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새벽, 동생이 만취한 '아는 형'을 끌고 집에 들이닥쳤다.
택시 탈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다는 이 사람은 그 뒤로 말그대로 '정신을 잃어' 집에 데려다 줄 수가 없었댄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힘을 합쳐 우리 아파트 현관 앞에 내려진 이 사람은 길바닥에 누운 뒤 일어나질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일어나지 않던 이 사람은 119구급대원이 와서 뭔가를 하자, 금방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휘청휘청 내 동생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여기서 tip은 ....119구급대는 취객까지 실어나르진 않는다. 우리처럼 부르지 마시길;;;;술 취해서 꼼짝 안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깨 뒤를 꽉 쥐면 아파서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던 사람을 그분들은 단번에 깨우는 게 신기했다.)
(여기서 tip은 ....119구급대는 취객까지 실어나르진 않는다. 우리처럼 부르지 마시길;;;;술 취해서 꼼짝 안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깨 뒤를 꽉 쥐면 아파서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던 사람을 그분들은 단번에 깨우는 게 신기했다.)
아무튼 이 분은 여기서 더 이상 공개하긴 뭣할 정도의 큰 실례를 플러스로 저지르고 우리집을 새벽 6시에 부리나케 떠났는데.... 어쩌면 불쾌했을지도 모를 이 일을 나와 엄마는 그냥 싱글싱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나 역시 대학교 3학년 때 실력을 과신하고 소주를 먹다가 정신을 잃어 길바닥을 굴렀고(?) 새벽에 부모님이 응급실에서 데려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머리를 다쳐 뒷통수에 스테이플을 박아본 경험이 있는 나는 동생이 길바닥에 드러누운 그 사람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머리 조심! 머리 조심!"을 외쳤고, 엄마도 십여 년 전 내 생각을 하며 그냥 이 사람을 웃으며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경험한 만큼 아량을 베풀게 된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2004년에 미국 동부에 놀러갔을 때, 뉴저지 하숙집에 살던 대학 동기와 맨해튼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깜빡 하고 워싱턴으로 넘어가버린 나 때문에 그 친구는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며 이를 박박 간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약 3년간 절교를 했었던 거 같다 ㅎㅎ 나중에 다시 만나긴 했지만.
그런데 2006년에 뉴욕 놀러갔다가 반대의 상황이 생겼다. 나는 뉴저지의 아빠 친구 댁에서 잠시 신세를 지며 코넬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해주기로 한 연락이 되지 않아, 내가 두어 번 정도 동네를 서성이며 걔를 데리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아빠 친구분의 부인 되시는 분은 투덜거리시며 친구가 왜 늦는다고 연락도 못 하냐고 하셨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2년 전에 연락두절로 친구를 괴롭힌 전과가 있는 나는, 여행 중에는 뭐든 피치 못할 일로 연락을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이해했다.
경험한 만큼 아량이 생기는 듯.
겪어보지 않으면 남이 지금 얼마나 곤란한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겪어보지 않으면 남이 지금 얼마나 곤란한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 등록일시2013.09.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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