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매우 더운 여름날, 더위에 쩔쩔 매며 길을 걷다가 한 여고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교 시간이었는데, 학생들이 그 더운 날씨에 모두 카디건을 걸치고 교문 밖으로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 에어컨 있구나. 학교가 춥구나.'
나의 고등학생 시절의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을 떠올렸다.
선풍기만으로는 너무 더워 연신 부채질을 했고
친구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목에 두르거나, 너무 더운 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반바지로 갈아입기도 했었다.
나는 학교 책상과 맞닿는 팔 부분에 뻘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했었는데, 그땐 학교 책상이 더러워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더워서 그랬던 것 같다. 오직 여름에만 있던 증상이었으니까.
교탁에서 수업하시던 남자 선생님들이 참다 못해 한 마디씩 하시곤 했었다.
"얘들아 더운 건 알겠는데, 제발 앉아서 교복 치마 펄럭이지는 마라. 안에 다 보인다."
너무 더워서 다들 생고생을 하며 여름을 나곤 했었는데...
카디건을 입고 한여름을 지내는 '요즘' 교복 소녀들을 보고, 엄청난 세대 차이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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