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불량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평소에 비해 배가 너무 부풀어오르기 시작해서
소화도 안 되고 꽉 막혀 있다가 3-4일만에야 겨우 힘겹게 외부로 배출.
예전에는 1일 1쾌변(!)이었는데 말이다.
20분 가까이 걸어서
동네에 새로 생긴 내과에 갔다.
짧은 머리를 한 앳된 여자 의사 선생님이
이런저런 증상을 듣더니
열심히 약 처방만 한다.
나는 너무 속이 꽉 막힌 느낌이라 내시경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오후까지 완전 금식을 하고 갔는데 말이다.
그래도 친절하고 시원시원한 분.
아침-점심-저녁에 먹는 약의 조합이 다 다르다.
6종류의 약을 처방 받았고, 아침 저녁 다른 조합으로 한 번에 최대 5알씩 먹게 되어있는데
그중에 항우울/항불안 약이 2종류다.
그래, 많은 병이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하지.
개원한지 얼마 안 된, 어린 의사라서 경험이 너무 모자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마 나의 쪼그라든 얼굴 표정에서 뭔가를 감지했나보다.
대학생 때도 귀를 다친 후 이명 증상 때문에 학교 옆 대형 대학병원을 몇 달간 다녔는데
그 분야의 꽤나 전문가로 인정받으시는 그 백발의 이비인후과 교수님은 나에게 xanax약 한 통을 처방해줬었다.
이명은 사실 사라지기 어려우니, 맘 편히 갖고 잠이나 푹 자라는 뜻이었나보다.
그 약이 그렇게 유명한 약인 줄은 아주 한참 뒤에야 미국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미국 영화 주인공들이 xanax 자주 먹는다....
그래도 그냥 그렇게 병원을 다녀오고 나니
심리적으로 조금은 안정이 되고
약의 힘이든, 뭐든
덜 우울하기는 하다.
소화도 그냥 나아지는 것 같고.
지난 몇 주간 듣지 못 했던, 배에서 꾸루룩 꾸루룩 장이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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