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06년 초에 호기롭게 회사를 뛰쳐나왔지만,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취직을 못 했다.
다녔던 회사의 또래 친구들과는 친분을 계속 유지했지만,
그 회사의 어르신들을 만난다면 "(그렇게 회사를 나가더니) 요즘은 뭐 하니?"에 대답을 못 할 것 같아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회사 친구들이 문상에 대한 이런저런 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회사 어른 한 분이 그 얘기를 들으시고 나를 불러서 식사라도 하자고 하셨다고 했다.
그분은 그때 일본 특파원으로 발령이 나셔서, 이주 준비 차 잠시 일본에 다녀오셔야 했기 때문에 식사 일정은 약간 미뤄졌다. 그래서 시간이 한 달 정도 지나 회사 어른과 내 또래 회사 친구들 몇몇이 회사 근처 일식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내가 식당에 가장 일찍 도착.
그 분도 가장 먼저 와 계셨다.
진작 취직이나 잘 해서 먼저 찾아뵙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상을 당해서 위로 차원에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게 좀 민망했다.
"잘 지내셨어요? 좋은 일로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이런 일로 다시 뵙게 되어서 좀 그렇네요."
"아니, 안 좋을 거는 또 뭐 있어? 그냥 만나면 좋은 거지. 허허"
((오잉?? 부친상을 치르고 온 사람에게 안 좋을 거는 뭐가 있냐니?))
이 분은 어느새 내 점심 약속의 목적을 잊으셨던 거다 ㅎㅎ
잠시 후 내 회사 친구들이 도착했고 내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진 채,
그 분의 일본 탐방 경험담을 한 시간 내내 장황하게 들어야 했다.
어쩐지 ....ㅎㅎ
퇴사한지 일년 넘게 지난 '비정규직' 직원에게 잊지 않고 밥 한 번 사주신 것은 감사했지만
내 안부는 잊으신 거 보니, 그리 큰 의미는 두지 않으셨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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