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입력
"아 웃겨"에 담긴 행복
그래 그거
중국어가 "들리면서" 느낌이 달라진 단어들
웃긴 거
스리랑카에 살기 전에 스리랑카 문자 - සිංසල싱할러를 배우고 가서 조금 읽고 쓸 줄은 알았지만 사실 2년 살면서 말을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영국 식민지를 거친 곳이라 영어도 잘 통했고 (현지인들 영어 자부심 강하다), 한국어 교사였으니 학생들이랑은 한국어 하면 되고, 날 도와줄 학생도 많고.
그나마 썼던 것은 숫자인데 (교통 수단 흥정에 필요) 귀국 후 정말 다 까먹었다.
귀국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뒤로 이상하게 외국 여행을 갔다가 말문이 막혀 단어가 안 떠오르면 머리 속에 스리랑카 단어 몇 개가 먼저 맴돌곤 했다. 물론 실제로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특히 메떠닝 මෙතනින් 같은 거. 정작 스리랑카 살 때는 내 입 밖으로 한 번도 안 내본 단어인데. 🤷♀️
මෙතනින්은 여기에서 여기서..뭐 그런 의미인데 랑카에선 here면 통하니까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외국에 있을 때 이런 의미의 단어를 말해야 될 때 이상하게 메떠닝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웃겨. 내가 스리랑카 말을 잘 구사했던 것도 아니고, 거기선 아무도 못 알아들을 텐데. 실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단어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외국땅에서 갑자기 떠오른다는 게 진짜 이상함.
그나마 랑카에서 실제로 좀 썼던 것 중에는 පුලුවන්ද?가 있는데, 할 수 있어요? 이거 돼요? 이런 의미인데, 이 문장 역시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나라에서 이런 문장을 써야 할 경우에 뜬금 머리 속에서 먼저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는데 (외국에서 어떤 단어를 말해야 되는데 이상하게 먼저 머리 속에서 치고 나오던 싱할러 단어) 지금은 안 떠오르지만 나중에 생각나면 추가해야지. 가끔 어느 나라에서나 "너 우리나라 말 할 줄 알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머리 속에서 "조금 할 줄 알아"라고 대답하기 위해 항상 චුඩ්ඩක් (스리랑카어로 "조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웃기다. 이것은 아마 실제로 스리랑카에서도 내가 많이 썼던 말이기 때문일 듯도 하다. 항상 "조금 할 줄 알아"라고 대답했으니까. ඔක්කොම가 "모두, 다" 라는 뜻인데, 귀국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한국에서도 '이거 다 주세요' 이런 거 말할 때 ඔක්කොම를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래 전에 nate 검색 엔진에서 "시맨틱 검색" 이란 걸 도입한 적이 있었다. 단어 하나 입력하면 그 단어의 정의 & 뭐뭐 & 뭐뭐뭐 를 차례로 보여주는 형식이었는데,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아서 어떤 단어 다음에 "은/는"이 들어가면 그 다음 문장이 그 단어의 정의인 걸로 나오곤 했다. 즉 "한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이다." 이런 식으로 정의를 설명하는 문장에는 "는"이 포함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듯하다.
그런데... 한동안 네이트 검색에 "싱할러"를 입력하면 내 싸이월드 블로그의 한 문장이 "싱할러"의 정의라고 첫번째로 나왔었다. 😄
싱할러의 정의 -> 싱할러는 진정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죠.
ㅋㅋㅋ 나? 싱할러의 정의를 내려버린 사람.
스리랑카에서 수술 받았을 때 마취에서 깨어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이 "වේලාව කීයද?" 스리랑카어였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싱할러의 정의'로 검색에 걸려나올 줄이야...
싱할러는 진정 내 마음 속에 있었나보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정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죠"는 한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였다. 철지난 시대상도 반영하고 있네. 😁
150원짜리 도움 안 되는 후기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이런 걸 배우게 됐다며 적어 놓게 된다.
1. 우물쭈물 결심에 시간이 걸리고, 그 사람의 결단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성격보다 "돈" 문제. 돈을 펑펑 쓰기로 작정하면 생각보다 많은 결정이 빨라진다.
