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요리가 나오면 다분히 '한국적'인 상황은,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위해 그 음식을 덜어 앞접시에 놓아드리는 것이다. 특히 대형 냄비에 끓이는 탕, 찌개 요리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는 식탁에 잘못 앉았다가 '막내'가 되면 모든 사람들의 국을 다 퍼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행위인데, 다들 각자 알아서 원하는 대로 자기서 퍼서 먹었으면 좋겠고, 내 것도 누가 해주면 불편하고, 솔직히 어른들 것 해드리기도 싫다. (그래도 사회 생활하면 허허허 웃으면서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은 물론 기꺼이 해드릴 수 있다.
그리고 나이 순서대로 음식을 퍼야되는 것도 웃기다. 뭐 그냥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 이 정도면 되는 거지.... 하지만 이런 문화는 나 혼자 바꾸기도 어렵고, 혼자 바꾸다가는 그저 버릇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딱 좋다.
오늘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 식사를 하는데
커다란 접시에 담긴 샐러드가 가장 먼저 나왔다.
참석한 가족 중 가장 어린 올케(남동생 부인)가 샐러드를 퍼서 엄마에게 담아드리기 시작한다.
'아휴...저럴 필요 없는데. 내 건 내가 담아먹어야지.'라고 안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에, 남동생이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먹죠.'라고 거든다. 자기 부인 고생할까 싶어 늘 솔선수범인 남동생. 여전히 애처가구나 싶다.
이런 말이 나올 필요도 없이 제발 자기 음식은 자기가 알아서 먹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회사 다닐 때 또 하나 싫었던 한국(?) 문화는
내가 갑자기 믹스 커피가 땡겨, 타먹으러 잠시 자리를 비울 때 꼭 옆사람에게 "언니도 혹시 커피 마실래요?" 라고 예의상 말하고 가야 하는 것. 아무 말없이 혼자 마실 커피만 가지고 오면 싸가지 없는 사람 된다. 이유를 모르겠다.
삼촌과 십대 조카가 나오는 미국 영화를 보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을 지나다가 조카가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삼촌 돈 좀 줘."라고 한다. 잠시 뒤, 혼자 가게에 들어갔던 조카는 아이스크림 한 개를 입에 물고 나온다. 그리고 삼촌과 조카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간다.
한국이었으면 얼마나 부차적인 상황이 더 붙어있었을까를 생각했다. "삼촌도 드실래요?" 라는 질문은 꼭 들어가야 했을 거고, 질문 없이 조카가 달랑 하나를 사서 나오면 삼촌이 "야, 내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냐?"라는 대사가 꼭 들어갔을 법하다. "혼자 먹으면 맛있냐?"라는 핀잔과 함께. 이런 상황에 내가 너무 젖어 있어서, 나조차도 그 영화를 보다가 처음엔 '어? 삼촌 돈 받아서 딱 자기 것만 먹네?' 라고 생각하다가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다.
뭐 괜히 외국 문화 우대하고, 한국 문화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니고, 그냥 개인 성향이다.
어떤 것은 한국 문화가 더 좋고 외국 문화가 싫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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