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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딸 하나 👶



2022년 1월 30일, 5시간 넘는 호주오픈 결승 혈전을 벌인 두 사람.
나달과 메드베데프.






약 9개월이 흐른 10월 초 나달 아들이 태어남. 

운동 실력의 최정점은 이른 나이에 오기에 돈을 일찍부터 벌기 때문인지 보통 20대 초중반에 부모가 되는 게 운동 선수들인데, 30대 중반이 되도록 자녀가 없던 나달이 "힘든 결승전"을 겪고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 드디어 가족 계획을 시작했나 싶었다. 👶
(일명 "Big4"로 분류됐던 선수들 중 나달만 30대 중반까지 자녀가 없었고, 페더러는 서른 둘에 4자녀의 아빠가 됐고, 조코비치는 서른 살일 때 둘째를 얻었고, 앤디 머리도 서른 셋일 때 4명을 자녀를 둔 아빠가 됐다)
나달 부부는 6월경 임신 사실을 밝혔었고, 나달 아내도 배가 볼록해진 모습으로 윔블던 관중석에 나타났기 때문에 누구나 알았던 출산.

그런데 나달 아들 출생 바로 1주일 뒤 메드베데프도 딸의 탄생을 알림. ☺️. 그동안 부인도 목격된 일이 없어서 거의 아무도 몰랐음. 
메드베데프는 나달보다 10살 정도 어리지만 결혼식은 나달보다 먼저 했었다. 그렇게 일찍 유부남이 된 또래 선수들이 모두 아이 아빠가 됐지만 메드베데프도 몇년간 자녀가 없었다. 그런데 이 커플도 험난한 결승을 겪고 동시에 가족 계획을 시작하다니 ...
 
솔직한 인터뷰로 명성 높은 메드베데프지만 사생활 노출은 철저히 막으려나보다.. 했는데 웬걸...딸이 커갈수록 계속 사진 자주 공개. 너무 자랑하고 싶은가봐 🤗




아빠를 너무 닮은 첫딸 :) 
사진 볼 때마다 너무 웃기고 귀여움.

반면 나달 아들은 파파라치샷 종류의 멀리서 찍힌 사진 외에는 1년 이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4년 들어서 공개적 자리에 데리고 나오면서 사진이 계속 찍히기 시작함.




이 사진 딱 처음 봤을 때부터 "엄마 눈이다" 했었음 😉.
엄마를 닮은 첫 아들.

내가 사실 부모 형제끼리 닮은 것을 잘 못 알아보기는 하는데... 누군가에게 사진 보여줬더니 엄마 닮지 않고 아빠 닮았다고 그러네... 난 처음 보고 나달 부인 눈 생각났는데... 👀


오늘 나달이 넷플릭스에서 드물게 "생중계"된 테니스 경기를 하면서 넷플릭스 공식 계정에 아들 사진이 또 공개됨




나처럼 엄마 눈 닮았다고 하는 사람 또 있구나.

평생 잊을 수 없는 결승전을 1월에 치른 뒤
10월에 나란히 첫 아이의 아빠가 된 두 사람.
아빠 닮은 첫딸
엄마 닮은 첫아들.

두 아이가 커가는 거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어.
원래는 자라면서 남자가 키가 더 커지지만, 여자 아이 - Alisa -가 원래도 '키가 크다'라는 편견이 있는 러시아 여자인데다가, 아빠 키가 매우 크기(198cm) 때문에, 생일이 거의 비슷한 두 아이가 키마저 비슷하게 자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부모 직업을 이어받는 선수 자녀들 많던데... 둘이 나중에 혼합 복식이라도?? 🎾









현장 직관이란....



작년에 몇몇 대회를 마음 아프게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선수 야닉 시너.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데 이탈리아어 식으로 읽으면 얀닉 신네르인데 본인이 영어식 발음으로 불리기를 선택한 듯.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이탈리아 출신이라서 '시너'는 독일어식인가..했는데 독일어로는 성을 '지너'라고 읽어야 한다고)

늘 간발의 차로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시너가, 작년 가을부터 한 차원 더 성장하더니 현재 호주오픈 결승에 올라있다.
트위터에서 ( X : @NICSF )팬이 만든 듯한 영상을 보다가 2022년에 내가 직접 현장에 봤던 경기 장면도 나왔다.




내가 2세트까지 지켜보다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경기장을 빠져나온 경기였는데, 수십분 뒤 시너가 기권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경기 관람을 아쉽게 포기했었지만 끝까지 보려고 했더라도 어차피 금방 종료가 되었겠구나.. 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아파서 기권한 건 알았지만 그날 무릎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고??

내가 당시에 경기를 보면서 찍은 영상을 이제야 자세히 보니 내가 찍은 영상 속에서도 왼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TV 중계로 봤으면 선수가 무릎에 붕대를 감고 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선수가 개미만하게 보이는 현장 직관이라서 오히려 놓친 디테일. 그래서 난 선수가 아픈 줄도 몰랐어서, 내가 경기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대회 앱을 보고 '엥? 기권했다고??'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스포츠 경기 직관은 그 현장감 때문에 훨씬 두근거리고 즐겁긴 하지만, tv중계보다 못 보고 지나치는 일도 많다. 물론 tv로는 못 보는데 현장에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은 대회 롤랑 가로스에서 한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는 경기 때도 난 그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슨 일이 생긴지 확실히는 몰랐다. 내 좌석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잠시 뒤에야 선수가 크게 넘어진 걸 알게 됐고, 나중에 선수가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걸어나와 기권을 선언하는 걸 봤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선수가 비명을 크게 지르며 괴로워했고 운동장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마저 엄청 크게 들리게 녹화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현장이 오히려 현장감이 덜했네?

그런데....
1년 반이 흐른 현재, 인터넷에서 "저 그날 현장에 있었어요. 뼈가 뽝! 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이런 글을 보게 됐다. 정말?? 난 2층 좌석이라 그런가?? 난 아무 것도 못 들어서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지 몰랐는데??

그 글쓴 분은 완전 앞자리에서 보신 건가봐. 나는 현장에 있었지만 사실 선수의 비명 소리도 잘 들리진 않았었다.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보니 현장음이 굉장히 생생해서 그라운드 가까이에 마이크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 내 생각에는 그 분이 나중에 경기를 영상으로 본 기억과 현장의 기억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또다른 2차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내가 경기장 맨 앞열에서 본 거 아닌 이상 또 모르지 뭐. 앞줄에는 실제로 그런 소리까지 들렸는지도. 

아무튼 현장 직관을 해도 의외로 놓치는 게 많고, 같은 장소에 있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거.










一场被预设的奇迹

 


과연... 나달이 예전처럼 팔팔 뛰어다닐 수 있을까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

내가 파리에 가서 정말로 봤어야 했던 경기는 16강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구할 수도 있었던 표.



결국은 파리까지 와서 호텔에서 TV로 본 16강전.

 


물론 훨씬 더 무게감 있는 경기인 4강전 - 결승전을 직관하는 행운은 가졌으나, '행복감'은 느꼈지만 뭔가 경기 후 '짜릿함'은 결국 느끼지 못했다.

4강전 1세트는 최고의 승부 중 하나였지만 상대 선수의 큰 부상으로 2세트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고, 그 2세트에서 나달의 경기력은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그날은 나달의 생일이어서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생일 축하를 하는 체험까지 잔뜩 기대하고 경기장에 갔었지만,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상대 선수는 생각보다도 더 내 맘을 아프게 했고 아무도 생일 축하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승전은 전력 차이가 커서 - 한쪽 드로에 우승 후보 4명이 다 몰려있었으니... 반대 드로에서 결승전에 온 선수는 [상대적인] 약체, Ruud 미안👋🏻 -  사실 긴장감은 덜 했다. 

나달-조코비치 8강전 나이트 세션 표는 뭐 애초에 못 구할 표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거고, 적어도 16강전은 봤어야 해.


롤랑가로스 표는 3월과 5월에 공식 예매가 열리는데, 16강전 입장권에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하나만 걸려라' 하고 5-6장 정도를 미리 몽땅 구입 해놓기란 어렵다. (구입 장수 제한도 있다) 그리고 16강전은 나중에 resale 표로도 잘 안 나왔다. 표를 구입하는 5월 초에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대회 개막 뒤 월수금일 경기를 하게 될 지, 화목토월 경기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살 때는 운을 믿고 사두는 수 밖에.

16강전 경기는 second week 일요일-월요일에 걸쳐서 열리게 되는데, 장소도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 그보다 작은 수잔 렁글렌 코트 두 개로 나뉘어진다. (8강전부터는 그나마 필립 샤트리에에서만 열려서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그마저도 데이 세션 - 나이트 세션이 나뉘게 되므로, 16강전이 벌어질 장소/시간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가 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데이 세션에 경기할 지, 나이트 세션에 경기할 지는 그 경기 전날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16강전(=4회전) 표는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채 출발했고 (3회전 2장, 8강전 데이 세션, 4강전, 결승전 표는 이미 가진 채로 출국) 16강전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야 나달의 일요일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데이 세션으로 배정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계속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엄청난 경쟁에 밀려 당최 나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수에 비해 팬층이 있는 조코비치 경기가 같은 날 수잔 렁글렌 코트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조코비치 팬들이 미리 사뒀던 필립 샤트리에 표를 내놓아서 빈 자리가 나오는 것으로 짐작했다.  

표가 아예 안 보이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겠는데, 빈 자리는 하나씩 나오는데 그 다음 단계인 좌석 지정 단계로 넘어가면 "이미 팔렸습니다" 같은 문구만 나왔다. 표를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빈 자리 한 개씩은 계속 보였다. 하지만 늘 내 화면 터치는 늦었다. 스마트폰보다는 PC로 하는 걸 권장한다고 하던데, 호텔의 고물 PC 역시 너무 느렸고 공용 컴퓨터에서 저지르는 범죄 예방용??인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경기 스케줄이 발표된 시간엔 한국은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결국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 PC로 해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그 친구도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 터라 시간을 많이 뺏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착한 친구가 10여 분은 매달려줬다.) 이미 구입한 결승전 표보다 더 비싼 자리를 구입할 각오도 했지만 자리가 나와야 말이지...🙇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경기 당일 아침, 롤랑 가로스 구역 내에 입장할 수 있는 38유로 짜리 입장권은 겨우겨우 손에 넣었으나... (약 51,600원), 그날이 내가 파리에 체류한 날 중에 가장 쌀쌀한 날씨였고, 추운 날 스타디엄에 들어가 앉지 못하고 외부 구역만 혼자 떠돌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 결국 resale로 다시 내놓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 수수료 4유로를 빼고 34유로만 환불되는데, 씨티카드가 1유로 = 1309원이라는 본 적도 없는 최저 환율을 적용해서 적게 환불해줘서 열만 더 받게 됐다.👺 표를 구입할 때 병행해서 사용했던 다른 카드사는 환불 당시 더 올라있던 환율을 적용해서 더 많이 환불해줬는데 씨티카드는 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원하던 4강전, 결승 다 보고 행복하게 마무리 된 여행이었지만

'짜릿한' 경기는 현장에서 결국 못 본 게 아쉽다. 특히나 롤랑가로스 이후로 나달의 경기력은 여기저기 헤매는 중이라...