2. 남들이 보기엔 불효 자식인데 본인은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 인간에게는 비판하는 기능조차 상실하게 만드는 "좋아함"이란 게 있다. _정치인/연예인의 잘못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됨_ 무엇이 자식의 '불효'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식의 됨됨이가 아니라 부모의 好惡일 수 있다. 부모님이랑 궁합이 안 맞는 자식들은 애써 노력하지 마세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생존자의 상담글 중에서 마음에 콱 박히던 부분. 좋은 반응이 안 돌아올 것을 알기에 자신이 이태원에서 살아돌아온 것도 가족에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상담가가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해줬다고 한다. 심리 상담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래도 가족은 당신의 편이 되어 줄 거예요"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 마지막 보루, 마음의 안식처가 아닌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벽
오래 전에는 부산이 왜 Pusan이라고 써있었는지, 미국에서 자란 교포 언니가 "너희들의 Jesus 발음은 틀렸어" 라고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몇 년 잠시 한국어교육에 몸담은 결과, 이제는 안다.
한글의 어떤 초성은 실제로 그런 발음이고, 외국인에겐 푸산, 피빔밥, 치저스(cheesus)로 들린다는 것을. 특히 '비빔밥'은 그 단어에 들어간 'ㅂ'이 모두 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단어라고 한다. 실질적인 발음이 "피빔빠ㅂ"인 셈이라서.
그래서 외국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받아쓰기가 엉망이다. "남차진구, 진절한 사람"....
아마도 대부분이 "ㅊ"소리로 들리거나, ㅈ/ㅊ의 소리 차이를 솔직히 구분 못하지만 대충 때려잡아서 둘 중의 하나를 돌려가며 적는 것 같다.
나도 영문과지만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기에, 한국어학과 3년 졸업하고 떠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써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한국어 대학 "강사" 경력 수년 차에 돌입한 제자들이 여전히 "참미(장미)" 같은 단어를 써서 오는 것을 보면 이걸 어쩌나 싶다.
어려운 단어라면 그렇게 써도 이해하겠는데, 친구나 장미 같은 것은 거의 처음 해당 언어를 배울 때 나오는 기초 단어들인데도 여전히 제대로 못 쓰는 것을 보면 노력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귀로 들을 때 그렇게 안 들리는 것을 어찌 적나요?'도 핑계가 될 수 없는게, 영어만 해도 가장 기본 단어인 'daughter'를 들리는 대로만 쓴다면 'daughter'라고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배우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그렇게 쓰는 셈인데, 가끔 한국어 학습자 중에 "아, 소리 나는 것이 실제 쓰는 것과는 다르구나" 라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 들리는 대로 대충 쓰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에도 Bordeaux 같은 도시 이름을 '제 귀에는 이렇게 들리는데요?' 라면서 bordo 이렇게만 써놓고 만다면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은 달달 외워서 쓰는 수 밖에 없다.
기초만 잡아주고 그냥 현지인들에게 남겨두고 온 한국어 교육이 그래서 가끔 무책임하게 느껴져 미안할 때가 있다. 현지 교사가 ㅈ ㅊ 발음을 구별해서 내지 못하고, ㄴ받침과 ㅇ받침 소리 구별이 안 되고, 동대문과 돈대문을 차이나게 발음하지 못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제대로 듣고 배울 것인지.
한 번은 현지 교사 본인이 구별해서 발음을 할 수 없으니 자체 제작 교재에 "한국어의 'ㅓ'와 'ㅗ' 발음은 같다"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기겁해서 고쳐준 적도 있다.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이렇게 알고 있었다니.... 외국어를 -특히 그 발음을- native speaker가 아닌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정말 한계가 있겠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
교육 초기에 학생이 '치곱'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한참 동안 이게 뭘까 궁금해한 적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직업'을 그렇게 적은 것이었다. ㅈ ㅊ 발음을 구별 못 하고, ㅓ ㅗ 발음을 구별 못 하는 것이 결합된 사례.
그리고 한국어 교육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은는/이가 사용 구별인데, 이건 진짜 어릴 때부터 아무렇지 않게 한국어를 써온 사람만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 같다. 말과 글로 아무리 설명해도 안 되고, 10년 가까이 교단에 선 외국인 강사도 여전히 틀린다. 심지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번역해 자국어로 출판할 정도인 외국인 실력자도, 그 책의 고국 출판을 소개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제가 번역한 책은 ☆☆☆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여기에선 당연히 "제가 번역한 책이 ☆☆☆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소개해야 맞다. 이런 것을 볼 때면 언어는 그저 그 나라에서 어릴 적부터 살며 몸으로 흡수하는 것만이 방법인가 싶기도 하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접수가 안 되는 그 '어감'.
