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집은 경기도에서 가깝다.
차로는 9분, 맘먹고 걸으면 음.... 40여 분 만에 걸어서 경기도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경기도로 가는 광역버스가 많이 출발한다.
주말에 모여서 등산 가는 '전세 버스' 역시 집 근처 역에서 많이 출발한다.
오후 4시경에 집 근처 길을 걷는데 학교 이름을 앞에 단 버스가 줄지어 계속 오는 것이 보였다.
'소풍갔다오나봐...'
그런데 시간은 오후 4시. 애매한 시간이다.
'고등학생이라 원래 일찍 일어날테니 애들을 7시부터 모아서 데리고 갔다고 해도 4시에 서울 도착이면 너무 소풍 시간이 짧은데....'
버스의 전광판을 계속 보았다. (요즘 버스들은 종이에 적어서 붙이고 이런 거 안 하고 다 전광판이 있더라 ㅎㅎ)
상인고 5반
상인고 7반
상인고 8반....
상인고가 어디있던 학교더라?
마지막에 지나는 버스에서 맨뒤에 앉은 여학생이 버스 창문을 열어서, 그 사이로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소풍 갔다가 돌아오는 것 치고는 매우 즐거운 표정.
소풍이 끝나가면 지치고 짜증날텐데 말이다.
걸어가면서 검색을 하니
상인고는 대구에 있는 학교였다.
'서울로 놀러온 거구나.'
갑자기 학생의 밝은 표정이 이해가 갔다.
얼마나 기대되고 재미있을까.
바로 일주일 전에 대구에 잠시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작았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산다고 해도, 사실 모든 문화 생활의 중심은 서울에 몰려있다는 부산 사람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 어린 학생들에게 서울은 재미있는 체험 장소가 될 것 같았다.
내가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기대를 가지고 찾아올 그 학생들이 부러워졌다.
거리를 걸으면서 예상치 못한 눈물이 조금 났다.
그들의 젊음과, 그리고 무엇을 해도 신나할 그 수용성(?)이 부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좋겠다. 얘들아 ㅎㅎ
명분은 '현장 체험 학습'이겠지만, 재미있게 지내다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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