파리 도착 1주일 넘게 TV로만 나달 경기를 봄



몇 시간을 폰을 붙잡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내 것이 되지 않았던 16강전 입장권... 그 표가 만약 최종 단계까지 가서 구입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했을까 싶지만, '16강전 표 짜릿하게 구할래? 나달이 우승하는 거 볼래?' 하면 당연히 후자가 낫지 ㅎㅎㅎ.

작년에 그 자리에서 은퇴하는 걸 지켜볼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우승하는 것까지 보고 온 마당에 더 이상 미련 없이 후련해졌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폼이 확 꺾여 화끈한 경기가 없으니 미련이 다시 스멀스멀 자라난다. 33살 쯤이면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던, 곧 37살 선수에게 뭘 또 기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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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에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빠른 한국에 이런 '광클' 나 대신 해달라고 부탁해 볼 친구 하나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날이 더 떠올랐다. 




 



 


견디고 버티세요



테니스든 가수든 뭐든
다들 대충 이렇지 않을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 1명, 선호하는 사람 4-5명, 니가 뭘 하든 뭘 안 하든 상관없는 사람 대부분, 슬슬 신경 긁는 짜증나는 사람 4-5명, 극혐 두어 명.


테니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관심도별로 선수들이 나뉘게 되는데, 그 몇몇 중에도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편이었으나 성인 무대에는 그 기대치만큼은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현재 빼어난 랭킹을 가지고 있다.

한국 선수들 중에도 주니어 시절에는 세계에서도 한 손가락에 안에 드는 등수를 자랑하다가 제대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 순위가 죽죽 내려가서 결국 빛을 못 보고 사라져가는 선수들이 많다. 예전에는 왜 그런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주니어 시절에는 나이를 제한해서 또래 끼리만 대회가 있으니 또래 사이에서는 늘 세계 1등일 수 있는데, 성년이 되어 프로가 되면 모든 연령층의 대단한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거기에서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아무튼... 이 선수는 10대 후반에는 또래 중에서 제일 먼저 치고 나간 편이었는데, 현재는 큰 타이틀이 없이 지지부진하다.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늘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잡히질 않으니 조바심에 자꾸 무너지는 것 같은데, 오늘만 해도 상대방의 게임에서 매치 막판에 30:0으로 앞서가며 좋은 흐름을 보였는데 (여기서 두 포인트만 더 따내면 브레이크 후 거의 매치 승리가 눈에 보이는) 거기서 30:30으로 따라잡히게 되자 갑자기 정신 대붕괴를 시작하더니 어쩌지를 못하고 주르륵 본인 게임까지 다 내주고 최종적으로 패하고 말았다. 

내가 그 선수 열성 팬은 아니라서 크게 마음이 아프고 그렇진 않았지만, 관심권에는 있다 보니 경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늘 느끼던 그 안타까움이다. 저렇게 착한 천성과 열정으로 무장한 청년이 왜 늘 결정적인 순간에 저렇게 흔들릴까. 그 선수가 평소에 할 말은 하는 용기를 지녔으면서도 늘 팬들을 위하는 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인 탓에 더 애처롭고 안타깝다. "좋은 사람"인 것과는 별개인 승부의 세계.

트위터를 하다 보니 그 선수의 열성 팬들이 울분을 토하다가 할말을 잃고 사라지는 상황까지 보이니까 그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안타깝다. 

돌이켜보니, 내가 나달의 경기를 최초로 보던 새벽에도 그랬다. 거대한 산과 맞서 끈질기게 5세트까지 끌고 가던 20대 초반의 그 모습,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응원을 시작했나 보다. '야, 이거 5세트는 해 볼만 하겠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 한 번 당하더니 (아마 사실 당시엔 브레이크가 뭔지도 모르고 봤을 것이지만) 어ㅓ어어ㅓ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5세트는 6:2로 패배하며 끝나고 말았던 게 희미하게 기억 난다. 이럴 수가?!? 💀 했던 기억.

그날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던 선수의 패배가 너무나 아쉬웠다. 분명히 4세트까지 팽팽하게 흐름이 좋았는데 5세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히며 끝나는 것도 신기했다. 오늘 본 경기도 그렇게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기에,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중계를 지켜봤던 10여 년 전 나달의 그 경기가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경기를 나달 팬이 된 시작점으로 잡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뒤로 테니스를 계속 본 것은 아니고 정확히 1년 뒤에 같은 대회 같은 위상의 경기에서 최고의 희열을 맛보면서, 두번째로 본 경기에서 진짜 팬이 됐다. 나는 운좋게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competitor'를 첫눈에 골라잡아 오랜 시간 동안 ups and downs를 거치면서도 큰 기쁨을 누리는 행운을 가졌다.

그런데 한 발자국만 차분하게 더 가면 되는데 자꾸 무너지는 선수를 붙잡고 있는 팬들을 보니,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내가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행실 때문에 정떨어지는 선수도 많은데, 반대로 착해서 미워할 수도 없는 그 선수를 응원하는 그 사람들. 

"패배를 견디고 버텨보세요. 언젠가는 저처럼 좋은 날이 옵니다" 하기에는.... 나도 10여 년 테니스를 보아 오니, 결국은 기대치만큼의 성취를 못 이루고 은퇴하는 선수도 허다하는 걸 알게 됐다. '이 선수 오늘만은 다르다', '오늘만은 뭔가 된다' 라는 느낌을 2시간 내내 주다가 5분 만에 와르르 무너져 끝나는 걸 수년간 목격하는 게 테니스였다. 게다가 너무 견고한 big3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던 게 테니스이고.

나는 운좋게 '그놈의' big3 중 한 명이 눈에 들어와 다행이었지만, 그 3명이 너무나 장기집권을 하는 탓에 그 이외의 선수들 팬들은 [그랜드 슬램 우승]이라는 궁극의 희열을 맛보지 못하고 커리어 끝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매 그랜드슬램 대회마다 새로운 우승자가 나타나는 여자 테니스에 비해 남자 테니스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기분 좋자고 보는 스포츠인데, 내 선수가 종종 기쁨을 주긴 하는데 자주 좌절과 실망으로 끝난다면 '갖다 버려야' 하나? 그래도 끝까지 믿어봐야 하나? 견디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거... 남에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사실상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데도?


요즘 나달이 첫 아들 탄생을 지켜보느라 테니스계에서 물러나 있어서 그런가... 
다른 선수 응원하는 남들 걱정까지 하면서 글을 써봤다.







ilusión

 


테니스를 직접 쳐본 적이 없어서, 경기 중계를 볼 때 선수들 공의 강도나 방향, 높이...이런 것에 대한 감은 없다. 테니스 쳐 본 사람들은 그냥 tv화면이라도 보기만 해도 알던데.

윔블던 준우승까지 했던 폴란스 선수 라드반스카가 은퇴하기 전, 늘 그녀에 대해서 "저 파워로는 슬램 우승 못한다" "한계가 명확" 이런 평을 하는 걸 많이 봤지만 사실 내가 경기 중계만 봐서는 그 차이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3년, 올림픽 공원에서 실제로 그녀의 경기를 보게 됐는데...

(당시 내가 가진 100만 화소 아이패드 동영상으로 남긴 장면을 캡처한 것이라 잘 안 보이지만↓ 라드반스카 특유의 "앉은 자세로 받아치는" 장면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공이 너무 약한 게 보였다. 화면에서 보는 느낌과 확실히 달랐다. 상대 선수가 '빵!'하고 보내면 라드반스카의 공은 '뽈뽈뽈뽈~' 하고 힘없이 천천히 날아가는 느낌? 그러다 보니 상대 선수가 대응할 시간도 충분하고 받아넘기기에도 수월해 보이는...하지만 워낙 수비가 뛰어난 라드반스카였기에 결국 저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최근에 실제 관람을 하다가 또 이런 느낌을 받은 경기가 있는데...

바로 2022 롤랑 가로스 4강전 나달 :즈베레프.




첫 게임부터 나달이 브레이크 당하면서 약간 즈베레프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강하던 세트였는데, 현장 직관을 하니 나달 공이 약한 게 두드러지게 보이던 세트였다. 즈베레프가 빵! 하고 때리면 나달 공은 슈우우 하고 천천히 넘어가는 느낌. 하지만 즈베레프의 공은 항상 엄청난 강도와 속도로 빡!하고 재빠르게 되돌아왔다. 원래 나달의 포핸드가 이런 약한 포핸드가 아닌데?!?! 그래서 '나달이 밀리나? 젊은 선수랑 경기하니 역시 힘에서 안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차이는 눈에 띄지 않게 되었고, 경기 자체는 결국 나달이 앞선 채로 즈베레프의 부상으로 2세트에서 끝났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나고..내가 궁금한 것은 1세트 그 공의 강도는 모두 나달의 계산이었나 하는 것이다. 이미 2022년 호주오픈 메드베데프와의 결승전 경험을 포함, 2m에 가까운 장신 선수들은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아서 5세트 내내 미친듯이 뛰다가는 결국 키 큰 쪽이 먼저 지친다는 것을 나달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메드베데프 - 즈베레프 모두 키 198cm로 나달보다 13cm나 더 크다.) 그래서 장기전을 예상하고 1세트는 그저 체력 안배를 위해 공을 살살 보내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세트에서도 우월한 체력을 자랑하기에, 장기 체력전 고려 상대가 아닌 조코비치와의 롤랑가로스 최근 경기들을 보면, 나달이 항상 1세트 초반부터 총력으로 밀어붙여 점수 차를 크게 벌려서 기를 누르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즈베레프는 이 경기 2세트에서 '필립샤트리에'의 나달 게임을 4연속 브레이크하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나달의 파상 공세를 계속 막아내던 피로가 쌓여 3시간여 만에 결국 발을 헛디뎌 큰 부상을 당해 기권을 해야 했다. 그만큼 그도 체력을 많이 썼다는 뜻이다. 이 체력전은 나달의 계획에 있었을까, 아니면 닫힌 지붕에서 오는 습한 열기에서 경기가 제대로 안 풀려 나달도 그저 당황했던 거였을까?