나 또한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영어를 배웠으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어 발음과 문법 실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영어로 소통할 일이 종종 있었을 때,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한국인 동기들이 나에게 하던 말들에 그런 뜻이 있었겠구나 싶다. "딱 누나 정도의 영어 발음..." , " 그 자리엔 영어가 너무 유창한 사람은 오히려 어색해요, 누나 정도 실력이 적당할 듯"
들을 때는 묘하게 기분이 좀 나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걔들에게는 장미를 '참미'로 발음하고, 동대문이라고 해야 하는데 '돈대문'이라고 발음하는 수준인 내 영어 발음이 귀에 딱딱 꽂혀서 그랬을 듯하다.
이제 들려요
주위 친구들에 비해 소위 OTT(?) 스트리밍 서비스? 류를 멀리 해왔지만
작년 넷플릭스에 이어, 이번 달에는 드디어 애플TV+도 구독해서 본다.
작년엔 중드를 많이 보다가 '한국인에게는 더 친숙했던' 미드로 돌아오니, 역시 미드는 다르구나 싶긴 하다. 쏟아 붓는 예산 자체가 다르니 깊이도 다르다.
미국 영화에서 한국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면 언제나 어색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국어 구사자인 korean - american 배우를 기용하지만 그들의 한국어 억양은 한국 사람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니까. 하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냥 저게 한국어인가보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애플TV+에서 이란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특수 요원이 임무를 수행하는 드라마도 봤는데, 나는 구별할 길이 없지만 거기에도 엉망인 페르시아어 억양이 나온다고 한다. 그저 '중동 사람'처럼 생긴 배우들을 대부분 고용했을 뿐이기 때문에 그들이 정확한 페르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말을 모르니 그저 이란 사람이 하는 말이겠거니...하고 들을 뿐이다.
미드에서 2020년 봉쇄 직전의 중국 '우한'기차역을 다룬 장면을 보는데, 그 장면은 애너하임역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아마 Chinese - american이나 동북아시아인처럼 생긴 사람들을 대규모로 기용해 북적이는 우한역 장면을 찍었을 텐데, 거기서 들리는 중국어 억양이 너무나 어색하다. 나는 중국 사람이 아니지만 작년에 중국 드라마를 많이 봤더니, 지금 들리는 게 '우한'에서 들릴 법한 중국어 억양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게 됐다.ㅎㅎ
K-pop 좋아해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한 외국인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색한 한국어 억양을 구별해낼 수 있겠구나 싶다.
who are you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 된 것 같다.
특히 기본적으로 남앞에 서야 돈을 버는 직업 -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대학교수나 의사 중에서도 방송의 맛을 본 뒤 출연에 열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최대한 기억나는, 가장 최초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나눈 건 26살 때쯤 아주 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였던 듯 하다. 그때 그 '인간 상호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친구는 내가 어디서 엄청난 타격의 실연을 당하고 온 것으로 짐작하는 듯했다. 🤔
언젠가 이 블로그에, 나는 사진으로 일상을 내세우는 사람보다는 글로써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식의 내용을 쓴 적이 있다. 그래도 긴 글은 고민과 오랜 시간끝에 나오는 결과물일 테니,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일 거라 생각해서. 그런데 요즘은 또 글을 잘 써도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게 됐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불신에는 독일 테니스 선수 사샤 즈베레프의 기여도(?)가 꽤 높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민한 테니스 선수 부부의 터울이 큰 막내 아들로 태어난 97년생 즈베레프는 러시아어, 독일어 외에도 미국에서 훈련을 하면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테니스 코트에 라켓을 후려치는 행패를 많이 부리곤 했지만 경기 후에는 on-court 인터뷰도 늘 재치있게 해냈고, 그래서 테니스 저널리스트가 '즈베레프는 언어로 표현하는 걸 타고났다'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본인이 존경해온 선배 선수가 은퇴할 때 인스터그램에 길게 쓴 헌사 등등 글도 너무 잘 써서 서글서글한 미소에 막내 아들로 부모/나이 차이 많은 형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테니스 코트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을 뿐 코트 밖에서는 정서가 안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트위터 같은 곳에 단어 몇 개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선수 델 포트로를 뽑을 수 있겠고(사실 그는 주로 스페인어로 써서 나는 영어로 번역된 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지만 몇 단어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집어넣는다. 물론 그의 홍보팀이 대신 썼을 수도 있다😅), 긴 글은 즈베레프가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겨우 23살의 나이에... 러시아인 전 여자친구에 대한 데이트 폭력과 폭언에 대한 증언, 이미 헤어진 독일인 전 여자친구의 임신 등등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그 '사랑 받고 자란 서글서글한 막내' 이미지는 홀딱 깨지고 말았다.
