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2012년에 만5년 사용을 향해가는 랩탑 컴퓨터를 가지고 보름간 해외에 간 적이 있었다.
어떤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일이었는데,
그 경험담을 사진과 함께 글로써 제대로 남겨놓기 위해 랩탑을 가져갔었다.

나는 여행 시에 이곳저곳 숙소를 가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숙소를 총 5번 이상 옮겨다니면서 행사 시작 전에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네 번째 숙소에서 랩탑을 켜니 시커먼 화면에 아래와 같은 문구만 뜰 뿐이었다.
아직 행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ㅜ





짐 가방에 넣어져 여기저기 끌려다니다 보니 결국 6년차 사용 중이던 늙은 랩탑이 견디질 못했나 보다.
무겁게 들고다녔는데 결국 사망. 집에서 곱게 쉬어야 할 랩탑을 말년에 너무 고생시켰다. 괜히 가져왔네.
공대를 다니는 친구 등등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으나 다들 이죽이죽 "그냥 새로 사시죠?" 같은 대답들.
그래, 남 일을 내 일같이 여겨줄 사람은 별로 없지.







옛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두번째 숙소에서 랩탑을 켜고 사용했던 사진이 나왔다.
마지막 모습이구나...ㅠ.ㅠ


2012년 그 여행에서 돌아와서 새로운 랩탑을 구입했는데, 그것도 이제 만 5년 사용을 향해간다.
랩탑 컴퓨터는 그래도 "portable"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텐데
6개국 이상 방문하며 늘 여기저기 들고 다닌 저번 랩탑보다
이번 랩탑은 한국을 못 벗어나고 그저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인터넷만 했더니, 같은 5년 사용이라도 상태는 훨씬 양호하다. 아무리 랩탑 컴퓨터라고 해도 너무 굴리면 안 되는 거였구나.



"자본주의 사회를 거스르며" (거창하게 말하면 이렇지만 실제로는 게으르게) 최저 수입으로 살다보니 새로운 물건을 사지 못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늙어간다.
나의 랩탑도
나의 아이패드도
나의 휴대폰도
다들 나를 따라 늙었다.

늙은 전자기기를 '학대'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기에, 늘 가지고 다니다가 6년 사용을 넘긴 아이패드는 이제 집에 모셔두고 쓴다.

뭔가가 너무 늙어서 사망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새로운 대체재를 얻지 못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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