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이다





인간 관계의 잔이 까닭 모르게 갑자기 ''펑''하고 사라질 때가 있다.
그것은 둘 사이 마지막 사건이 그 잔에 타격을 가해 깨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관계의 잔에 스멀스멀 차올라 한계선에 도달했던 불만에
마지막 사건이 불만을 더 들이부어 넘쳐 흘러버린 것이다.




인간관계가 끊어지면 대부분 마지막 사건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대부분 그건 이유가 아닌 것 같다.

신기한 것은,
한 사람은 불만이 흘러넘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을 때
다른 한 쪽은 불만 하나 없는 텅 빈 잔을 든 채로 계속 건배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쪽이 관계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할 때
다른 한 쪽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최고조에 이를 때일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동안
한쪽은 자기도 모른 채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해자인 줄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 상처받는다.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된 사람도,
그동안 피해자의 고통을 알고 나면 신기하고, 미안해진다.
어떻게 이 관계가 이어져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견뎌왔을까
2006.12.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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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1
많은 사건들이 '누적'의 결과로 발생한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살펴 보면, 결국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성장 과정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어른들은 "쯔쯔..다들 버티는 데 군대에서 조금만 참지, 그걸 못 버티고 나쁜 선택을 하냐..."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실 '군대'가 유일 원인인 게 아니고, 그 사람 인생의 여러 부분에서 아픔이 누적되어 왔는데 마지막으로 군대가 한계선에 넘치는 고통을 얹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인간 관계가 파탄나는 이유도 딱 그 마지막 사건이 때문이 아니라 누적되어온 불만의 결과이듯이
어떤 사람이 "사실 제가 그 사건 이후 좀 힘들었어요." 라고 말한다면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
여태까지의 누적된 것이 원인.

어떤 사건 이후로 영 인생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을 보고, "쟤는 고작 그 일을 겪였다고 지금 저렇게 반항하는 거야?"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아픔이 쌓여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건 터지고 수습하고, 일 터지고 마음 추스르고,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왔는데
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긴다면 잔뜩 움츠러들기 쉬운 게 인간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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