애초에도 즈베레프는 훈련 상습 지각으로, 유명 코치들이 질려서 단기간에 그만 두기로 악명 높아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었는데 역시 나쁜 사람은 '한 가지만 하진 않는다'.
여자친구 폭행은 즈베레프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기에 확정난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즈베레프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결"했느니 뭐니 하면서 슬금슬금 거짓말을 끼워넣고 있기도 하고
(https://twitter.com/_ankaramessi/status/1431378320810258434?t=RGYazEJTRi_DaJEemQDHqA&s=19),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을 알게 된 다른 전여친도 "인터뷰에서는 임신 중인 아기가 소중하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연락 온 적 없다" 라는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 즈베레프를 공개 비난하기도 한 것을 보면, 즈베레프가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임신중인 내 아이의 아빠인데다가 사회적으로 훨씬 더 지지 기반이 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서 그 여자분이 얻을 것은 별로 없으니.
소셜 미디어 비난 후 결국 관계를 회복해, 나중엔 딸의 탄생 뒤 종종 딸과 잘 지내는 사진을 전 여자친구가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안티들도 많이 생겨서, 즈베레프가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왜 하필이면 쟤가...?"😔 하면서 지워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세상엔 별놈 다 있구나... 싶고, 그렇다고 뭐 그 선수가 내 일상에 해를 끼친 것은 없으니 상관없이 살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요즘 '멋진 글 쓰는 사람' '긴 글 잘 써서 자기 생각 조리있게 풀어내는 X'도 못 믿겠다 - 라는 생각이 커진 데에는 즈베레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에 우리 아파트 맞은 편 집에서 부부싸움끝에 아내가 우리집으로 피신오고 그 남편이 쫓아와서 우리집 문을 마구 걷어찼던 일이 있다. 나중에 그집에 가 볼 일이 있었는데 거실에 걸려있던 행복해 보이는 가족 사진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귀여운 강아지까지 데리고 온가족이 전세계로 테니스 응원을 다니는 즈베레프 가족 사진을 보면 늘 화목해보였다. 승부욕에 라켓 부수기를 할 지언정, 정서적으로는 안정되게 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걸 보니... 단단히 결속된 가족의 존재조차도 그 사람의 인성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ㅜ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는, '한국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는 영어'
영어는 "세계어"라서 사실 전세계로 퍼지면서 뜻이나 발음이 변해서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끼리 뜻이 통하게 쓰면 문제없지만, 한국 사람이 미국 등에 갔을 때 사용하면 뜻이 안 통할 수 있는, 한국에서만 의미가 다르게 쓰이는 영어 단어 소개.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soul food
한국에서는 내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 먹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은 음식, 고향의 맛 - 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소울 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말한다.
치킨, 맥앤치즈 등을 위주로 대충 이렇게 생긴 음식. 연관 검색어에 "african american' 'black' 등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소울 푸드를 영어로 말하려면 'comfort food'라고 하면 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 |
2. hip
한국에서는 '엉덩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로는 허리 아래 양옆 측면 부분을 가리킨다. 골반과 허벅지뼈 상부가 옆으로 튀어나온 부분으로 보면 된다. 신체 뒤쪽으로 솟아나온 살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님. 그래서 '애플힙'은 말이 안 되는 콩글리시라고 한다.
보통 엉덩이는 butt(ocks), bottom을 쓴다. (예: Queen의 노래 "fat bottomed girls")
3. amenities
호텔에서의 목욕 용품은 대표적인 어메니티이기에 'hotel amenities'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익숙한 샴푸, 바디 로션 사진이 줄줄이 나오긴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어메니티가 여러가지 뜻으로 쓰이지 않고 단지 욕실 어메니티 - 그 중에서도 작은 병에 담긴 샴푸, 로션을 가리키는 것으로 굳어진 듯 하다.
한국에서는 호텔 어메니티는 욕실에 조그만 샴푸 샤워젤 바디로션 모아놓은 통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되었지만, 사실상 호텔에 놓여있는 모든 것을 어메니티라고 보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면 글자가 작아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룸 어메니티 리스트에 와이파이, 무료 주차, TV, 헤어 드라이어 등등이 모두 포함되어 적혀있다.
