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이란 사람들이랑 잠시 일했었고
그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했었다.
왓츠앱을 주로 쓰는 보통 외국 사람들과는 달리, 이란에서는 텔레그램이 압도적이라고 했다. (이란에서만 무려 4천만 명이 사용중!)
텔레그램에 가입하고 보니,
이미 나의 한국 친구 중에도 은근히 사용하고 있는 애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종종 텔레그램을 이용하곤 했는데, 카카오톡과 다른 텔레그램의 특징은 상대방의 최종 접속 시간이 자세히도 뜬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중년 이란 아저씨들은 쉴새없이 텔레그램을 이용했고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최종 접속 시간이 안 나와서 그렇지, 카카오톡에도 최종 접속 시간이 표시된다면 한국 사람들도 누구나 이렇게 뻔질나게 접속하고 있는 게 보이겠지 싶었다.
한동안 텔레그램을 접속 잘 안 하다가 오랜 만에 접속해보았다.
친구들 목록이 주르륵 뜨는데, 이란 아저씨들이 거의 일주일 가까이 접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게 보였다. '오잉? 웬일일까? 5분이 멀다하고 접속하던 사람들이?'
그래도 잠시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고.... 안부가 궁금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직업의 사람들이니, 해외에 갔나? 아니 그래도 와이파이만 되면 메신저는 접속할 텐데??'
뉴스를 검색해보니, 이란 사법부가 텔레그램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단다. 反정부 시위 등의 정보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된다며.... 자국산 메신저를 이용하라고 했다고 한다.
허허.
(페이스북 등은 원래부터 금지, 다들 vpn을 통해 우회해서 이용한다고는 한다. 특이하게 인스타그램은 허용되어 있다고 한다. 이란 최고지도자들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견을 발표한다. 어차피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에 인수된 회사인데🤔)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사람까지는 익숙했지만
이른바 '중동' 친구는 이번 겨울에 알게 된 것이 처음이었고 처음에는 겁(?)도 났다.
'친구'말고 처음으로 봤던 이란 남자가 2007년 방콕 공항버스 옆에 타서 치근덕대던 사람이었기 때문에...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결국 다 같은 사람들이었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새로운...
2주 만에 교류는 끝났지만 부쩍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과 친해진 느낌이었다.
그랬지만...
사법부의 결정으로 국민 대다수가 쓰던 메신저를 한 방에 차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나라라니....
아무리 '다름'을 존중한다고 해도,
다시금 멀게 느껴진다.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파기니 뭐니 다른 뉴스들도 시끄럽지만, 어쩌면 '북한'을 맞대고 사는 한국인으로서는 핵 뉴스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인 반면에 당장 내가 쓰던 메신저를 나라에서 차단할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면 그건 너무 먼 얘기같다. 중국처럼 애초에 차단한지 오래 되어서 대안적인 앱이 발달한 나라도 아니고, 4천만 명이 쓰던 메신저를 한 번에 차단하다니.
처음에는 생소함에 겁도 났었던 그들과
며칠간 늘 같은 차를 타고 다니고 같은 건물에 살고 했던 것이
이 '지구촌' 사회에서는 늘 일어나는 그냥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국가의 메신저 금지 소식을 들으니, 이상하게 다시금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가 다시 연락하기도 힘든 나라의 사람들과 만났었구나...하는 묘한 느낌.
그분들은 지금 얼마나 갑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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