사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의미없지만, 2022 호주오픈 결승전 1,2세트 때도 나달이 의도적으로 메드베데프를 그저 엄청 뛰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달이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5세트까지 갈 것을 작정하고 나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는 뜻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나달은 진다는 생각을 안 했다. 경기 중에 스코어상으로 확 밀리면서 경기가 메드베데프쪽으로 기울어서 모두 패색이 짙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나달은 라켓 여러 개를 새로 해달라고 stringing room으로 보냈다. 경기가 계속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제로 나달의 머리 속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을 쓴 뒤 오랜만에 '22 호주오픈 결승 4번째 세트 일부를 잠깐 봤는데 나달이 너무 지쳐 보여 '5세트까지 일부러라도 가자'라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겠다 ㅎㅎ. 하지만  1,2세트 생방송으로 봤을 때 '장기전 계획 중인가? 메드베데프 그저 엄청 뛰게 만드네'라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올해 US오픈 16강전에서는 36세 나달이 20대 선수의 체력과 속도에 밀린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깔끔하게 패배했다. 너무 아쉽긴 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결국 8강에 남은 선수들 중 최고령자가 "27세"였고, 8강전부터 그 남은 19세 선수 + 20대들이 공을 빵빵 때리고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경기를 보니 '나달이 4회전 통과했어도 남은 경기에서 어려웠겠다'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젠 체력 안배 한다면서 (정말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1세트에 살살 쳤다가는 그냥 주도권이 넘어가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나는 나달이 체력과 속도에서 모두 우위를 확보하고 코트 끝에서 끝까지 뛰면서 모든 것을 받아치던 시절을 봤기에 올해 US open이 이렇게 마무리되어도 아쉬움이 덜하다....하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그 기억은 희미해졌고, 이제 네트 건너편 20대 선수들이 저 끝까지 보내는 공을 따라가기를 포기하는 나이 든 나달의 모습만 잔상으로 남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었던 올해 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사치스러운 걱정만 하고 있다 :) 작년에 부상으로 하반기를 하나도 못 뛰고 날렸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연말 마무리는 +++++++로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나의 윔블던도 끝




 


부상을 딛고 4강전까지 힘겹게 올라간 나달이 결국 기권을 결정. 2022년 윔블던 4강전은 내일 한 경기만 열리게 되었다.

나달이 일단 복귀 목표라고 말한 8월 8일 캐나다 Rogers Cup대회까지 나도 테니스 방학.😴


2019년 7월..

그저 테니스 보는 것이랑 나달이 좋아 경기를 보는 줄 알았다가, 나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시간.

그때, 내 아들만 서울대 보내고 싶은 학부형의 마음이 되어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아들은 서류심사에서 이미 떨어졌는데 남의 아들들만 합격 면접 보고 있는 걸 지켜보는 상황.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그런 내 모습을 자각하고 그때부터 마음을 많이 다잡으려 노력했고, 여태까지 십여년간 나달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안 가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제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나달이 그해 또 메이저 결승전을 가게 되자 내가 오히려 너무 긴장했지만 그때 새삼 빌리진킹이 했다는 말 "pressure is privilege"가 무슨 뜻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내 자식이 🤣 결승전에조차 못 가서 우울했던 몇달 전에 비하면 결승을 앞두고 초조해하고 있는 지금 이 경험은 정말 privilege 아닌가?


2022년, 3년전의 그 우울한 기억에서 돌고 돌아 올해는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 받았다. 드디어 맘이 편해졌다. 물론 아들 서울대 보내고 나니 이젠 또 하버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ㅋㅋ 하지만 충분히 마음이 놓였다.


최근 대회들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결승전을 지켜보게 되기까지 지난 3년간 정말 long long way를 왔구나...생각했지만, 이제 나달이 빠지고 남은 4강 진출자의 면면 때문에 또 그 3년전 마음가짐도 또 돌아와버렸다.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ㅋㅋㅋ. 내가 원하던 게 이루어져 이미 다 내려놓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나. 아직도 싫은 건 있네.

하하, 그동안 다른 선수 팬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잘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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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악플도 이제 그만 읽어야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상황인데, 악플이 달려있을 거 뻔히 알면서도 테니스 기자들의 트윗의 답글을 열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곤 했었다. 안티들은 뭘 해도 어차피 저주를 퍼붓는다. 나도 '허허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늘 그걸 열어서 읽어보면서 자극을 받곤 했다. 앞으로는 그것도 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옳은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작년 12월 중순엔가 '이제 더이상 테니스에 예전같은 관심이 안 가네'라고 이 블로그에 써놓고는, 결국은 어느해보다 테니스덕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많이 겪었던 2022년 상반기... 드디어 방학이다 ㅎㅎ.


황혼기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삼 재밌네.


누군가는 정치 유투브를 보고

누군가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뤄주실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테니스를 본다.

그러면서 그 세계를 모르고 어찌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서로가 신기하다. 이렇게 좋은데 🤗. 동시에 타인들은 어떻게 저런 존재를 믿고 일희일비하면서 그 존재가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즐거운 몰입의 세계.





경기 중 화장실 갔다 온 날




명경기가 될 뻔 했던 2022 롤랑가로스 4강전.
나달:즈베레프

무려 91분간의 1세트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91분이었다. 보통 91분이면 3세트 경기 전체가 끝나기도 하는 시간인데 1세트에만 이 정도 소요됐다. 2011년 9월에 멈춰있었던,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은 행복했던 시간"을 거의 11년 만에야 경신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하고.






1세트는 그렇게 대단했고 즈베레프는 다 잡았던 1세트를 놓쳤다.
2세트 시작 즈베레프의 게임을 나달이 브레이크하면서 난 이제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 나달의 일방적인 공세가 시작되어 매치가 일찍 끝날 줄 알았다. 1세트를 다 잡았다가 놓친 즈베레프가 그 아쉬움에 정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충 치다가 말 것 같아서.




귀국한 뒤 경기를 다시 봄. 
아마 모든 사람들이 딱 이 지점 40:15 까지는 그렇게 경기가 술술 풀릴 줄 알았겠지....

하지만 멘탈 와르르 예전의 그 즈베레프도 아니었고, "자기애의 황제"인 즈베레프는 '자기와 실력을 견줄 만한'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만날 때는 악에 받쳐 잘 싸운다(내 생각). 경기장에서 나도 잠시 깜빡했지만, 즈베레프가 자주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를 내려놓는 경우는 상대가 약체일 때다. 즈베레프는 '수준이 맞는 상대'와 경기할 때는 훨씬 열심히 한다. 꼭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내가 열과 성의를 다 하지' 이런 느낌? 이건 내가 또 한 명의 '자기애 환자'라고 생각하는 키리오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키리오스는 전체적인 실적에 비해 랭킹 높은 선수들과 상대 전적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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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세트는 예상 밖 브레이크의 향연으로 승부 공방만 길어지고 흐름은 묘해지고 있었다. 경기장 현장에서 나도 '3시간이 되도록 2세트를 못 끝내면 이거 이 경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하고 있었다.


2세트 3:4로 밀린 상황에서 또 브레이크당하는 나달





2세트도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시간 2시간 37분째



중계 화면을 빌리자면, ⬆️이 2세트 즈베레프 5:3 서브 게임 시작 직전에 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원래 선수들의 end change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 시간 빼고는 관중 움직임이 없도록 입구에서 차단하고 있지만, 들어오진 못해도 "나가는"사람에 한해 막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애초에 나도 화장실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안쪽 좌석에 있던 사람이 나가길래, 나도 서둘러 따라 나섰다. 

십수만 원을 내야 하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좌석도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 수준 간격이기 때문에 누군가 화장실에 가면 다들 우르르 일어나거나 다리를 틀어 비켜줘야만 한다. 다른 사람 따라 나가면 그나마 덜 민폐.

내가 나가기 직전 게임을 또 나달이 브레이크 당해서 즈베레프의 5:3 '서빙 포 세트' 상황에 도달했기에, 나는 '서브 강한 즈베레프에게 이번 세트는 넘어가겠네 뭐'하고 일단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1세트 끝나고 지켜보니 많은 사람이 화장실 해결 혹은 먹을 것을 사느라 나갔고,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줄이 길어져 해야할 일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2세트 몇 게임을 놓친 뒤에야 겨우 돌아오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로 끝났을 때만 (선수들 엔드 체인지 시간을 틈타)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밖에서 화장실 줄을 서다 보면 2세트 1게임 끝났을 때는 들어오기 어렵고 한~참 시간이 흘러 2세트 3/5게임이 끝났을 때에나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전까지 ' 이 사람 벌써 집에 갔나??' 싶게 긴 시간 동안 옆자리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한참 만에 대회 공식 음료인 '페리에' 한 병씩 들고 다들 돌아오는 거였다. 매점 이용률 높구만. 
그래서 난 인파를 피해 세트가 종료되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밖에 나가니 역시나 한창 세트 진행 중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호닥닥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경기장에 입장하려 기다리고 있으니 환호 속에 게임 끝나가는 중. 으응? 사실 관중 환호는 나달이 잘 해야만 나오는 건데?? 





화장실에 다녀오면 즈베레프가 5:3에서 게임을 가져가서 6:3으로 세트도 마무리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안 보는 단 한 게임 동안 더블 폴트 3개를 관중들에게 선사하며 그대로 게임을 헌납, 그저 5:4가 됐던 것이다. (물론 경기장에서는 상황을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그 자세한 스코어는 몰랐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더블폴트 퍼레이드를 알게 됐다.)

물론 경기장에 남아있었다면 포기에 가까웠던 5:3 상황에서 5:4로 따라붙는 실황을 목격해서 열광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명장면을 놓친 게 아니라 즈베레프의 고질병인 더블 폴트 향연만 놓친 셈이니 다행이기도 했다. 

스포츠에선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온갖 징크스와 루틴의 틀에 갇혀 사는데, 앞으로 뭔가 즈베레프가 '불필요하게' 너무 잘 한다 싶으면 난 화장실로 가야 하나 ?!?!

이 경기는 막판 즈베레프의 부상으로 2세트도 못 끝내고 종료되었다. 행실 때문에 즈베레프를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이 경기를 기점으로 '너무' 미워할 순 없게 되었다. 큰 부상에 나도 모르게 꽤나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응원해줄... 게.


이 날은 경기 시작 전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roof를 덮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 나중에 날이 개었지만 경기 중에 지붕을 다시 여는 일은 없으니, 선수 둘다 엄청난 땀을 쏟아내며 거대한 온실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게 즈베레프 부상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지붕 덮인 필립 샤트리에 안에서 경기를 관람한 날이 되었다. 경기장에 (특히 상층부) 앉아 있으면 지붕 위로 타닥타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 TV 중계로는 알 수 없었던 경험들.