캠브리지 영어사전에서 amenity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 something, such as a swimming pool or shopping centre, that is intended to make life more pleasant or comfortable for the people in a town, hotel, or other place ) 한국에서의 단어 쓰임새에 비해 상상도 못하게 스케일이 크다 😉 호텔에 있는 '수영장'이 어메니티의 첫 예시로 나온다. 삶을 좀 더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시설 같은 것들을 가리킨다.
hotel amenities로 수영장을 소개하는 포시즌스 서울. 그외에 식당과 한국식 사우나 등도 어메니티이다. |
amenity외에, 미국이나 영국에서 세면도구를 단독으로 가리키는 단어는 toiletries인데 한국에서는 'toilet = 변기'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토일레트리라는 단어가 보편화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의미를 좁히기 위해 토일레트리라는 단어를 주로 쓰는데 '이거 너무 영어 남발인가? 현학적인가?' 고민했는데, 더 생각해보니 샴푸, 바디 로션, 샤워젤 ....어차피 영어가 아닌 게 없었다. 😆 '목욕세정제' '신체보습제' '목욕도구모음' 이런 식으로 쓰는 게 더 이상할 듯.
4. wannabe
한국에서 완전히 의미가 반대가 된 단어로...한국에서는 "닮고 싶은 사람" "따르고 싶은 롤모델" 이런 정도의 의미가 되었지만
사실 원래 뜻은 "따라쟁이" "절대 똑같이 될 수 없지만 모방만 일삼는" 등의 약간의 경멸의 뜻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닮고 싶은 멋진 대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닮고 싶어서 용쓰는 사람 정도의 의미이다.
캠브리지 영어사전도 가차없다.
"a person who is trying to become famous, usually unsuccessfully"
외국인에게 쓸 때 주의해야 한다. "관종" 의미로 알아들을 수도 있으므로.
닮고 싶은 존재는 Role model이나 ~~ goals 정도로 써주면 된다.
영어권에서는 Couple goals. 위처럼 쓴다.
한국에서는 '워너비 커플' 이런 식으로 썼겠지만.
eyes on me
제인 에어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정말 여러 번 읽었다.
이젠 왜 좋아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릴 때 읽었던 책의 '구닥다리' 한국어 번역 버전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많이 남아 있었다. 영어 버전을 읽어도 몇몇 부분은 그 옛 말투가 자동으로 번역되어 떠오른다. (예 - "오오, 제인! 당신의 그 눈빛은 나를 고문하는구료!)
영어 버전은 2000년 이후로 완독은 두어 번 한 걸로 기억하는데, 가끔 부분부분 다시 읽기도 한다. 지금도 책을 펼쳐보면 내가 각각 다른 시기에 읽고 줄치고 날짜를 표시해 놓은 것이 있다.
며칠 전에 갑자기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서 책의 volume 3부터만 다시 읽고 있는데, (volume 1,2,3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한국 드라마 줄거리를 여러 번 접하다 이 소설을 다시 읽으니, 수많은 막장 드라마의 원형같기도 하다. 👻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는 당연히 내가 제인 에어보다 어렸지만, 지금은 로체스터보다도 나이가 많다 보니
읽다 보면 " 아니 이 남자가 지금 어린 애가 자기에게 끌리는 거 다 보이니 알고 저러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는 제인 에어를 찬양하기 위해 많은 다른 여성들은 형편없다고 끌어내리며 도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여러 번 다시 읽을수록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다. "너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식의...
소설 독자에게 그 둘이 얼마나 서로를 내면적으로 사랑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지, 솔직히 눈 앞에서 남자가 나의 특질에 대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얘기하고 칭찬해주면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나 싶고, 좀 웃길 것 같지만....
아무튼 로체스터가 본인이 제인에게 느낀 매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부분이 소설 속에 종종 나온다.
로체스터가 운세 봐주는 집시 역할을 하면서 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and that brow professes to say, - "I can live alone, if self-respect and circumstances requires me so to do. I need not sell my soul to buy bliss. I have an inward treasure, born with me, which can keep me alive if all extraneous delights should be withheld; or offered only at a price I cannot afford to give."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미묘했던 여자, 제인의 미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you watched me, and now and then smiled at me with a simple yet sagacious grace I cannot describe."
특히 한 사람을 설명할 때 sagacious grace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sagacious:
of keen and farsighted penetration and judgment : discerning.
acutely insightful and wise
당하면 곧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
10여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당시 "싸이월드"에 글을 열심히 썼다.
하나의 탈출구였던 것 같다.
