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친구들과 오랜만에 소위 "re-union"을 하시기에
영등포역 근처 호텔을 예약해드렸다. (회비가 있어서 돈을 내가 내지는 않는다 ㅎㅎ)
마침 간단한 석식과 조식을 모두 포함하고도 저렴한 요금이 나와서...
엄마 친구분이 사시는 도시가 주요 거점 도시는 아니라서 영등포역으로 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것이 아주 수월하지는 않지만(서울/부산역처럼 모든 KTX가 정차하는 역이 아님) 그래도 고속버스에 비해서는 기차가 시간도 짧게 걸리고, 내가 예약한 호텔은 영등포 기차역에서 도보 5-7분 거리다.
하지만 엄마 친구들은 굳이 "익숙한 대로" 고속버스를 타고 반포터미널로 도착하시겠다고 한다.
남부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은 '4시간'을 버스를 타고 올라와서 다시 최소 30분 이상 반포 -> 영등포 이동 과정을 거쳐야 한다. 5시간 가까이 소요.
하지만 ktx와 무궁화호 등을 조합해서 타면 3시간 이내에 모든 이동이 가능하다. 경로 우대 요금이 적용 가능한 나이라서, 우등고속버스와 KTX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영등포역으로 기차로 도착하는 게 낫지 않아?' 라고 계속 질문하니 마침내 엄마는 버럭! 화를 내신다.
"내 친구는 버스터미널이 더 편하대! 역이 멀어서 기차는 잘 안 타고 다닌단 말야!!!!"
늘 쉽게 신경질을 내시는 엄마에 맘이 상해, 자리를 피했다.
늘 하던 대로 하는 것만이 익숙한 나이. 그것이 당연한 나이, 70대.
밤 늦게 다시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 그분이 사시는 도시의 기차역과 터미널의 거리를 조사해봤다. 자동차로 14분, 시내버스로 20여분 거리. 그렇게 역과 터미널 사이 거리가 심각하게 먼 것이 아니었다. 그 사는 도시에서 이왕 이동할 거 조금만 더 가서 기차를 타면 서울 와서 내리기만 하면 호텔이 바로 눈앞인데, 왜 고속버스를 고집하시는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기차의 안정성과 승차감을 더 좋아하는데, 그분들은 유난히 버스의 승차감을 좋아하시는 걸까? 4시간을 타더라도?
이제 그분들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라도 익숙한 것만 고집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다른 세대와 거리가 생겨나고....
지금 내 나이에선 그런 선택이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결국 나도 늙으면, 겁이 많아지고 고집이 많아져서 하던 것만 하다가 죽어가게 되겠지.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건강도 허락치 않을 테고.
아직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뭔가를 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다른 방법을 써보고 싶은 충동이 남아있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언제까지 이 호기심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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