롤랑가로스 티켓 예매

 


매년 5월 - 6월에 걸쳐 파리에서 열리는 롤랑 가로스는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에 표를 가장 구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US-호주오픈은 표를 안 사봐서 모르지만, 센터코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추첨  운 +텐트 치고 밤새워야 하는 윔블던에 비해 롤랑가로스의 '필립 샤트리에'코트 입장권을 사기 쉬운 것만은 확실하고, us open 입장권보다 저렴해 부담이 적다. (-> 이게 2023년을 기점으로 좀 바뀌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십만 대기를 뚫어야 한다) 

프랑스테니스협회(FFT)를 통한 일반인 정식 예매는 3월쯤 오픈하는데 그 당일 치열한 예매전쟁을 놓쳐도 4월이 되면 8강 이전 대부분의 초반 라운드 경기는 ➡️ https://tickets.rolandgarros.com/en  ⬅️ 여기에 항상 재판매로 찔끔찔끔 나오므로 결국은 필립 샤트리에 입장권을 살 수 있다 (resale을 쉽게 할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표를 샀던 사람들이 계속 내놓는다). 

정각에 딱 열리는 정식 판매일에 몇천번대 순서를 기다려서 결승이나 준결승 표를 사고 싶은 사람은, resale표 몇 장이 찔끔찔끔 나오는 4월에 https://tickets.rolandgarros.com/en 을 드나들면서 미리 회원 가입해 놓고 표 구입 과정을 미리 익혀 놓으면, 나중에 5월 fianl sale때 재빠르게 원하는 표를 사는 데 도움이 된다. 판매 오픈 당일에 자기 차례로 접속이 되면 무한정 표를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제한된 시간만 허용되고 15분이 지나면 cart-장바구니에 이미 담아놓은 표도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3월경 첫 공식 예매를 놓치더라도 대회 시작 전 5월 초에 있는 FFT 라스트 세일 때 결승전, 준결승전 표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여러 기기로 접속해 놓고 대기하면 순식간에 운으로 구입 가능 순번이 정해진다. 늦게 접속했는데 십만 명을 뚫고 바로 표를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선착순 순번도 아니다.

5월 라스트 세일보다 3월 첫 예매 시 티켓이 조금씩 더 싸다. 사실상 모든 게 운🔮으로 정해지는 예매인데, 3월 세일 때 운좋게 몇 천번대 이하 순번으로 뚫고 들어가서 결승전부터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승자. 🥇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2022년의 경우 미리 로그인을 해놓는 것은 안 되고, 자기 순서가 되어 구매 페이지가 열리면 그때 로그인을 한다. 빠르게 아이디 입력하고 (그러므로 회원 가입이 미리 되어 있어야 표 사는 시간이 줄어듦) 신속한 판단으로 표를 샤사삭 cart에 담아야 결승/준결승 표를 살 수 있다.

남자 결승전 표는 재빠르게 매진되고 공식 사이트에 resale로도 안 나온다(아마도 공식 리세일에 제값으로 파느니 다른 거래 사이트에 웃돈 붙여서 내놓는 사람들 있을 듯). 더 올라갈 곳이 없는 맨 꼭대기 자리가 (2022년 라스트 세일 기준) €170. TV 중계로 볼 때는 저런 꼭대기에도🔭🧐 사람이 있구나... 했었는데 그 꼭대기가 바로 내 자리일 줄은...😁 

결승 한 경기의 무게감과 주목도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여자 4강전 두 경기+복식 경기 총 3경기를 볼 수 있는 입장권보다도 이 남자 결승 한 경기 입장권이 14만원 더 비싸다(같은 꼭대기 자리). 정신없이 결제하느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데도 내가 못본 건지 모르지만, 정식 예매 당일에는 가격대 카테고리 내에서 해당 경기 입장권 '몇 장' 사는지만 고를 수 있고 좌석 위치는 무작위로 정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나는 중요 경기에서 꼭대기일지언정 선호하는 방향의 좌석으로 배정받았다. 

공식예매일 지나서 다른 사람들이 resale로 내놓은 표를 살 때는 그나마 남은 좌석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위치를 골라서 살 수 있다. 해당 좌석에서 경기장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view 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1장을 사서 결제해도 management fees €4, 3장을 사서 결제해도 €4이므로 목표를 잘 정해놓았다가 한 번에 여러 장을 cart에 담아 결제하는 것이 4유로를 중복 부담하지 않으므로 이익. 

내 아이디로 표를 샀더라도 RG앱이나 공식 사이트 my orders에서 해당 입장권 항목에 이름이 입력된 (assign) 사람이 그 표로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므로, 한 아이디로 다른 사람을 위해 여러 장 구입할 수 있다.

《필립 샤트리에+수잔 렁글렌+시몬느 마띠유 코트 = Main court》 메인 코트 입장권은 대회 기간 동안 개인이 총 8장까지만, 한 세션(Day sesion /Night session이 있다) 안에서는 총 4장까지만 살 수 있다. 즉 아무리 테니스를 사랑해도 대회 기간 15일 동안 매일매일 한 아이디로 필립 샤트리에 코트 표를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온가족이 모여앉아 보겠다고 같은 경기 5장을 동시에 구매하는 것도 안 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도록 기회를 분산하기 위해 구매 수량 제한을 둠. 초과 구입 자체가 막혀 있음)

그 중에서도 특히 (2022년의 경우) - 첫째주 토요일/일요일/둘째주 남자 4강전/남자 결승전 - 이 4일에 속하는 메인 코트 경기는 한 ID당 합계 4장 이상 살 수 없다. (예시 -> 시몬느 마띠유 코트 표 첫주 토요일 1장 + 수잔 렁글렌 일요일 1장 + 필립 샤트리에 준결승 제1경기 1장 + 준결승 제2경기 1장을 사면 이미 4장 한도가 찼기 때문에 결승전 표는 구입 불가능으로 막히게 된다) 아마도 이 4일이 가장 사람이 몰리는 날이라서 독점을 막으려는 것으로 혼자 짐작함.

나는 처음에 이 규정을 모른 채로, 한 자리 보일 때 덥석 사뒀던 첫주 토요일 표 때문에 이 특정 날짜 총 4장 limit에 걸려서 4일 중에 속한 다른 세션 표를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 표를 resale에 내놓았으나 그날 저녁 같은 시간에 파리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인기가 더 쏠렸는지(??) 테니스 표가 팔리지 않았다. 내가 표를 사둔 날의 night session만 유난히 자리가 남아돌면서 resale이 안 되어서 살짝 마음 고생을 했다. 그동안은 빈 자리 표가 뜨면 사람들이 귀신같이 채가는 것만 봤는데 내 표는 토요일 저녁 경기인데도 아무도 안 채갈 뿐더러 같은 카테고리 3에서 오히려 리세일 표만 계속 나오다가, 심지어 마지막엔 카테고리3 전체에서 약오르게 내 자리만 남음.😲 역시 롤랑가로스 3라운드 따위는 챔피언스리그 위력에 역시 밀리나봐.... 



'리세일 진행중'으로 바뀌어서 좋아했는데 결국에는 안 사감😵. 카트에만 담았다가 결제는 안 하는 듯.
 


하지만 48시간 이내에 결국 팔렸고 나도 리세일 제도를 잘 이용하게 됐다.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하게 되거나, 좋아하는 선수 경기가 본인이 표를 사둔 날과 다른 날에 배정되면 이처럼 공식 사이트 my orders 페이지에서 해당 날짜 내 표를 쉽게 resale 할 수 있다. 물론 경기 시작 전날 23:59pm까지 타인 이름을 적어넣으면 그 사람이 입장할 수 있으므로, 공식 사이트를 통하지 않아도 사람끼리 만나서 양도해도 된다. resale이 성사됐다고 해서 금방 환불되는 것은 아니고 대회 종료 후 한달 뒤에 정산된다(2022년 경우). 표를 구입할 때 냈던 management fees 4유로는 환불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못쓰는 표를 타인과 연결해,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나는 그 표에 들인 돈을 날리지 않아도 되니 좋다.

리세일 과정이 쉽기에 일정을 모를 때에도 표를 미리 사놓으면 되긴 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어느 세션에 배정될 지는 경기 전날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미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자리가 보일 때마다 표를 사놓았다가 계속 다시 팔면 management fees 4유로를 프랑스 테니스협회에 꾸준히 기부하게 되는 셈.😏


낮 12시부터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3경기가 Day session, 오후 8시 45분 이후 시작하는 그날의 메인 매치 "1"경기가 Night session인데 두 세션의 입장권 가격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아무리 나이트 세션에 가장 주목받는 경기를 넣는다고는 하지만 너무 불균형한 가격 책정인 것 같다. 다른 메이저대회는 보통 남자 단식+여자 단식 이런 식으로 나이트 세션에 두 경기는 배치하던데... 프랑스오픈은 나이트 세션 딱 한 경기 보기 위해 수십~수백 유로 써야 하고, 메인 매치는 주로 남자 단식이기 마련이라 경기가 길어지니 3시간만 경기해도 밤 12시가 된다. 그래서 귀가하기도 불편하다. 필립 샤트리에 표가 있으면 외부의 작은 코트 경기까지 무료로 볼 수 있기는 하나, 나이트 세션 입장권 소지자는 오후 6시 반이 넘어야 대회장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코트 경기를 볼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다. 

게다가 페더러나 세레나 윌리엄스같은 압도적인 스타도 이젠 사라져서 그날의 '메인 매치'라는 의미도 희미하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매 대회마다 슬램 우승자가 바뀌어서 (과장을 보태어) 발에 채이는 게 슬램 우승자들이니.. 3경기 표값과 맞먹는 '메인 매치' 1경기를 감당할 무게감의 선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름 슬램 우승자VS프랑스 여자 선수의 경기를 넣었는데도 여기저기 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좌석이 남아도는 나이트 세션의 예. 여자선수는 필립 샤트리에를 다 채울 만한 선수가 요즘 없다. 롤랑가로스는 나이트 세션 배정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듯.

이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이트 세션 표가 리세일로 훨씬 많이 나오는 것으로 짐작한다. 파리에 사는 직장인이라 어쩔 수 없이 밤 경기만 볼 수 있는 사람 아니면 '가성비'가 매우 떨어진다. 나도 예매 초기에 나이트 세션 표를 몇 장 샀다가, 생각보다도 너무 늦은 경기 시작 시간을 보고는 호텔로 혼자 무사 귀환할 자신이 없어 결국은 다시 팔았다(파리의 여름은 밤 10시까지도 어느 정도 밝긴 하지만). 나이트 세션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 데이 세션 표를 가진 사람들은 나이트 세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데이 세션 제3경기 종료 후 그들이 경기장을 나가도록 비우고, 동시에 나이트 세션 입장객이 어느 정도 입장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이 세션이 진작에 끝났더라도 나이트 세션은 곧바로 시작할 수가 없다. "Not Before 20:45"이라는 일정도 이 시간이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일 뿐이고 경기장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이트 세션에서는 경기장을 채울 만한 몇몇 남자 선수들이 돌아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자정까지 경기하게 될 듯.