매일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당시에는 영원할 줄 알았던 슬픔도 차차 흐려졌고
이제는 일년에 몇 번 가끔씩 아빠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잘 지낸다.
지금은 이제 싸이월드가 말그대로 '망하면서' 그 글을 다시 돌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10여 년전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감정들이 거기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 부모님 상을 당한 친구들에게 늘 글을 쓰면서 슬픔을 달랠 것을 권유해왔다. 꼭 글을 써두라고 , 슬픔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영원하지도 않고 기억도 지쳐가지만...십수 년 뒤에도 그 글은 남아서 당시의 내 마음을 나에게 다시 상기시켜 줄 거라고.
하지만 그 충고는 친구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창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들은 그저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다" 정도로만 답했지만, 실상 그 행간에서 전해오는 느낌은 '감상적인 소리나 처하고 있네, 이 와중에 무슨 글은 글이야?'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그 글과 함께 아빠도 그 기억도 살아남았다...였는데...
사진으로도, 묘비에서도, 기억나지 않는 '망자'가 된 부모에 대한 감정은 글과 함께 살아있더라는...
10여 년이 지나면 내가 어떻게, 얼마나 슬퍼했었는지조차도 잊어버리지만 글을 써두면 그 글과 함께 고인과의 감정도 같이 살아서 남더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다들 직접 '당한' 상태에서는 '지극한 슬픔의 와중에 이게 무슨 허세스런 충고야? 작가 납셨네' 정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누구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를 테니, 헛된 조언이었겠지만
인생의 가장 고통스런 상황 속에 몰려서 고인과 나눈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살아나는 경험이....
나는 소중했었는데.
한국어 사용자 자부심
솔직히 난 애국심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은,는/이,가 의 사용은 한국어 교육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나는'과 '내가'를 적재적소에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낼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본인 책 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면서 "제가 번역한 책은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한 사례가 있다.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다른 데서 본 바로는 독일어 버전도 "Das ist unsere Chance"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의 기회다.
고 2때 영어 선생님
'원어민' 발음이라는 걸 한국어로 옮기기 어렵긴 하지만 굳이 옮기자면 '피쁠'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데, 늘 부자연스럽게 '삐쁠'을 강조하시던 그 선생님^^
"피플"이라고 읽으셨다가"아차!"하고"삐쁠"이라고 꼭 다시 고쳐 읽고 넘어가시던 그 선생님은 요즘 뭐하고 계실지.
삐쁠은 아무래도 히스패닉계 미국 원어민의 발음일 듯.
댓글2
- 윤g누구시지? ㅎ2014.01.18 09:36
- 미야ㅅㅁㅅ 선생님....내 담임이시기도 했음 ㅎㅎ2014.01.18
지뢰 겁먹고
"지뢰 겁먹고 이제 안 가요"어느 게시판에서 이렇게 쓴 걸 봤는데,
오타일 리도 없는 게, 타이핑에 두 배로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원래부터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애써서 타이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 '무서운 폭발물 만큼이나' 겁을 먹고... 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렇게 쓰이는 과정에 대해 상상해보면 재미있다.
지레 짐작, 지레 겁먹고 등을 자주 쓴다고 해도, 막상 '지레'의 뜻이 뭘까요? 하면 나 같은 경우는 답이 빨리 안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차라리 직관적으로 상상하기 쉬운 '지뢰 겁먹고'라고들 하시는지도:)
* 지레: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또는 어떤 기회나 때가 무르익기 전에 미리.
댓글2
- Josh'~~하기가 쉽상이다.' 이것도 엄청 많이 봐요. ^^;;2015.01.27 11:34
- 반갑습니다^^2015.01.27
맞아요. 그렇게 쓰시는 분들이 쉽상이 아니라, 十常인 걸 알면 놀라실 것 같아요. 반대로,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라고 쓰는 건 그게 한자어라고 착각해서 일 듯 해요.
a room of one's own
'남자에게는(결혼한 사람 포함)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한의사 한 명이 나와서 '자기는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다가 갈 데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울었다'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걸 보고 막 웃고 계신다.
나에겐 전혀 웃기는 내용이 아닌데...
슬픈 내용인데...
엄마와 나는 기본적으로는 잘 지내지만, 가끔 엄마와 싸울 때 엄마가 "너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한다. 말이 안 통한다" 이러시는데,
엄마와 나 사이의 간극은 바로 이 정도인 것 같다.
