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대회 공식페이지나 앱을 보게 되면
어떻게든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선수들을 데리고 스피드 퀴즈 같은 '유치한' 내용을 찍어서 [Video] 섹션에 올려놓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US open 같은 데에서 자주 보는 것인데
선수 한 명을 세워놓고 쉴새없는 질문을 해서 답을 하게 만들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답변을 완료한 선수들 등수를 매긴다. 영미권 출신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타지역 선수 출신들은 질문 자체를 못 알아들어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쓸데없는 영상은 왜 매해 만드는 건지... 😥
몇 해에 걸쳐 자주 나오는 질문이 "앞으로 남은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그 하나로 무엇을 택할래?" 이다. 꽤 높은 비율로 유럽 선수들이 "sushi!"를 외친다. 일본 사람도 왠지 그런 선택은 안 할 것 같은데 많은 유럽 선수들의 그 선택이 신기했다.
얼마 전에 10일간 3끼 모두를 호텔 뷔페 식당 한 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침 메뉴가 조금 간소해지는 것 빼고는 10일 내내 모든 메뉴가 같았다. (10X3=30번 연속 똑같은 메뉴)
말이 뷔페식이지 매일매일 똑같은 것을 먹다보니 같이 일하던 모든 사람이 메뉴에 질려갔다. 사실 그 호텔 뷔페는 그 도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어린 남자애들은 첫날은 정말 기세 좋게 미친듯이 먹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들도 차차 질려서 날이 갈수록 먹는 양은 적어졌다. 두번째 주가 되자 '뭔가 바뀌려나?' 했지만 바뀐 것은 오렌지 주스 자리에 사과 주스가 놓여있는 것 뿐이었다. 처음 사과 주스가 등장한 날, 같이 일하던 모든 동료들이 사과 주스를 선택해 마시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유일한 변화였기에....
아침을 잘 안 먹는 나의 특성상, 조식은 거의 생략하고도 점심-저녁 늘 같은 메뉴에 점점 질려갔지만
그래도 매일 질리지 않고 똑같이 집어드는 메뉴가 있었다.
그게 바로 스시였다. 새우나 한치 말고 내가 더 선호하는 광어, 송어 초밥은 거의 매끼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경험을 통해, 그 테니스 선수들의 답변을 이해하게 됐다.
1년 내내 월드 투어를 다니는 테니스 선수들도 정말 지겹게 뷔페식 식사를 했을 것이고
유럽 선수들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의외로 스시였나보다.
경험해서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밖에 나가 세상과 만나기 싫은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