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후 사인회가 힘들고, 하기 싫다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뮤지컬 배우가 무대에 몇 회 서지 못 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social media로 사고를 치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만,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건...
얼마간 출연 정지를 받은 이 여배우들의 실수로 인해 대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understudy에서 배우 인생을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이것은 그렇게 대신 무대에 서게 된 사람에게는 행운일 것이다.
늘 운은 옮겨다닌다.
벌써 10여 년 전... 인터넷 합격 통보 같은 것이 없던 시절,
서울대 ㅅ학과 추가 합격 통보 '전화'를 며칠간 받지 못해 추가 합격이 뒷 순위로 넘어간 여학생이 있었다. 신문에도 나고, 어려운 집 사정을 호소해보기도 했지만 그 분은 결국 고려대로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대 ㅅ학과 추가 합격 통보 '전화'를 며칠간 받지 못해 추가 합격이 뒷 순위로 넘어간 여학생이 있었다. 신문에도 나고, 어려운 집 사정을 호소해보기도 했지만 그 분은 결국 고려대로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시철 여러 언론을 장식했던 이 소식을 내가 아직 기억하는 이유는, 이 추가 합격 순번을 넘겨 받아 서울대에 합격한 다음 순번의 학생이 울학교 선배 언니였기 때문이다. 친언니 졸업식 날 학교 갔을 때 자그마한 그 언니가 학교 계단을 신나게 깡총깡총 내려오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상당히 행복해보였다. 누군가가 힘든 일이 생기면 반대편에는 또 행복한 사람이 생기는 구나.
비슷한 사례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다. 서울대 사회계열 입학을 앞둔 학생이 여기서 희생되었는데 등록까지 마쳤던 이 학생의 아버지는 얼마 뒤, 다음 순번 학생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주라고 입학 포기를 학교에 통보했다고 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던 성실한 학생이 최악의 사고를 만나는 불운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못 보낸 것이 정말 안타까운데, 이 경우에도 슬프게도 수혜자가 생긴다.
대형 인명 사고 때 "명문대생"이 좀 더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미등록자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서울대 하위권과가 아니고 입학포기자가 드문 서울대 상위권 학과에서 추가 합격이 나온 행운의 배경이 누군가의 불운이었다는 사실이 좀 무섭다.
운은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 걸까.
- 등록일시2013.07.23 00:00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