엄마가 보시면서 웃고 있는 내용이 나에게는 무지 슬프다는 거.
결혼은 안 해봤지만 왜이리 공감이 갈까..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부부에게 있어, 늘 함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가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언제인지 잘 알고 배려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또한 각자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그럭저럭 일치한다면 행복한 부부겠지...
나는 남편과 함께 있고 싶은데 남편은 혼자 있고 싶고, 남편은 나와 함께 하고 싶은데 나는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많다면 불행할 듯.
서로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비슷해서 각자 시간을 잘 보내다가도, 또 같이 있고 싶어져서 함께 잘 사는 부부생활을 꿈꾼다면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일천한 경험에서 오는.... 너무 순진한 환상일까? ㅎㅎ
댓글4
- *ㅅㅍ씨*음 공감2013.01.13 08:18
- 여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1인 ㅎㅎ 결혼도 하기 전에 공간부터 찾고 있음 ; 담주쯤 숙이랑 볼 거 같은데 너두 시간내어 함봐:) 걔 광장팀으로 옮겨서 낮 약속일 거 같아. 아... 글구 이제 진짜 교내 음주 금지라더라...올해 축제 주점이 없어진다는 말까지 ㅎㅎ 가을에 너랑 노천 한 잔 잘 한 거 같어 ㅋㅋ2013.01.14 14:38
- *ㅅㅍ씨*그래?? 광장 갔대??2013.01.14 16:08
날짜 알려줘. 함 맞춰볼게~ - ok. 우리도 담주 날씨 예보 나오면 시간 맞추려고 하고 있거든...조금이라도 안 추운 날 보려고..ㅋㅋ 연락할게~2013.01.15
한 작가의 책 탐독하기
독서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영어와의 끈도 놓지 않기 위해
(처음엔 억지로 읽다시피 했던 영문과 시절까지 포함한다면 13년째?)
모국어 정도의 속도로 읽을 수는 없기에, 독서량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교보문고 양서코너를 둘러보면 내가 읽은 책이 꽤나 많이 쌓여 있어 뿌듯할 정도는 된다.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기에
무엇에도 잘 파고드는 편이 아니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세 권 이상 자신의 책을 읽게 만든 흡인력있는 작가들이 있었다.
처음은 Alain de botton.
우연히 [보그]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읽기 시작한 그의 책은
On love(2006년 1월), Romantic movement(2006년 5월), The Art of travel(2006년 10월)
이렇게 세 권이다.
한국판 '보그'를 그다지 안 좋아했었는데 (뭐랄까...내가 동의할 수 없는 몇몇 인사들을 '트렌드 세터, 패셔니스타'로 올려놓고 추앙하는 거랑, '보그'와는 동떨어진 '일반인'들을 약간 얕잡아보는 듯한 기사의 어투랄까...그런 거 때문에?!) alain de botton을 나에게 소개해 준 징검다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그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을 정도다.
그 다음은 Dan Brown.
다빈치 코드는 2006년 1월에 한글판으로 읽은 뒤 2007년 1월에 영어판으로 다시 읽었고, Deception point는 2007년 10월 서울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해외봉사단 이천 훈련소 입소 등으로 지지부진하다가 그해 12월에 스리랑카 캘러니야에서 읽기를 마쳤다. (이 책은 석 달간 세 도시들 돌며 나를 부지런히 따라다닌 셈.)
Angels&Demons는 2009년 3월에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출판된 역순으로 그의 책을 읽었다.
그의 두번째 작품인 angels&demons가 내가 여태까지 가장 빨리 읽어낸 영어 책인 걸 보면, 댄 브라운은 타고난 이야기꾼인 건 맞다.
나는 이런 지적 자극을 주는 소설을 좋아한다.
Alain de botton, Dan brown
모두 내가 부러워하는(^^;) 멋진 작가들이다.
이들의 책은 앞으로 더 읽게 될 가능성이 많다. Kiss&tell은 이미 주문해놨으며, lost symbol도 아마 읽게 될 것 같다.
이 두 작가 외에
Oliver twist, Great expectations 두 권을 읽은 Charles Dickens
No country for old men, The road 두 권을 읽은 Cormac McCarthy도 있다.
하지만 내가 Great expectations랑 The road를 잘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들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넣기에는 좀 그렇다.
딱히 작가가 좋아서 찾아 읽은 작품들도 아니고.