롤랑 가로스는 전통을 중시한다며 그동안 roof/야간 조명을 달지 않아 '우천' '일몰'로 경기가 중단되어 다음날로 경기가 밀리는 억울한 선수들을 양산하는 스케줄 문제가 많았다. 2020년대 들어서 드디어 경기장 지붕도 달고 조명을 설치하더니... "야간 경기 없다고 그동안 우리 욕했지? 우리는 한다면 제대로 해"를 모토로 삼았나보다. 과하게 늦은 야간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사람들 보기 좋은 시간을 잡으려는 아마존 프라임의 입김이라는 설이 있지만, 적어도 필립 샤트리에 코트 데이 세션 시작 시간을 지금처럼 낮12시가 아닌, 다른 코트들과 똑같이 오전 11시로 하면 나이트 세션 시작 시간도 앞으로 좀 더 당겨질 텐데... 고집 있네.🥴 작년에도, 남자 선수들 경기 길어지는 것을 뻔히 알 텐데도 남자 4강전 첫 경기 시작 시간을 너무 늦게 잡아 비판을 좀 받았었다. 특히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한 11시 통행금지까지 있었는데도 그에 대한 고려 없이 경기 시간을 잡아서 결국 두번째 경기는 통금 시간을 넘기게 만들었다.


나이트 세션 시작 이틀만에, 이미 자정을 넘겼지만 한 세트 더 해야하는 경기가 나옴😟
 



☆☆ 결승전 표를 구입할 때 좌석 위치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아래 보이는 배치도에서 아래쪽을 선택하면 좋다. 시상식이 아래쪽 방향을 보고 진행되기 때문에 아래 배치도에서 위쪽에 해당하는 좌석에 앉은 사람은 선수들 뒷모습만 보게 되어 감흥이 좀 떨어진다. 



물론 이런저런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티켓 공식 판매 사이트는 그럭저럭 잘 설계되어 있고, 표를 고를 때 그 좌석은 어떤 각도로 경기를 볼 수 있는지 3D로 미리 보여주어 감을 잡기 쉽다. 표를 구입하거나 되파는 과정에서 날아오는 이메일도 굉장히 밝은 (영어) 말투로 친절하게 잘 되어 있어 어쨌든 나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데, 나중에 환불이 정확히 잘 이루어지냐에 따라서 최종 인상이 결정될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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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경우 롤랑가로스 대회 종료 시점이 한국 시간으로 치면 6월 6일이었는데, 7월 4일부터 체크 카드로 결제했던 금액이 계좌로 환불되었다. (나는 은행 두 곳의 체크카드 이용)

 management fee 4유로를 제외한 표값이 환불되는데, 내가 구매했던 시점과 환불 시점의 환율 차이와 카드사의 할인 정책 차이로 똑같은 4유로를 제외한 액수라도 엄청 다른 금액이 입금되었다. 나 같은 경우 어떤 표는 4€ = 3875원부터 어떤 표는 무려 4€ = 9138원을 제외한 금액이 계좌로 입급되었다.

 구입 시점인 5월보다 7월의 유로 환율이 더 높아졌음에도... 구입할 때는 절대 적용해준 적 없던 파격적 낮은 환율을 환불시에는 적용해, 65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8만 5천원 정도로 환불해준 씨티은행 덕에 수수료 4유로의 가치가 9138원이 되는 기적(!)을 보았네.🤬 씨티은행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만 이 카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연장할까 했는데 이것으로 바이바이. (하지만 사실 예매할 때는 씨티카드가 에러나 복잡한 추가 인증 과정 없이 결제가 잘 되었기 때문해 사용한 것이긴 했다.)


☆ 4유로 부담만 빼면 환불이 쉽기에 "혹시 모르니" 2023 롤랑가로스 입장권을 좀 사두려고 했는데, 올해는 규정을 보니 90%만 환불해준다고 한다. ㅜㅜ  😢 45만원 결승전 표를 사놓았다가 resale하면 4만 5천원+4유로가 날아가는 것. 사람들이 resale을 너무 많이 해서 정신없어서 그러나??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수수료 4유로 받고 있는 거 아니야?? 꼭 갈 계획 아니라면 '혹시나' 하고 사놓진 못하겠네. 


🌌2023년에는 나이트 세션 시작을 8시 15분으로 당겼는데, 30분 차이로 얼마나 나아질지는 의문. 작년 남자 8강전은 새벽 1시를 훌쩍 넘겨 종료되었고 우버 등도 원활치 않아서, 새벽 2-3시에 경기장에서 나온 한 기자가 "여전히 주위에는 교통 수단을 잡기 위해 배회하는 관람객들이 많이 있다"라고 트윗한 바 있다.😑 나이트 세션 경기가 밋밋하게 두 시간 만에 끝나면 뭔가 아쉽지만 그래도 집에 가기는 쉬워지고, 팽팽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며 열광을 하다 보면 집에 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낮 경기가 일찍 끝나 관중 퇴장 시간 등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8시 35분이 되어야 시작하는 2023년 나이트 세션.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면 집에 가기 어려워진다.




작년 4월에는 거의 매일 살 수 있는 수준이었던 리세일 표가 2023년에는 잘 안 나온다. 올해 3월 공식 세일도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다고 하던데, 올해는 표를 사기가 매우 어렵다.

아래 Roland Garros 태그를 클릭하면 2022 RG 관람한 이야기 읽을 수 있어요 🙂 ⬇️


either way around



2022년 시즌 시작 이후 20연승을 하고 있던 라파엘 나달이 인디언웰스 결승전에서 패배, 북미 하드코트 시즌을 마쳤다.
인디언웰스는 특히 그랜드슬램 대회 바로 다음 규모의 큰 1000시리즈 대회라서 7명을 만나서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대회이다. (상위 랭킹 32명은 1회전 부전승을 받아서 6명만 만나면 되긴 한다.) 



1000시리즈 대회는 1년에 9개가 열리는데도 십수년간 이 1000시리즈 대회급을 우승한 선수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역시 7명을 연속 상대해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며 모두 이기기란 쉽지 않다.

사진 속 마이크를 잡고 있는 24세 테일러 프리츠 역시 이 우승이 1000급 대회 첫 우승으로,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승에 올라오기 직전 경기에서 발목을 접질러 뛰기도 힘든 상태였다.

나달 또한 준결승에서 공조차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 태풍급 바람 속에 3세트 혈전을 벌여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결승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걷지도 못할 줄 알았던 프리츠가 점수 차를 벌려나갔고 결국 나달이 열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꽤나 잘 나가는 선수였다가 투어 레벨에 진입해서 예상치만큼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던 프리츠였기에 다시 안 올 기회라는 걸 알고 고통을 안고 뛰었던 것이다. 물론 나달도 평소보다 많은 실수를 보여주며 고통과 싸우고 있었고. (너무 아쉬운 실수를 해서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엄마가 놀라서 내 방에 들어오시기까지 했다😝) 


1세트는 프리츠가 압도했었는데, 2세트가 되니 두 선수 모두가 부상을 안고 고통 속에 비몽사몽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실수가 증가해서. 

그러다가, 지난 호주 오픈 결승 5세트도 어떤 식으로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결과와 반대로도 흘러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5시간을 꼬박 채우고 6시간째에 돌입한 경기, 몰려오는 피로와 포기하지 않는 상대방의 끈기가 주는 압박감.... 당연하게 라파가 이겼겠거니 했지만, 오늘 두 선수가 고통 속에 헤매며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니 그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모르는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래서 비록 오늘 지더라도 그 승리가 있기에 모든 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초반 3개월을 행복하게 살게 해준 명약💊. 사실 그 우승이 없었더라면 2022년을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2022년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뤘기에 나달이 패배를 잘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처음 경험해보는 형태의 통증 때문에 (chest pain?) 본인도 생각이 많아져 시상식 때 우울해보여서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푹 쉬고 4월에 시작하는 클레이 시즌에 좋은 일이 있길!
내 생각같아서는 몬테 카를로 or 바르셀로나 중 하나 정도는 건너뛰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자 하면서도
승리의 달콤함도 알기에 욕심을 숨길 수도 없다.



테니스를 14년 보면 미신과 함께 본다.






숫자 '21'보다는 그동안 준우승만 4번 한 '호주오픈' 한 번 더 우승해보자는 게 훨씬 간절했던 결승전.

간절하면서도 사실 이길 것 같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마음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져도 된다 져도 된다 하면서 보았기에 1,2세트 패배끝에 3세트를 가져갔을 때 '이제 이것만으로도 됐다'라고 안도해서 마음이 더 편해졌던 듯 하다.

메이저 대회 결승 문턱도 못가보는 선수의 팬들이 들으면 호강에 겨운 소리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10년간 4번의 결승전에서 너무 불운해서 마음 아팠던 나달의 호주오픈, 그래도 올해는 어떤 보상은 있지 않을까 했다. 

잘 되리라 믿으면서도, 올해와 비슷하게 부상에서 복귀한 뒤 얼마 안 된 시점에 있었던 2019년 결승전이 재현될까봐 걱정이 됐다. 4강전까지 너무 파죽지세로 올라가서 결승도 해볼 만하다는 소리가 많았던 2019년이었지만, 조코비치에게 별 힘도 못 써보고 3세트만에 깔끔하게 패배했다. 그뒤 내가 기억하는 인터뷰 내용 중엔 '부상 복귀 뒤 다른 것은 몰라도 조코비치 수준의 수비에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라는 것이 있었다. 올해 2022 호주오픈도 나달의 결승전 상대자가 그 조코비치를 3세트 압살하는 수준의 "문어발🐙" 질식수비 다닐 메드베데프라서 같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35살에 힘들게 결승에 갔는데 6-2 6-1 6-3 초라하게 퇴장하면 어쩌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미친듯이 공을 받아내고 보내는 2021 US오픈 우승자 다닐 메드베데프를 2022 호주오픈 우승 후보로 꼽았고, 나도 그의 수비에 지쳐 10살 많은 나달이 나가떨어질까봐 걱정은 좀 됐다. 메드베데프는 타이핑하기에 이름이 길어서 앞으로 '다닐'의 '예쁜' 러시아식 애칭 "Даня다냐"로 쓰겠다. 러시아 사람들만 그들의 '몌드볘졔프'를 다냐로 부를 뿐 Саша싸샤처럼 보편화된 애칭은 아니다(너무 다냐스럽지 않게 보여서?! 😉). 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타이핑이 유난히 귀찮은 이름이라 한국에선 보통 메뎁, 영어권에서는 Meddy라고 쓴다. 


