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몰랐지




"니가 30대, 40대쯤 어떤 형태의 삶을 원하게 될지
10대, 20대일 때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보다 어린 세대가 있다면
주제넘게 한번쯤은 해주고 싶은 말.

나같은 경우는, 내가 혼자 사는 것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것이 상당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예측을 못해서
20대부터 알차게 돈 모으는 것을 못했다.
그때부터 차곡차곡 돈을 모은 친구들은 지금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잖아?' 이런 은근히 김빠지는 격려 말고
막상 바꾸려 해도 누적된 것 때문에 안 되는 일도 있다.

50대가 되어 보니, 자신은 아기 낳고 키우며 남편이랑 오순도순 사는 게 행복인 사람이었는데
20대부터 자신에게 결혼은 맞지 않다고 생각되어 너무 철벽을 치며 살아왔더니
50살에 이르러 결혼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


20대에 아기가 너무 예뻐서 둘,셋을 낳아놨더니
40대에 이르러 자신은 남들을 돌보고 자신을 뒤에 놓는 게 너무 안 어울리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도로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는 일인....

그런 거.



내가 만약 자식을 낳는다면
3,40대쯤 "아, 인생이 이게 아니었구나"하고 깨달을 때
조금 도움이 되도록, 다른 길을 가 볼 수 있도록, 그때에 가서만 쓸 수 있는 돈을 좀 준비해놓은 뒤에 아이를 낳고 싶다.
'성인이 되면 네 인생 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며 자녀 인생 초반기만 다 투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 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요만큼 살아 보니, 한 번뿐인 인생...인생 초반의 판단이 너무 덧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



사춘기가 뭔지도 모르고 훌러덩 지나갔던 사람들은
인생에 언젠가 한번쯤은 고통의 시기를 다시 겪는 것 같다.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본인도 괴롭지만 주위 사람도 괴롭히는 그런 알 수 없는 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