날 수 없는 톱니바퀴들이 평생을 거쳐서 돌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백만 분의 일, 천만 분의 일 확률로 그림 속의 파란색으로 강조한 부분의 톱니끼리 차례로 맞아들어가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럴 때만 우연히도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순간에 대해서는 인간 행위의 선과 악은 관련이 없는 것 같고, 그냥 랜덤일 것이다. 우리들의 대부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모두의 인생에 정말 신기한 '소원 성취'의 순간들은 있을 것이다. 그때가 바로 이 톱니들이 우연히 만날 때라고 생각한다. 울퉁불퉁하고 정형적이지 않은 톱니들이기에 다음 만나는 시간에 대한 기약은 없다.
평생을 정말 멋지고 선하게만 살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 그 사람은 그때 잠깐 누구나 쉽게 내뱉는, '아고~ 죽고 싶다' 이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몇 십년 만에 톱니가 맞아들어가면서 그의 그 소원이 '운나쁘게' 이루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평생 남에게 폐만 끼치고 살아온 악인이 어느 순간 간절히 복권 당첨을 빌었는데, 그 사람이 1등으로 당첨되었다면 그 사람은 운좋게 그 순간 톱니가 맞아들어가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톱니바퀴들이 돌고 있어서
"도대체 왜?" "왜 하필 나에게?" 라는 생각은 소용이 없는지 모르겠다. 그냥 모든 것이 어쩌다가 생기는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랜덤'에 의해 사는 것이 너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신'이 인간에게 '노력'의 의무를 지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력하면' 톱니바퀴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지고, '애쓰면' 톱니바퀴가 시계 속 부품들처럼 정렬된 모습으로 다듬어질 수 있도록 여지를 좀 더 주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해진 톱니가 자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인생에서 좌절의 순간도 있지만, 인생에서 신기한 순간도 있었다.
몇년 전에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둘 결심을 하면서 '아, 통장 잔고가 지금의 XX원이 아니고 YY원이면 그래도 마음이 좀 더 편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연차도, 퇴직금도, 상여금도 없던 '작가' 생활 중이라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당시에 쓰던 텔레뱅킹을 통해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니, 웬일로 회사에서 월급 이상의 돈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잔고가 내가 바랐던 YY원이 되어있었다. 정말 손에 꼽는, 인생에서 신기했던 순간이다. 아마 내가 '내 통장 잔고가 YY원이었으면...' 했던 순간 갑자기 그 톱니들이 만났던 것일지도 모른다.
간절히 바랐지만 안 이루어졌던 일
지나가는 말로 내뱉었는데 현실화된 일
이런 것이 모두 인생의 톱니바퀴로 설명될지도 모른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다면 이 일기장 끝에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꾸준히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더 톱니바퀴 사이를 가깝게 하고, 톱니들이 정렬하도록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내 행운의 톱니들이 서로 만날 테니까."라고 교훈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삐걱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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