곧 26살이 되는 다냐입니다 :)



작년 US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도 공략에 실패한 다냐의 수비벽을 나달이 이번에 뚫을 가능성이 안 보이는 와중에도 다른 방향의 생각도 했다. 나달이 호주오픈에 준우승 징크스가 있다면 작년에 준우승한 다냐라고 없을 이유도 없다는 것. 내 생각에 다냐는 US오픈에서 좀 더 뛰어난 것 같았다. 2019년 라파;다냐 US오픈 결승을 보면 2세트까지 맥없이 나달에 밀리던 다냐가 3,4세트 거센 반격에 나섰었고 2021년에는 빈틈없는 모습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는데, 2021년 호주 오픈 결승에서는 1세트에서 경기가 안 풀리니까 침착하게 추격을 하는 게 아니라 공을 마구 치면서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래서 다냐가 생각보다 호주 오픈과 잘 안 맞는 게 아닐까 하는 '분석' 아닌..... '바람'을 가졌다.☺ 무적모드 US오픈과는 달리 호주오픈에선 5세트까지도 종종 끌려가고.


나의 또다른 "믿는 구석"이 뭐냐면 호주오픈 때의 나의 건강과 나달 건강이 비슷하다는 이상한 착각인데, 이번 결승전 당일날 내가 몸이 아픈 곳이 없어서 나달이 이길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것은 2014년 나달의 결승전부터이다. 결승 상대는 한손 백핸드 바브린카로, 당시 나달에게 12연패 중이었다. 한손 백핸드를 치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나달에게 매우 약하다. 게다가 나달이 페더러(역시 한손 백핸드)를 만나서도 탁월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준결승을 쉽게 끝내고 결승에 올라가는 바람에 당시 거의 모두가 나달의 우승을 점쳤다. 

그 결승전 시작 전, 낮에 동창 결혼식이 있었는데, 같이 참석했던 친구 차를 타고 집앞까지 같이 왔다. 친구가 나를 내려주고 떠나는데 혼자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 있던 볼라드를 보지 못하고 걸려서 그대로 인도에 발라당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인도에 그렇게 누워본 것은... 술취하지 않고서🤪 제정신으로는 유일한 날인 듯. 그래서 근육이 놀라서 불편감이 있었는데, 나달도 그날 결승 직전 연습 시간에 당한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헉, 혼자서 후회했다. 친구의 차는 이미 떠나버렸는데 뭘 인사하겠다고 서 있었을까. 나도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는데, 나달도 당했구나.....

그러다가 2017년, 나달이 또 호주오픈 결승에 가게 됐는데 그때는 준결승을 보고 나서 책상 밑에 뭔가가 떨어져서 주우러 밑에 들어갔다 나오다가 책상 밑면 쇠고리에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그래서 두피에 작은 딱지가 생길 정도의 부상(?). 그 해에도 나달이 결승 5세트 가서 아쉽게 패배ㅜ.ㅜ 

2019년 인디언웰스 때도 내 한쪽 무릎이 이상하게 욱신거렸는데 나달도 무릎 통증을 이유로 (그러나 나와는 반대쪽 무릎이었던 듯 😝) 4강전에서 기권했다. 그래서 그 뒤로 묘한 혼자만의 착각/미신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다치지 않아야 나달도 잘 풀린다.... 하는 거?? 

그런데 어제 결승전날은....아침에 눈을 떴는데 몇달간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없었다.
그래서 아, 오늘 잘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익숙한 그 통증이 있었다면 '아, 오늘도 안 되겠구나' 했을 거다. 그 혼자만의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미신은 이렇게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ㅎㅎㅎ

하지만 결승전 2세트까지는 나달이 끌려가는 양상.
라파 - 다냐의 결승전 1세트는 2-6로 차이가 많이 났지만 2세트는 6-7로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래서 그때 이미 마음이 편해졌다. 적어도 2-6 1-6 이런 식으로 격차가 크지 않고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니 처절히 싸우다가 진 것이기 때문에. 




해설자 📢 "메드베데프가 관뚜껑에 못질을 하네요"





2세트도 졌지만 우울하진 않고 그냥 이건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단지 첫 서브가 너무 안들어 간 게 답답했는데, 간발의 차로 벗어난 몇개만 들어갔어도 서브 에이스로 경기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을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 어찌나 첫 서브가 안 들어가던지... ㅠ.ㅠ 그러면서도 오늘 신체 상태가 좋은데 5세트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3세트 중반 해설자가 "메드베데프가 관뚜껑 덮기 직전이네요" 했을 정도로 스코어가 밀렸을 당시, 나달은 이런 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Pues ya está" 그래, 이 정도면 됐다 - 였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모두가 포기했을 당시, 나달만이 포기하지 않았다.
 
롤러 코스터를 타던 끝에 5세트까지 왔고 25세 다냐보다 35세 라파의 체력/집중력이 훨씬 돋보였다. 마지막에도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우승했다. 🏆
나랑 진짜 건강 상태 일치하나봐! ㅋㅋㅋ 
내 착각은 나의 자유 :)




오늘은 발 통증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고. 선천적인 것이라 고치지도 못하는 그 발 통증 ㅜ 



결승 하기 전에도 이기면 많이 울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나는 5시간 반 동안 덤덤하게 봤는데도 챔피언십 포인트가 끝나자마자 진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다. 나에게도 그런 눈물이 있을 줄은.... 

운좋게 반대편 드로가 망해서 쉬운 상대가 결승에 올라오길 바라기도 했지만, 꼭 현시점 1인자 메드베데프가 올라와야 한다는 어떤 팬의 말도 결국 맞는 말이었다. 현존 하드코트 최강자를 실력으로 끝끝내 누르고 우승했으니 뒷말 나올 일이 없다.

경기 끝나고 기억의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꺼내보지 않는 경기들도 있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경기가 또 생겨서 기쁘다. 2019년 US오픈 결승, 역시 다냐와의 경기 5세트는 진짜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르겠다. 


결승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야유하는 관중에 대한 실망과 함께 어린 소년의 꿈이 이젠 죽어버렸다는 인터뷰를 한 다냐 메드베데프. 물론 그가 서브할 때 방해를 일삼은 관중들도 나빴지만 다냐도 경기가 안 풀릴 때 본인도 제어를 못하는 광기 + 관중이랑 꼭 맞장을 떠보려는 똘끼가 있어서 안티를 수집하는 중인 듯. 경기가 끝나면 정상인으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난 다냐 좋아하는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다냐가 2018년에 ATP tour 첫 우승하던 경기도 지켜봤었고, 그가 우승 스피치에서 그 자리에 오지 못한 아내에 대해 말한 것도 기억난다. 비자를 못받았다던가... 특히 2019년 US open Wawrinka와의 경기에서 신선한 인상을 받아서 그 후로는 늘 다냐의 경기는 범상치않다고 생각하고 즐겨보는 편이었다. 물론 나달과 붙으면 나달을 응원하지만. 😁

조코비치가 코트에서 고함 지르고 난리나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다냐에게서 발견해서인지 자꾸 자기와 다냐를 비슷한 라인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조코비치가 본인과 비슷하게 코트에서 라켓을 후려치는 즈베레프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코트 안팎에서 "완벽한 척"은 하지 않는 authentic 선수들"이라고 인터뷰. 아니 그런 행패가 착한 '척' 안 하는 솔직함에서 나온🤷‍♀️ 행위라면, 다른 인성 좋은 선수들은 '가식'으로 코트에서 자신을 다스리고 있다는 말?) 다냐 본인도 범생이 스타일 나달보다는 조코비치를 더 가깝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관중에게 응원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조코비치식 감정 표출 노선에서 벗어나는 게 나아보인다. 그래도 다냐는 인터뷰 등을 너무 잘 하고 솔직해서, 다른 종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선수이다. 조코비치와 즈베레프는 인터뷰만 보면 서글서글 좋은 사람같으면서도 최근 거짓말을 한 사례가 걸려서 주위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느글느글한 캐릭터들인데 다냐는 거짓말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두 명과는 다른 노선을 택하면 좋겠다.





'왜 나를 응원하지 않지?' 같은 생각 대신에 심판에게 고함치고 행패 부리는 버릇을 먼저 고쳐야 될 듯. 사람들에게 악당 캐릭터로 몰리기 딱 좋다. 국적에 관련된 악담을 퍼부은 최악의 관객들의 잘못도🤦‍♀️ 크지만, 다냐도 괴성과 손짓으로 관중 눈에 띄게 되는 자신의 경기장 태도를 고쳐나가지 않으면 관중과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Pro tip: Making dismissive hand gestures to a packed stadium isn’t the best way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 LA times, Charles McNulty) -> 3세트 막판에 다냐가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는 과정에서 나달팬들의 환호로만 끝났을 것을 거기서 다냐가 삐딱한 표정으로 관중을 비꼬는 듯한 태도로 박수를 치자마자 야유가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실수에 환호하는 관중을 충분히 기분나쁘게 생각할 수 있지만 + 꼭 도발을 하는 것도 다냐임. 관중의 사랑은 본인이 얻는 수 밖에 없는데 늘 반대로 행동해서 아쉽다. 

사랑받는 선수들이 어떻게 처신해서 사랑받고 있는지를 참고 좀 하고... '나는 착한 척은 하지 않고 살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그게 '척'이 아니고 진짜 사람됨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건가? 경기장의 반을 채울 내 팬들은 다년간의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15년 이상을 뛰어서 다수 관중의 사랑을 획득한 노장 선수에 비해, 관중이 자신들에게 응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징징대는 5-6년차 '넥젠'의(여기서는 다냐를 포함하는 것이 아님) 몇몇 인터뷰 내용을 보고 질린 이번 호주오픈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온세상이 자기를 응원한다고 착각하는 거대한 자아상을 가진 선수(ni...k...🤡)도 있어 놀랐고.

나달조차도, 롤랑 가로스에서 이미 4번이나 우승한 후였던 2009년에 16강전에서 소덜링에 패해서 탈락할 때 관중들이 디펜딩 챔피언인 자신이 아닌 소덜링을 크게 응원해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관중들은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다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소덜링의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환호가 점점 커지고 나달이 실수할 때마다 열광하며 엄청 큰 소리를 냈다. 특히 마지막 타이브레이크(12:57~)는 화질 때문에 공의 움직임이 잘 안 보이지만 관중의 엄청난 함성이 들리면 그게 소덜링의 위너/나달의 에러라고 보면 될 정도. 올해 호주오픈에서 나달이 받았던 응원을 소덜링이 받았다고 보면 된다. 당시 롤랑에서 4번이나 우승한 선수였던 나달이 상처를 입었을 만하다. 자신의 고난을 기뻐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의 그 기분이란....