댓글2
- ㅅ극ㅇ영어 원서를 접하는 것을 볼때마다 시샘이 난다. 난 영어 성경책만 원서로 꾸준히 반복해서 읽고만 있거든.. 그래도 나도 '원전'이라는 것을 읽고 있어..'전'이라고 하면 좀더 어려워지는 개념이긴 하네.. 혹시나 해서 추천 한권 해 보려고.. '순자'라는 사람과 책을 특히 좋아하고, '근사록'이란 책도 참 좋아하거든..2010.01.10 20:14
- 난 전공이 영문학이고, 넌 한문이잖아. "원전"이라...멋진걸?^^2010.01.10
그리구 너 영어회화 잘 하잖아..난 그게 더 부럽다 ㅎㅎ
랑카에서 한국어말하기대회할 때, 내가 한국어/영어로 사회봤었는데
나름 잘 나가고 있다가...중간에 출연자가 제때 못 나와서 시간이 붕 떠버리는 일이 발생했지.
너무 당황해서 그냥 한국말로만 대충 얼버무렸는데, 내가 영어를 좀 더 잘했더라면 영어로도 상황 설명을 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어. 역시 돌발상황에서 실력 차가 나는 거더라구..
소통 수단과 친구
이메일로 연락할 때가 가장 친한 시절이었던 친구들도 있다. 그들이 교환학생을 떠났을 때,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내가 해외 체류했을 때. 소소한 일상을 나누기에 이메일만한 수단이 없던 시절. 그러나 지금은 뭘해도 어색한 친구 몇몇.
집전화로도, 이메일로도, 문자로도 연락한 적 없지만 카톡으로만 연락하는 친구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사귄 새로운 친구들. 별 얘기 안 한 것 같은데 순식간에 손가락 놀림으로만 두 시간이 지나가는 친구 사이.
집전화로만 연락할 수 있던 시절에 더 끈끈했던 친구도 있다. 몇시간씩 집전화를 잡고 전화해도 지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소식도 알 수 없는 몇몇 친구.
그래도
집전화로도, 문자로도, 이메일로도, 페이스북으로도, 카톡으로도 꾸준히 소식을 나누는 친구가 몇몇은 남아있는 건 다행이다.
실제로도 가슴팍에 갑갑한 감각이 느껴질 정도로 먹먹할 때, 난 어떤 소통 수단을 택해서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을까.
15년 전, 그대없인 난 아무 것도 아닌걸요.
사고 싶었던 cd도 사고, 날씨는 춥지만 종로 거리도 걸으려고...
사려 했던 cd가 마침 할인가격에 판매된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cd를 집어들려는 순간...
나는 항상 내 곁에 있던 '그'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스러웠다.
난 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cd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마실까...생각해도
그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그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나는 외출 20분만에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책 구경, 사람 구경이나 하려 해도 피곤하고 날도 추웠다.
그렇다.
나는 교통카드 달랑 한 장 들고 외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내 껀 신용카드 겸용 아님)
지갑없이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었고, 마실 수 없었다.
'지갑이 없어? 돈이 없어? 그럼 atm에서 인출하면 돼! 어라...지갑이 없으면 카드도 없네...지갑이 없으면 회원카드도 없고..회원카드가 없으면 회원 cd 할인도 소용이 없고...'
지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내가 거기서 픽 쓰려져도 '나'임을 알려줄 신분증조차도 없으니...
나는 그만큼이나 지갑에 매여 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댓글2
- 김지ㅅ지갑 몇번 잃어버려봐 ^^ 지갑 없이도 너 분명 맞어... 그냥 지갑 잃어버린 너^^2004.12.28 22:22
- Nothing matters하하하..내가 "지갑 없는 나"를 체험한 게 처음이라 너무 충격이 컸나 보다..2004.12.28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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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유럽 여행의 수확은 이런저런 게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 근래 몇 년간 동남아 여행 다닐 때 생각보다 영어를 원하는 대로 말하지 못해서, 내가 영어를 굉장히 못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영국에서는 내 영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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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모자 쓰고 일하는 인도 과자 공장'이라는 영상이 떠도는 걸 봤다. 영상에선 일하는 사람들이 위생모만 썼다 뿐이지, 커다란 과자를 바닥에 쏟아붓자 지저분한 공장 바닥에 주저 앉은 사람들이 그걸 손으로 집어서 봉지에 넣고 봉해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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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 누워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 8시 넘어 길을 나섰다. 전에 톈진에 살 땐 회식 외에는 밤 외출, 그것도 '혼자' 밤 외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년 뒤에도 여전히 밤 외출은 낯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