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시2015.07.09 16:57
뭔지 모르게 친근한 리샤르 가스케.
왜 친근한가 생각해보니, 내가 TV 속이나 머나먼 관중석에서 깨알만하게 보던 선수가 아니라
'실물 크기'로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선수가 가스케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원핸드 백핸드로 유명한 선수인지도 몰랐던 초보 관람객 당시 찍은 가스케의 모습. |
처음 가본 ATP 투어 대회였는데, 메인 스타디움만 있는 줄 알았지, 이렇게 초라한 코트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경기하는 줄은 몰랐다. 바로 옆 코트에서는 동시에 여자 선수들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서 정신 없었고.
메인 스타디움을 나와서 잔디밭(?)을 걸어들어가 아무 데나 앉아서 이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이건 대회 초반에 운이 좋았던 경우였다. 며칠 뒤에 가보니, 관람석이 몇 줄 밖에 없는 이 야외 코트에 입장하기 위해서도 기나긴 줄이 서 있어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국 대회 보러가서도 몇 번 마주쳤던 가스케.
선수들 생활 공간 밖으로 튀어나와서 전화 통화를 하는 걸 가끔 봤는데,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통화 내용이어서 그랬을까? ㅋㅋ 내가 예선전부터 지켜봤던 2012 Thailand Open의 우승자는 가스케였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결승전 1세트까지 밖에 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나와야 했다. 아무튼, 아주 가까이에서 몇 번 본 가스케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친근하지만, 사실 경기는 큰 기대를 안 하고 본다.
에러가 거의 나지 않는 원핸드 백핸드는 너무나 탄탄하지만, 그외에 장기도 없어 보이고, 사람이 별로 힘도 없어보이고, 끈기도 없어 보이고....끝까지 밀어붙여 승리하는 것도 별로 못 보았다. 굵직굵직한 게 없어서 그렇지, 사실 커리어 타이틀 수는 바브린카(10개)보다 많은 선수(12개)라 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선수이긴 하다. 2007년에 윔블던 4강에 오르며 세계 랭킹 7위까지 올라갔던 선수, 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이기는 것을 별로 못본 선수.
사실 작년 윔블던에서 키리오스의 스타 탄생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도 어쩌면 리샤르 가스케.
2014 윔블던 2회전에서 2세트를 선취하고 9번이나 매치포인트를 잡고도 5세트에 승리를 키리오스에게 넘겨줘, 키리오스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분?
2014 윔블던 2회전에서 2세트를 선취하고 9번이나 매치포인트를 잡고도 5세트에 승리를 키리오스에게 넘겨줘, 키리오스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분?
하지만 올해는 뭔가 가스케의 정신력 승리가 보인다.
올해도 키리오스를 4라운드에서 다시 만나 4세트 접전끝에 작년의 복수에 성공했고 8강전에서는 이제 '급이 달라진' 바브린카를 만나게 되었다. 롤랑 가로스 결승전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백핸드를 선보이며 우승한 바브린카와, '최고의 한손 백핸드'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혈전. 앞부분은 대충 보다가 5세트만 제대로 봤는데, 이번 8강전은 내가 본 가스케의 경기 중에 가장 멋졌던 경기.
올해도 키리오스를 4라운드에서 다시 만나 4세트 접전끝에 작년의 복수에 성공했고 8강전에서는 이제 '급이 달라진' 바브린카를 만나게 되었다. 롤랑 가로스 결승전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백핸드를 선보이며 우승한 바브린카와, '최고의 한손 백핸드'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혈전. 앞부분은 대충 보다가 5세트만 제대로 봤는데, 이번 8강전은 내가 본 가스케의 경기 중에 가장 멋졌던 경기.
물론 6-3으로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순간을 잡았다가 허무하게 놓쳐 11-9까지 가기도 했지만
위기를 맞았다가도 끈질긴 수비를 선보이며 결국은 빠져나오고 결국은 바브린카의 게임을 브레이크 해내, 5세트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갔다.
위기를 맞았다가도 끈질긴 수비를 선보이며 결국은 빠져나오고 결국은 바브린카의 게임을 브레이크 해내, 5세트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갔다.
8년 만에 윔블던 4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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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테니스는 재미없을 때가 많다.
퓨처스급 테니스 대회만 가봐도 그 선수들 엄청 잘 치는 것 같은데, 그 선수들 대부분은 또 세계 3-40위권 선수와 만나게 되면 6-1,6-2 스코어 정도로 쉽게 지는 경우가 많다. 3-40위권 선수도 1-4위권 선수를 이기기는 또 쉽지 않다. 랭킹 별로 실력 차이가 커서, 어찌 보면 맨날 우승하던 사람이 또 우승하는 게 테니스 대회. 바브린카 정도 실력을 갖춘 선수도 몇 번이나 페더러와 조코비치를 위협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결국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는데 2014년 호주 오픈 8강전에서 드디어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뭔가 큰 문을 열어젖힌 선수가 되었다. 이십대 후반으로 서른을 향해가던 그때.
퓨처스급 테니스 대회만 가봐도 그 선수들 엄청 잘 치는 것 같은데, 그 선수들 대부분은 또 세계 3-40위권 선수와 만나게 되면 6-1,6-2 스코어 정도로 쉽게 지는 경우가 많다. 3-40위권 선수도 1-4위권 선수를 이기기는 또 쉽지 않다. 랭킹 별로 실력 차이가 커서, 어찌 보면 맨날 우승하던 사람이 또 우승하는 게 테니스 대회. 바브린카 정도 실력을 갖춘 선수도 몇 번이나 페더러와 조코비치를 위협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결국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는데 2014년 호주 오픈 8강전에서 드디어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뭔가 큰 문을 열어젖힌 선수가 되었다. 이십대 후반으로 서른을 향해가던 그때.
빅4 중심이었던 테니스계에서 바브린카가 현재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2개 보유하게 되면서 테니스의 권력(?) 쏠림 양상이 좀 덜해졌는데, 만약 가스케도 이번 윔블던을 계기로 20대 후반에 한 차원 더 올라선 선수가 된다면 앞으로 테니스 대회 구경이 더 재미있어질 듯 하다.
물론, 한 차원 올라서는 게 쉽지는 않다.
롤랑 가로스 4강 가서 각성한 줄 알았는데, 그뒤로 예전보다 성적이 더 별로인 굴비스 같은 친구도 있으니...
롤랑 가로스 4강 가서 각성한 줄 알았는데, 그뒤로 예전보다 성적이 더 별로인 굴비스 같은 친구도 있으니...
가스케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체형때문이겠죠? ^^ |
그래도 이번 롤랑 가로스 사진첩에서 훈훈하게 나온 사진도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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