메드베데프는 인터뷰에서 '관중들은 내가 (+ 넥젠이 )이기기를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서만 경기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하지만 2009년 16강전에서 22살 나달에게도 그랬다. 관중들이 당시 페더러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4년째 저지 중이었던 나달의 승리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본인보다 거대한 산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겪어가며 13년이나 더 꾸준한 경기력과 본인의 인성, 평상시 언동 등 자기 관리를 해온 결과 오늘에 이르러 관중의 사랑을 얻은 것인데 5-6년차가 프로 생활 20년의 두터운 팬층과 비슷한 응원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나도 오래전 나달이 준우승한 경기를 본 뒤에 팬이 됐듯이 다냐의 준우승 과정을 보고 이번에 분명히 팬이 더 많이 생겼을 테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으면 좋겠다.

실력보다 인성으로 욕 많이 먹고 있는 소위 '넥젠'들을 나는 귀엽게 보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보니 다들 너무 자의식 과잉이고 성취에 비해 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싶기도 하다. 얘들도 35살 되면 '요즘 것들은 투정을 많이 하네, 나때는 말이야....' 그러고 있겠지.😆


아무튼, 2012년 6시간 결승전의 쓰라린 패배 이후 
10년 만에 이번 호주 오픈은 해피 엔딩.
해피 엔딩이지만 펑펑 울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2022년 1월 30일이었다.
지면 울지 않지만, 우승하면 눈물이 나니까.




  


부수적 정보



테니스 새 시즌이 시작되려 하는데도
예전같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 그저께는 '황혼기'라는 글을 썼지만
이벤트 대회를 위해 아부다비에 머무르는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를 보니 테니스 대회의 또다른 매력이 다시금 상기됐다.


프로 테니스 대회는 "world tour" 라는 것. 
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ATP)도 예전에는 atpworldtour.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내세웠었다. 요즘은 atptour.com으로 줄였지만.


테니스 선수 팬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전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을 눈으로나마 따라다니게 되고 풍광 구경을 하게 된다. 직접 관람을 결심하게 되면 역시 덩달아 세계 여행이 가능해진다.(나는 대회 관람을 위해 도쿄와 방콕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국내 테니스 관련 일을 잠깐 했을 때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김천, 문경 같은 도시에 가볼 수 있었다.



ATP tennis TV를 보다가 캡처한 풍광 사진



내년초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2 투어 대회 이전 
이벤트 경기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데, 내일 그 경기를 위해 주최측 제공 숙소에 머무르는 한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리조트 사진을 보니, 또 다른 세계다. 

 


Rixos Premium Saadiyat Island 




Rixos는 터키 사업가가 시작한 브랜드이고 중동을 기반으로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기름 부자" 국가에 있는 호텔들은 세인트 리지스나 리츠 칼튼 류의 중후함과는 또다른 화려함이 있다. 이런 단어 싫지만... 그냥 가장 적합한 단어... '돈지랄'의 세계가 엿보인다고 할까.







내가 테니스 응원에도 시들해졌나?? 팬질의 황혼기인가?? 싶다가도 이런 부가 정보를 얻게 되면 '아,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었지.' 싶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대여섯개 이상의 다양한 식당 내부 사진이 보이는데, All-inclusive resort라고 하니 매일 3끼를 이 식당 저 식당 가보면서 먹는 재미가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정보 조사를 더 해보니 뷔페 식당만 무료이고 개별 메뉴 주문을 할 수 있는 각각의 식당들은 추가로 돈을 내고 - cover charge - 들어가야 한다).

이런 리조트까지 와서 빈부격차를 또 느껴야 하겠네😜  3끼 모두 뷔페만 가느냐와/ "올 인클루시브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커버 차지가 또 있어?" 라며 열내지 않고 "아, 그래?" 하면서 거리낌없이 다양한 식당에 가서 추가 지출을 할 수 있느냐로.




뭔가 다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김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날아가버린 꿈이 생각나기도 한다.

중동 기름부자 항공사의 1st class 좌석을 위해 마일리지를 안 쓰고 놔뒀었는데
그런 항공사들 중에 중요한 목적지/경유지가 아부다비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던 시절에도 마일리지는 1등석 편도를 탈 만큼은 가지고 있었는데, 아부다비 <-> 인천 A380 기종 운항 소식이 들려서 '에잇! 생일날 그냥 나를 위한 선물로 비행기만 타고 아부다비 하루 만에 갔다가 와볼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일리지는 있지만 아부다비 숙박비는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 
그래도 인생에서 그런 좌석 한번쯤 타보는 것도 경험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런 낭비를 감행할 만큼 대범하지 못해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일이 됐고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한동안은 비행기도 뜨지 않았다가 운항은 재개되었지만, 대신에 수요가 줄어서 A380 대형 항공기 대신에 아부다비-인천에는 중대형 B787 항공기만 오고가는 실정이 됐다. 내가 목표한 1등석은 대형 항공기에만 있는 바로 그 좌석인데... 😭

심지어 중동 기름 부자 항공사라도 대형 항공기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지, 코로나 이후 공항에 얌전히 세워져 있었던 그 비행기들 모두 앞으로 상황이 나아져도 운항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항공사 보유 기종 소개란에 A380이 이미 빠졌다고 한다. 매각될 듯.

비행기 기종 자체가 안 뜨니, 내가 꿈꾸던 그 좌석 탑승 기회는 이제 아예 사라져버린 것.
머리 속에 '그냥 왕복으로 비행기만 타고 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미친 척 실행했어야 하는 일이었나보다. 🥺

나는 대부분의 마일리지를 미국 항공사에 가지고 있는데 (융통성이 크고 프로모션도 많아서 탑승시 요구 마일이 한국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탄력적임) 코로나 이전 시점까지는...각 항공 동맹의 내부 협업과 실시간 좌석 조회 기술이 점점 좋아져서, 미국 항공사 앱에서 파트너 항공사 비행편도 모두 조회가 됐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의 출도착이 모두 예약이 됐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얼마 전 시점에 갑자기 한미 왕복 항공권을 '4만 4천 마일' 웹 스페셜로 내놓는 탄력성을 보여주며 설레게 했었다. 한국 항공사의 4만 마일로는 동남아 정도 가는 것이 전부인데.

마일 발권 장벽이 낮아져서 종종 밤마다 그렇게 여행 계획 한번씩 짜보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였는데, 마일 놀이의 절정이 오려던 그때🙀 코로나가 당도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다 돌아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파트너 항공사끼리 원활히 서로 나눌 좌석 자체가 줄었고 항공 여행에 제약이 많아지니 미국 항공사앱으로는 이제 미주 여행이나 검색될까말까 한다. 검색 기능이 도로 퇴보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종종 앱에서 손가락으로 톡톡 여기저기 가보는 재미도 사라졌네.

아쉽다.


그저께는 테니스에 대한 열망도 줄었나 하고... 늙은이같은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테니스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사진으로 인해, 코로나로 잊고 있었던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드넓은 1등석 좌석은 사라졌으나 🛩 다행히 Rixos 호텔 브랜드가 Accor에 속해 있어서, 지금 160유로 상당 Accor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저 리조트에서 1박에 €160는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돌아나와야 할 수준이지만 😆 그래도 상상하는 데 부담이 조금은 줄잖아...







중압감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도전했던 조코비치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덩달아 만감이 교차한다. 
Non-조코비치 팬이라면 지긋지긋했을, 그의 결승전 무적 모드...그것과 완전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업 도전 실패.

그가 그랜드 슬램 21회 우승을 하지 않길 바랐던 것은, 내가 10여 년 넘게 '아들 키우는 심정'으로 응원해온 나달 때문인 것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 내 인생의 투영인지도 모르겠다. 

나달 본인은 "역대 최고"선수로 남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나로서는 2등은 싫었다. 고등학교 때 두어 번 단 1점 차이로 2등을 했던 기억, 결국 진학한 2등 학교. 노력을 크게 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도 만년 2인자 삶을 살다가 1등도 눈앞에 보였는데, 좀 괜찮아질만 하니까 갑자기 추월을 당해 다시 2인자로 남게 된 상황이 그래서 더욱 더 싫었다. 사실 이미 거의 모든 지표에서 조코비치가 앞서지만, 그래도 나달이 먼저 한 번은 역대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나 보다. 대리 만족.


이번 us open에서도 결승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코비치의 우세를 점쳤다. 물론 결승까지 무적모드로 올라온 메드베데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조코비치가 너무나 갈망해온 목표라는 점, 그걸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 메이저 5세트에서의 그의 강인함 등등이 조코비치의 승리를 점치게 만들었다. 

나도 반쯤은 마음을 내려놓은 상황이었지만, 메드베데프의 경기를 몇 개 보고 조코비치의 들쭉날쭉 경기 스코어를 보고 나니... 메드베데프가 우세하겠다 싶기도 했다. 이런 건 경기 전에 써뒀어야... :) 

결정적으로 이번에 조코비치의 심리 상태나 몸 상태가 저번 롤랑 가로스 4강전의 나달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결국 "그때 나달 = 이번 조코비치"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나달이 2020년 롤랑 가로스의 압도적인 우승 기억과 2021 대회 직전 로마오픈에서의 선전으로 상당히 자신감있게 롤랑 가로스에 임할 줄 알았었는데... 끝나고 보니 그가 상당한 압박감으로 고생한 대회였다는 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당시 4강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나달의 우세를 점쳤었다는 것도 이번 us open의 조코비치와 비슷했다.

롤랑 준결승 때 대부분이 나달의 우세를 점쳤으나, 롤랑에서는 가진 게 더 많은 나달이 더 허둥댔고(狼狽;;😨) 결국 조코비치가 승리했듯이... 이번에도 다들 조코비치의 우세를 점쳤지만 너무 거대한 역사에 도전하는 조코비치가 중압감으로 오히려 더 약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그것은 현실화되었고, 특히나 준결승에서 더 고생하고 올라온 조코비치가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헤매기 시작... 결승전은 짧게 끝이 났다. 


내가 왔다갔다하는 수많은 넥젠 중에서 "하~ 이놈 봐라?" 하는 식으로 메드베데프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게 된 것이 2019년 바로 그 '조코비치'와의 호주오픈 16강전인데... 
만 22세 당시에도 조코비치의 공을 끝없이 받아넘기는 기술만은 가지고 있어서 질 시몽의 후예가 나온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해 북미시즌부터 연말까지 메드베데프는 질 시몽의 후예 정도가 아님을 보여줬고, 하드코트 슬램에서 조코비치를 잡는다면 메드베데프 밖에 없겠군...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올해초 2021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까지 모든 상대자들을 무력하게 만들면서 신들린 모습으로 올라온 것은 알겠는데... 막상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스코어가 밀리자 화를 내고 공을 막 쳐버리면서 1시간 50분여만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 저게 세계 최강자를 대하는 모습인가? 애초에 스코어가 밀릴 거라는 가정을 하고 어떻게 뒤집을지 전략을 세워서 올라왔어야지, 스코어가 밀리니까 대책이 사라져버리는 저 경기 운영은 뭐지?!?' 

그래서 메이저 대회에서는 메드베데프에 대해 큰 기대를 버렸었는데, 본인도 그때부터 얼마나 절치부심을 했는지...이번에는 완벽한 경기 준비를 해서 나왔다. 패배를 눈앞에 두고 관중의 격려와 환호에 눈물을 쏟아낸 조코비치를 보며 짠한 마음이 들기도... 그저 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년 1월, 이들의 도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지만...
나달 팬으로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후배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하고, 나달은 신체가 쇠퇴기라...

그래도 한 번은 1등 하는 거 보고 싶어. 지금은 메이저 우승 횟수로는 공동 1등이지만 다른 지표에서 밀려서 나달이 1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commitment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참 묘하다.


14년 동안 나달 경기를 보며 울고 웃고 즐거웠지만

6월에 나달 본인이 제일 잘 하던 대회에서 패배하고 (정신적 내상으로?) 윔블던/올림픽 일찌감치 기권하고 고향에서 골프치고 다니는 요즘...


응원하지 않는 다른 선수가 앞으로 우승할 것을 생각하니 배가 아프고, 내가 이놈의 테니스를 몰랐으면 이렇게 짜증날 이유도 없을 텐데 싶다. 


Queen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가사 중에 "you're the victim of your crime"이 있다. 좋을 땐 좋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면 결국 내가 좋아서 한 일의 victim이 되어서 고통받는 것.

내가 좋아서 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거기서는 좋은 것만 취하고 싶고 싫은 일은 피하고 싶다.


2년전 이맘때에도 딱 이랬는데...

아효....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승패에 연연하지 않으리라 아무리 다짐해도 운동선수를 응원하는 이상... 초연해지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 아들'만' 서울대 보내고 싶어 안달하는 엄마같은 내 모습을 발견하고 '서울대 안 가도 좋다! 착하게만 자라다오'로 마음가짐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남의 집 아들 서울대 가는 거 슬프고 🤣 우리 아들이 최소한 먼저 들어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는 마음은 어쩔 수 없네.








I am lucky





"Just accept. I never considered myself unlucky person at all. Doesn’t matter the injuries that I had. I think I am very lucky person."





 


다른 선수 팬들은 배부른 소리한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라파 나달의 호주오픈 2회 우승 도전은 또 실패로 돌아갔다.


삭막한 욕설이 난무하는 테니스 포럼같은 곳에는 더이상 가지 않고

주로 트위터에서만 테니스 정보를 얻는데, 내가 보는 요즘의 열혈 나달팬 트위터러 중에는

나달의 2009년 호주 오픈 우승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주로 2010년대 이후로 팬이 된 사람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 같다.

다들 그뒤로 준우승 4번의 쓰디쓴 기억들 뿐.


2021년, 선수 나이가 많아져 조금 더 조바심이 나는 이때에

또다시 거창한 목표가 무위로 돌아가고 나니,

2009년 호주 오픈 결승전을 콜롬보의 호텔 펍에 앉아서 혼자 지켜본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당시 나는 티비와 인터넷 없는 집에서 살고 있었고, 테니스 경기를 보려면 호텔 펍으로 가야 했다.

3번 정도 테니스 결승전을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도 같이 볼 친구를 찾지 못해 혼자 본 것은 그 호주오픈이 유일했다.


테니스 결승전은 우천 연기의 특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일요일 오후에 시작하는데(2020년부로, 롤랑 가로스에까지 지붕이 설치되면서 이제 우천 연기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짐)

내 기억으론....토요일 밤을 불태운 숙취로 인해 골골대면서 혼자 호텔 펍을 찾았다.

일요일 늦은 오후인 탓에, 펍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때쯤이면 다들 월요병이 시작될 시기인지라...


혼자 앉아서 핫쵸코..아마도 샌드위치?? 이런 거나 시키서 먹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은 맥주와 함께 테니스 경기를 보지만, 숙취 때문에.

경기가 5세트까지 길어지면서, 샐러드 같은 것을 한 번 더 주문했고 아마 그때쯤엔 정말 펍에 나밖에 없었을 거다.


그래도 홀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숙소로 돌아왔던 듯.

잡힐듯 잡힐듯 호주 오픈 우승이 12년째 잡히지 않으니... 2009년의 그 경험이 더 귀해졌다. 


그리고, 요즘 하드코트에서는 여실히 젊은 선수들에 밀리는 것을 보면서

2019년 US오픈 우승도 더 소중해졌다. 당시에 집에 홀로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혼자 실제로 펄쩍펄쩍 뛰면서 (당시 우리집 아래층은 비어있었다.) 응원했었고 3세트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가 5세트까지 늘어지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늘도 3세트에서 끝날 것 같았는데, 결국은 젊은 선수에게 밀려 역전패하는 것을 보면서

2019년 우승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더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승으로 너무 많은 안도감을 얻게 되었던 것도 새삼 더 감사하다.


경쟁심을 갖지 말아야지, 그냥 테니스를 즐겨야지 하면서 마음을 누르면서도

끝내 아쉬웠던 것들이 손에 잡혔던 날들...




  

20th major in 2020!


2020년 롤랑 가로스를 지켜 보면서 나는 계속 2014년 롤랑 가로스를 떠올렸다. 이전 마스터스 대회 패배로 많은 전문가들이 나달의 우승을 의심했던 것, 그러나 막상 롤랑 시작되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찾아나가는 게 보였던 것. 그래서 팬들에게 뭔가 믿음을 갖게 해줬던 것등이 2014년 상황과 비슷했다. 


그래서 당시 결승전에서 1세트를 조코비치가 가져갔지만 난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나중에 직관 해외팬 한분이, 본인도 경기장에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쓴 걸 보고 공감. 하지만 우승 직후 나달이 관중석에 올라가서 토니 삼촌에게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했을 정도로, 힘든 우승이었다.🤧


늘 비전문가 수준에서 보는 내 생각이지만... 2014년과 2020년의 가장 큰 차이는 나달 백핸드의 안정성이다. 2014년에는 백핸드가 고장나 있어서, 상대방이 나달 백핸드쪽으로 계속 공을 보내다 보면 반드시 에러가 나오는 😵 완전한 약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가 않아서 걱정이 덜했다.


그래서, 준결승 때 나달 백핸드쪽으로 파상공세를 퍼부어서 백핸드 대비를 탄탄하게 만들어준 슈와르츠만의 선전도 감사하고, 또한 조코비치와의 준결승 벼랑 끝에 몰려도 버텨내던 치치파스에게도 경의를 보냄.

(늘 라파가 말하는 식으로➡️)"그들에겐 밝은 미래가 있을 거야...하지만 당장은 말고"🤗


유일하게 나만 갖고 있는 공식 사진




잠시 알바처럼 테니스 관련 일을 했을 때,
춘천에서 열린 주니어 테니스 대회에 간 적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심판과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것은
그냥 보도 자료용, 홍보용으로 찍거나 요식 행위인 줄 알았고
사실 관중도 없는 작은 대회에서는 그냥 지나쳐도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빠지면 안 되는 필수 과정이었나 보다.

미디어 관련 일을 맡아서 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분으로부터
혹시 나에게도 카메라가 있으면 코트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오라는 다급한(?) 부탁을 받았다.
본인은 지금 다른 코트에 가 있느라 바쁘다며...


코트에 가보니, 다들 사진사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새.
그래서 이 사진을 찍지 않으면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필수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근처에 누군가 폰카메라 가진 분도 많았을 텐데, 굳이 디지털 카메라 가진 사람을 찾았던 걸 보면 뭔가 규정이 있는 듯??) 






왼쪽은 한국의 정윤성 선수, 오른쪽은 호주의 Jake Delaney 선수.
주니어 테니스 대회 결승전이었다.
결과는 정윤성 선수의 6:1 6:1 승리.

이 사진을 찍기 전에는 다들 경기 시작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어서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중에 이 사진을 따로 제출하도록 요청받지는 않아서 (뭐지??)
정말 나만 가진 공식 사진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 나이 16-17세이던 이 선수들이 대형 스타가 되어서
나만 갖고 있는 이 햇병아리 시절 '대결' 사진이 뭔가 가치를 발하기를 기대했지만 🤗
5년이 지난 현재, 정윤성 선수는 297위로 아직 투어 레벨 경기 경험이 없고,
Delaney는 1000위권대로 챌린저 아래, ITF circuit 경기를 뛰고 있다.
주니어 시절 세계 랭킹이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었던 것에 비하면, 성인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 

물론 18세에, 여자 테니스 같은 경우는 15세에도 투어급 우승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십여 년을 챌린저 레벨만 돌다가, 30대가 되어서 결국 투어 1승을 쟁취해내는 선수도 있듯이
이들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참, 사진을 보니 저 빨간 유니폼이 기억나네.
저런 대회 종사자에게 나눠주는 것 치고는 보기 드물게 품질이 좋았던 제품.
11월에 열린 경기라서 그런지 두터워서 따듯했다. 
보통 저런 류의 상의에는 대회 이름을 뒤쪽 등에 크게 써놓아서 다른 데에선 입기 힘들 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저 옷은 아주 작은 글씨로 허리 아래 부분에 보일들 말듯 새겨져 있다.


그래서 심지어 뉴욕까지 진출 ㅎㅎ





이옷을 입고 미국 여행을 다니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냥 밤에 추우면 입어야지 하고 가져간 옷이었는데
허리케인 북상으로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여행 기간 동안 다시 '유니폼'이 됨.





2년 전, 정말 원망스러운 경기 🤬


2018.07.14 04:27 

이건 예상 못했다




앤더슨-이즈너 경기는 당연히 길어질 줄 알았지만....

총 6시간 반, 5세트만 3시간......🤕







낮부터 하루 종일 기다린 나달 경기를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시청하게 될 줄은 몰랐다.


런던 시간으로는 오후 8시부터 시작 된 야간 경기를 위해 지붕 닫고 조명 켠 윔블던 센터코트...
독특한 분위기.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